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종근당이 지난해부터 도입상품을 공격적으로 늘린 영향이 재무지표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의 공동판매 및 유통 채널이 보령으로 넘어가면서 발생한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공격적인 상품 확장으로 매출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재고가 급증하고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종근당 위식도역류 약 케이캡 공백 메우려 도입상품 확대, 재고 쌓이고 현금흐름 악화 '이중고'

▲ 종근당이 지난해부터 도입상품을 공격적으로 늘린 영향이 재무지표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21일 종근당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재고자산 증가 추이가 눈에 띈다. 

종근당의 재고자산은 2023년 2614억 원, 2024년 3538억 원, 2025년 3분기에는 4019억 원으로 늘었다. 

총자산에서 재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18.6%(2023년) → 24.3%(2024년) → 26.4%(2025년 3분기)로 확대됐다. 재고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장 회수되지 않는 자산에 자금이 묶여, 기업의 운용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상품’ 재고가 493억 원 → 943억 원 → 1337억 원으로 3년 사이 2.7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 전체 재고 확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종근당은 2024년부터 대형 도입품목을 잇달아 확보하며 제품군을 빠르게 넓혔다. 2024년에는 셀트리온의 고덱스·딜라트렌, 바이엘코리아 케렌디아, 대웅제약 펙수클루, 녹십자의 뉴라펙 등, 올해는 바이엘코리아의 넥사바·스티바가·베르쿠보, 화이자의 프리베나,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등 판매 계약을 맺었다.  
 
종근당 위식도역류 약 케이캡 공백 메우려 도입상품 확대, 재고 쌓이고 현금흐름 악화 '이중고'

▲ 상품 도입 확대의 배경에는 케이캡 공동판매 종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케이캡 제품사진. < HK이노엔 >


상품 도입 확대의 배경에는 케이캡 공동판매 종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캡은 2023년 종근당 전체 매출 1375억 원(8.2%)을 기록한 핵심 품목이었지만, 공동판매 판권이 2024년부터는 보령으로 넘어갔다. 

매출 기여도가 높았던 품목이 빠지자 종근당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공동판매 및 유통 상품을 대거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케이캡 공백을 상당 부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 연결매출은 2023년 1조6694억 원에서 2024년 1조5864억으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1조2656억 원을 올리며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 늘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취급 물량이 늘면서 재고 부담도 함께 커졌고, 재고가 판매로 전환되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고 있다. 종근당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23년 3.8회 → 2024년 3.4회 → 2025년 3분기 누적 3.1회로 하락 추세다. 현금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5대 제약사 모두 재고회전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종근당의 하락 폭은 가장 가파르다. 2023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주요 제약사들 재고자산회전율은 △유한양행 4.6회 → 4.4회 → 4.4회 △한미약품 2.4회 → 2.2회 → 2.1회 △녹십자 2.38회 → 1.9회 → 1.8회 △대웅제약 3.1회 → 2.8회 → 2.6회다.

이 같은 재고 부담은 현금흐름 악화로도 이어졌다. 

종근당의 2025년 1~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27억 원) 대비 크게 악화된 수치다. 순운전자본도 2024년 -733억 원에서 2025년 -1075억 원으로 더 확대됐다. 

다만 이러한 흐름을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판매 채널과 마케팅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재고 소진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상품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초기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다 보니 재고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