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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중동 사업이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 설립 1년 만에 중동 전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네이버의 미래 먹거리인 스마트시티 인프라 사업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2024년 9월10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AI 서밋(GAIN)' 행사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네이버 관계자들과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 관계자들이 아랍어 버전의 거대언어모델(LLM) 인공지능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네이버>
13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취임 후 첫 메시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전선확대 의지를 천명하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조기 종전을 기대했던 시장의 낙관론과 달리 이란이 주변국에 대한 산발적 공격이 지속되면서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사우디는 아직 직접적 전쟁 영향권은 아니다. 또 IT 산업 특성상 제조업에 비해 물류 차질이나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 측도 "아직 사업에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쟁 지역이 주변국으로 확대될 경우 국가 단위 초대형 IT 프로젝트가 집중된 사우디 사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사우디에서 주력하는 디지털트윈,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사업 역시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이다..
클라우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현지 발주처와 긴밀한 협업과 현장 실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 주도 대규모 스마트시티 건설에는 막대한 자본 투입이 전제된다.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금 유치가 어려워지거나, 국방비로 우선 전용될 경우 프로젝트 자체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우디는 네이버 AI 수출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네이버는 사우디 정부와 긴밀히 협업하며 보폭을 넓혀왔다. 2022년 ‘네옴시티’ 사업 수주를 지원하는 ‘원팀 코리아’ 참여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국가 디지털 전환(DX)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23년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MOMRAH)로부터 수주한 약 1억 달러(약 1300억 원) 규모의 디지털트윈 구축 사업은 네이버 중동공략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IT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네이버 제1사옥 그린팩토리(왼쪽)와 제2사옥 1784. <네이버>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은 IT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고, 미국 빅테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어 국내 IT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입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네이버는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국내 IT 기업 중 처음으로 주재원을 파견하고, 2024년에는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했다.
현재 이곳을 거점으로 지도 서비스, 로봇과 플랫폼 제작, 아랍어 기반 AI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수시로 현지를 방문해 사우디 주요 인사들과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등 중동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번 중동 전쟁 사태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사우디 본토에 대한 직접적 타격이 없는 수준에서 분쟁이 관리된다면, 오히려 재난 대응과 도시 관리를 위한 디지털트윈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가 주를 이룬다는 점도 민간 위주 사업보다 회복력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혼란은 있어도 중동의 AI와 IT 인프라 투자 방향성은 결국 이어질 것"이라며 "전략을 잘 가져간다면 중장기적 기회를 더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