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0명.’ IBK기업은행 여성 사외이사 수다.
 
27일 올라온 '임원 선임 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신규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장민영 행장 체제 이사회를 완성했다. 하지만 그 안에 여성의 자리는 없었다.
 
[기자의눈] 기업은행 여성 사외이사 '0'명에 '친관' 인사 여전, 지배구조 선진화 거리두기 유감

▲ IBK기업은행이 '교수', '친관' 출신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여성 사외이사였던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25년 초 임기만료로 퇴임한 뒤 지난해와 올해 신규 사외이사를 모두 남성으로 채웠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이사회 의장도 여전히 행장이 맡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이사회 의장과 이사회 산하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외이사 인사를 포함한 경영 전반의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 

이는 분명 은행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 8대 금융지주와 다른 흐름이다.

8대 금융지주는 모두 성별 다양성을 위해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를 분리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등잔 밑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지배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구성원을 들여다보면 관 출신 인사에 ‘감투’가 돌아가고 외부 영입은 교수 출신으로 자리를 채우는 관행도 여전하다.

기업은행은 4월 중순 이사회를 열고 이호형 사외이사, 손종칠 사외이사 등 2명의 이사를 3년 임기로 신규 선임했다.

이호형 사외이사는 금융위원회 고위 관료 출신이다. 관을 떠난 뒤 기업은행 자회사 IBK신용정보 대표를 지냈던 전직 계열사 대표이기도 하다.

이 사외이사는 1965년생으로 전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1990년 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국제협력과장, 자산운용감독과장, 공정시장과장 등을 지냈다.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등을 거친 뒤 다시 금융위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획단장을 맡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IBK신용정보 대표이사 지내고 퇴임했다. 그 뒤 2023년 6월까지는 은행연합회 전무이사로 일했다. 

기업은행 전 경영진이 다시 돌아와 의사결정기구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기업은행은 이번에 선임된 손종칠 이사까지 전체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교수로 학계 쏠림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손종칠 사외이사는 1971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A&M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역 및 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2014년부터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와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사외이사 빈자리를 채웠다. 이 가운데 이정수 사외이사는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의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친관’ 인사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은 2025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제1절에서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기능이 경영진과 유착으로 약화되지 않도록 이사회 과반수를 독립성이 검증된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자의눈] 기업은행 여성 사외이사 '0'명에 '친관' 인사 여전, 지배구조 선진화 거리두기 유감

▲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사진은 장민영 기업은행장. <기업은행>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은 지배구조의 취약점으로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음에도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성원의 전문성 및 관점을 다양성을 위해 주요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를 특정 배경·직업군에 쏠리지 않게 한다는 원칙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외이사들의 이력을 보면 기업은행 지배구조 일반 원칙이 선언적 정책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해도 할 말이 없다.

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과 달리 상장사다.

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이긴 해도 2025년 말 기준 소액주주가 22만8703명에 이른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2억 2108만4361주로 기업은행 발행주식총수의 27.7%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의 지분이 적지 않은 만큼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다양성 확보를 통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는 중요한 과제이자 책무다.

기업은행은 시가총액으로 봐도 4대 금융지주에 이어 은행주 5위권에 속하는 규모를 보이고 있다. 상장 국책은행으로 오히려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행은 앞서 전·현직 임원이 무더기로 연루된 800억 원대 부당대출 사태로 내부통제의 심각한 부실이 드러났다. 내부 견제·감시 기능을 스스로 한층 더 강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업은행은 본업인 은행뿐 아니라 IBK투자은행, IBK캐피탈, IBK자산운용, IBK저축은행, IBK벤처투자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종종 스스로를 ‘IBK금융그룹’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다른 은행계 금융지주와 형식적 조건을 맞추기에 가야할 길이 먼 셈이다. 

기업은행 자체적으로 개혁하기 쉽지 않다면 금융당국이 나설 필요도 있다. 

그러려면 친관 인사로 자리를 채우는 ‘안일한’ 사외이사 선임 관행부터 역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행은 사외이사도 중소기업은행법과 내부 이사회 규정에 따라 기업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금융당국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이사회 의장을 만나고 있지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