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사진)의 안전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021년부터 회사의 '안전개발 제조총괄' 사장으로 전사 안전 및 보건 관리 역할을 직접 진두지휘해온 곽노정 대표이사가 반도체 생산현장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 개선 작업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오후 4시경 SK하이닉스 청주공장 4캠퍼스에서 반도체 제조 장비를 옮기던 작업자 2명이 유독 화학물질에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으로 추정되는 액체에 접촉해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TMAH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실리콘 웨이퍼의 세정과 현상 공정에 널리 사용되는 강알칼리성 화학물질이다. 피부나 눈, 호흡기 접촉 시 심각한 손상을 유발하며, 단순 피부 접촉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물질로 알려져 있다.
관계 당국은 세척을 마친 장비가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TMAH가 물기에 섞여 새어나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에서 안전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9일 공장 배관 작업을 하던 작업자 5명이 상부 배관에서 떨어진 화학 물질 '인산'에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5월27일에는 M11 공장 내 반도체 가공 설비에서 불꽃이 튀어 직원들이 약 1시간 동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6월1일에는 청주 4캠퍼스 내 M15 공장과 M15X 공장을 잇는 6층 가스룸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량의 불소가 누출되기도 했다. 이 사고로 인해 1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공장 내 있던 3600여 명의 근로자가 긴급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은 해당 가스룸 내 특정 분배기를 대상으로 가동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연이은 현장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달 4일 전사 안전 체계 점검에 나섰다. 각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재점검하고, 가스 사용 등 일부 고위험 작업은 일시 보류한 뒤 안전조치 확보 여부를 재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대정비 주간을 선포하고 경영진과 관리감독자가 직접 고위험 작업을 점검하는 등 대대적인 체계 정비에 나섰으나, 단 일주일 만에 또다시 유독 화학물질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안전 관리 시스템에 구조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처럼 한 곳에서 사고가 연속해 발생하는 것은 안전관리시스템이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하거나 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장 가동이 중지될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게까지 볼 수는 없겠지만 SK하이닉스의 안전 점검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전시회의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해 직접 사인을 남긴 HBM4E 반도체 웨이퍼 모습. < 연합뉴스 >
화재가 발생했던 청주 4캠퍼스 내 M15X는 회사가 20조 원을 투자해 기존 M15 공장을 확장한 신공장으로,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약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주력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금강유역환경청의 가동 중지 명령과 관련해 "가동 중지 명령 대상이 생산라인 외부 장치라서 메모리 생산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유사한 사고가 라인 내부에서 재발할 경우, 현재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 핵심 제품의 생산 차질과 수익성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송규 협회장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이때, 역설적으로 부주의로 인해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안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잇따른 현장 안전사고를 계기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안전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회사 측은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철저한 화학물질관리 정책을 운영하며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명시했으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안전 지표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청주캠퍼스 화학물질 접촉 사고와 관련해 "사고 경위를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입장은 차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