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령화·치매로 중요성 커진 신탁, "보험-신탁 시너지 위해 법 정비 필요"

▲ 김계완 교보생명 팀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보험산업과 신탁’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보험, 특히 생명보험은 누군가가 죽거나 아플 때 보장해 주는 게 주요 역할입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보험 산업과 신탁이 같은 맥락을 가지는 만큼 연관돼서 발전됐으면 합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보험산업과 신탁’ 세미나에서 김계완 교보생명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약 15년을 자산관리자(웰스매니저, WM)로 일하며 고령화 시대 종합자산관리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체감해 왔다.

김 팀장이 몸담은 교보생명은 3년 전부터 종합자산신탁 자격을 획득해 관련 사업을 준비해 왔다.

보험업은 고객 생애 전반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고령층의 생애주기 자산운용, 상속·증여 설계, 치매나 질병 대비 자산보호 등과 직접 연결된다. 이에 자산을 위탁자의 뜻에 맞게 관리하는 신탁업과 접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보험업과 신탁업의 연계는 지난해 11월 보험금이 신탁재산에 포함되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해지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한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 팀장은 생명보험사 입장에서 경험한 신탁업 사례를 들며 “치매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신탁업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탁업은 초고령화 시대 활용도가 높지만 제도적 제약으로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먼저 법령상 포괄적 규제가 적용돼 상품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현재 투자 위험성이 없고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관리되는 ‘관리형 신탁’까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상품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김 팀장은 관련법에 관리형 신탁 개념은 규정돼 있으나 예외조항이 없어 목적에 맞는 차등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고령화·치매로 중요성 커진 신탁, "보험-신탁 시너지 위해 법 정비 필요"

▲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보험산업과 신탁’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패널토론에서도 신탁업과 보험업의 연계 활성화, 정책적 과제 개선과 관련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생각했을 때 신탁 관련법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신탁가능 재산의 범위 확대, 관리형 신탁의 범위 확대, 신탁재산 세제 혜택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규 하나은행 팀장도 신탁 목적에 따른 규제 구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문 팀장은 “신탁을 목적별로 나눠 금융투자신탁업은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고, 그렇지 않은 관리형 신탁 등은 별도의 규제를 적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세부 영역에서는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보험업과 신탁업이 시너지를 내며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치매 환자의 재산이 ‘묶인 돈’으로 방치되는 이른바 ‘치매 머니’ 문제를 고려할 때 사전에 자산 사용처를 지정하는 신탁제도 활성화가 가족 보호와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장] 고령화·치매로 중요성 커진 신탁, "보험-신탁 시너지 위해 법 정비 필요"

▲ 문재규 하나은행 팀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보험산업과 신탁’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보험과 신탁업 동반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은 앞서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미래 한국사회 보험의 역할’ 보고서에서도 언급됐다.

이 보고서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성화려면 신탁 가능한 보험계약의 범위를 일반사망에서 재해사망, 질병, 상해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신탁수익자의 범위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