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생활건강이 북미 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해 영향력이 높지 않다고 평가된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 법인 인수 이후 북미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관세 부담과 운영비 증가가 이어지며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된다.
18일 유통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미국시장 전략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이후 핵심 시장이던 중국에서의 실적이 급락하자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북미를 중국에 이은 차세대 대형 글로벌 시장으로 점찍고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북미 화장품 기업 더에이본컴퍼니를 약 1450억 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인수했다. 2021년에는 헤어케어 브랜드를 보유한 보인카의 지분을, 2022년에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의 지분을 잇달아 인수했다. 북미 지역을 겨냥한 4건의 인수합병에만 약 6051억 원을 투자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1860억 원 규모의 북미 법인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이 가운데 1천억 원은 북미 법인의 운영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860억 원은 북미 법인 자회사인 더에이본컴퍼니 운영자금 지원에 사용된다.
문제는 투자 규모와 의지가 크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이 북미에서 인수한 브랜드 제품의 약 40%가 중국에서 생산되면서 30%의 고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올 3분기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 대비 관세 부담은 8.4~10.8%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쟁사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1800억 원에 확보했다. 이후 2023년 10월 7551억 원을 들여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코스알엑스는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을 활용해 관세 부담을 크게 줄이고 있다. FBA는 아마존 판매자가 물건을 아마존 물류센터로 보내면 아마존이 포장, 배송, 고객 서비스까지 전부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FBA를 활용할 경우 아마존 수수료와 물류비 등이 기준 금액에서 공제되면서 관세가 매출의 55%만 적용된다. 올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대비 관세 비중은 4.6~5.4%에 그쳤다. LG생활건강하고는 관세에서 벌써 4~5%포인트 차이가 나는 셈이다.
▲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를 품에 안으며 북미 시장 내 인지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코스알엑스 제품. <코스알엑스>
성과 격차는 숫자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LG생활건강은 더에이본컴퍼니, 보인카, 더크렘샵, 힌스 등을 잇달아 품에 안았지만 북미에서의 실질적 성과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힌스는 색조 중심 브랜드로 북미 확장성이 낮고 더에이본컴퍼니는 지난해 28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여기에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겹치면서 운영비와 물류비 부담이 모두 뛰었다. 미국 법인 인수 효과가 실적으로 전환되기 전에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북미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인수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서구권 경쟁력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코스알엑스는 미국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이커머스에서 이미 베스트셀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5898억 원으로 2023년보다 21.3% 성장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보다 면세점과 중국 의존도가 높고 구조조정 속도도 다소 더뎠다”며 “브랜드 라인업 역시 럭셔리 비중이 70%를 넘는 만큼 CNP, 빌리프, 더페이스샵 등 차세대 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여전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800억 원, 영업이익 46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8%, 영업이익은 56.5%나 감소했다. 대미 투자 전략뿐 아니라 관세 구조에서도 불리한 고리를 끊지 못한 여파로 풀이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069억 원, 영업이익 919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41.0% 늘었다. 북미 중심의 해외 성장 모멘텀이 실질적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며 체질이 강화된 모습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북미 투자 확대로 영업비용이 늘고 있어 당분간 이익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내수 소비 회복과 해외 실적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