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거래소가 9월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의 반대 여론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애초 증권업계에서는 시스템 안정화 등을 이유로 조급한 추진에 반대 목소리가 있었는데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사상 최고 변동성에 국민 반대 여론까지, 한국거래소 정은보 거래시간 연장 동력 회복 급선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여론조사 결과 오전 7시부터 거래를 시작해야 하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애초 목표였던 9월14일 12시간 거래시간 연장 시행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12시간까지 거래 확대를 준비 중"이라며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테스트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거래시간 연장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대표적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정 이사장은 취임 이후 거래시간 연장을 핵심 어젠다로 꾸준히 제시해 왔다.

한국거래소는 연초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올해 6월을 목표로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30분에서 12시간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올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도 "넥스트레이드(NXT)와 경쟁해야 하는데 왜 거래소는 6시간 반밖에 거래를 못 하냐"며 "동등한 경쟁 환경에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9월부터 12시간 거래체계를 도입한 뒤, 내년 12월까지 24시간 거래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12시간 거래체계에서는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30분) 앞뒤로 프리마켓(오전 7시~7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당초 6월29일부터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릴 예정이었으나, 시스템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일정을 9월로 미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순 있으나 일단은 9월14일에 맞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계에선 거래시간 연장이 한국거래소의 무리한 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으로 프리·애프터마켓에서 전종목이 거래될 경우 적은 물량으로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세력이 프리마켓에서 주가를 올려놓고 개인이 따라오면 동시호가에 낮추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늘어난 거래시간에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호가창이 얇아지고, 이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거래 위주인 넥스트레이드와 달리 한국거래소에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참여한다.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에 기관·외국인의 대규모 주문이 들어오면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본부장은 "이런 부작용을 막아낼 방법을 적어도 1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천천히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6월을 목표로 추진하려다 9월로 밀린 것 역시 이사장이 임기 안에 치적을 쌓으려다 무리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상 최고 변동성에 국민 반대 여론까지, 한국거래소 정은보 거래시간 연장 동력 회복 급선무

▲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사상 최대 수준까지 확대된 점도 우려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코스피 지수가 연일 10% 가까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9일 코스피200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하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91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 등으로 ETF 종목 변동성이 커진 점도 우려 요인이다.

8일 SK하이닉스 주가는 7.68% 하락 마감했으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반대로 직전 거래일보다 49.70% 오른 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시호가 시간대 유동성공급자(LP) 호가 공백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일부 종목 거래만 지원하는 넥스트레이드와 달리 더 많은 종목을 지원하고 ETF 거래도 함께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때문에 호가창이 얇은 시간에 변동성 높은 ETF들의 가격이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모든 ETF 거래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ETF를 프리·애프터마켓에 넣을지 계속 고민하는 단계"라며 "정규장과 동일하게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를 도입하고 LP도 참가시켜 변동성 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거래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43.4%가 국내 주식 거래시간 연장에 반대했고, 찬성은 33.3%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5월26~27일과 6월1일 3일 간 전국 만 18세 이상 1512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 이사장으로서는 거래시간 연장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은보 이사장의 임기 중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한국거래소의 시장 지배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거래시간 연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