미국 빅테크들 자금 총동원해 AI 데이터센터 올인, 한국 반도체 전력기기 수혜 이어진다

▲ 작업자가 4일 프랑스 파리 근교 생드니에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가 운영하는 PA10 데이터센터 대부에서 서버 랙 근처를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알파벳(구글)과 오라클 및 메타 등 미국 빅테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에 차입까지 불사하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렇게 AI 산업에 자금이 계속 몰려 반도체와 전력기기 등 데이터센터에 필수 인프라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에도 수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AI 데이터센터 ‘쩐의 전쟁’ 격화, 빅테크 현금 창출력만으로 감당 어려워

11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이날 오라클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8.53% 급락했다. 최근 발표한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당 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오라클은 10일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200억 달러(약 30조 원)의 유상증자를 포함한 최대 400억 달러(약 60조 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새 주식을 발행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확장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유리하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낮아진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AI 인프라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800억 달러(약 121조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6일자 기사에 따르면 메타도 올해 AI 투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증자를 검토 중이다.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빅테크 다수가 투자 규모를 키우기 위해 투자금을 수혈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AI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도 활발하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지난 5월11일 증권사 JP모간이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빅테크 기업이 2025년 한해 동안 4550억 달러(약 692조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도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에 대비해 유상증자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들 빅테크는 그동한 막대한 자금력에 힘입어 인공지능 투자금 대부분을 자체 유보자금으로 해결하거나 현금 창출력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최근 투자 규모가 대폭 늘면서 감당하기 힘들어 증자와 차입을 늘리는 모양새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팅닷컴은 올해 2월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빅테크 기업의 매출 대비 자본지출 비중은 30%에 육박한다”며 “이는 과거 평균치의 약 3배에 달하지만 투자 속도를 늦출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에 AI 투자로 이익을 거두지 못해 주가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일명 ‘거품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오라클 주가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빅테크들 자금 총동원해 AI 데이터센터 올인, 한국 반도체 전력기기 수혜 이어진다

▲ 빅테크의 자본지출 규모. <그래픽 챗GPT로 제작>

◆ 빅테크 ‘인프라 경쟁 지면 끝’ 투자 기조에 자금 계속 몰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투자자들이 인공지능에 투자하려는 의지 자체가 워낙 강력해 빅테크가 자금을 유치하기 수월하다고 평가했다. 

빅테크 주가는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계속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번 유상증자에 청약이 몰리면서 애초 목표치였던 800억 달러를 850억 달러(약 130조 원)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이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투자를 늘리는 이유로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만회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이 꼽힌다. 

클라우드 서비스나 챗봇 등 AI에 기반한 서비스는 더 나은 다른 서비스로 쉽게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수장들도 과도한 투자가 투자 경쟁에 뒤떨어지는 것 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팟캐스트 액세스에 출연해 “과소 투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신제품과 혁신, 가치 창출을 가능하게 할 가장 중요한 기술에 뒤처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우드 전략 책임은 포천을 통해 “엄청난 포모(FOMO, 나만 뒤처질까 불안한 심리)가 AI 투자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빅테크들 자금 총동원해 AI 데이터센터 올인, 한국 반도체 전력기기 수혜 이어진다

▲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베리 생산설비에서 3월7일 김영철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공장 내 변압기 보관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AI 투자 경쟁에 인프라 수요는 지속, 한국 반도체·전력기기 공급망 수혜 확대

이렇듯 빅테크가 인공지능 투자 속도를 유지하고 자금 공급도 원활히 이루어지면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와 전력기기 공급업체에 수혜가 확대될 공산이 크다.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서버에 들어갈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력기기와 변압기 및 냉각장비 등 수요도 동반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전 세계적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237% 상승했다. 

빅테크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를 구매하면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오른 가격으로 반도체를 판매해 수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는 세계 HBM 시장의 약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필수인 전력 기기도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오라클은 10일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6월~8월) 1기가와트(GW) 규모의 설비 용량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6 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 전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데이터센터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며 “적절한 변압기가 업으면 데이터센터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공지능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빅테크 현금흐름 부담을 키우겠지만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HD현대일렉트릭 및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에도 중장기 수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력기기 3사의 1분기 합산 수주잔고는 약 32조 원에 이르는데 올해 인공지능 투자 경쟁으로 올해 내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는 “AI에 대거 투자하는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부채를 떠안고 자본지출을 늘리는 것”이라며 “2000년대 초반에 붕괴됐던 ‘닷컴 버블’당시 적자를 내던 스타트업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