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래프톤이 인건비 투자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사진은 크래프톤 타워.
22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2025년 상반기 급여·상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로 약 2952억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510억 원) 대비 17.6% 늘어난 수치다.
직원 수도 1년 새 1719명에서 1926명으로 200명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다른 대형 게임사들과는 대조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794명에서 784명으로 소폭 줄었고, 혹독한 경영효율화를 거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4886명에서 3165명으로 급감했다.
크래프톤의 인건비 확대 기조는 업계 내 연봉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게임사 반기 보고서를 집계하면 업계 연봉 상위권에 크래프톤 임직원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장태석 총괄 PD가 57억3500만 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고, 김창한 대표(39억 원),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35억 원), 김상균 펍지 PC·콘솔 본부장(28억 원), 김태형 펍지 PC·콘솔 디렉터(23억 원)가 연봉 순위 최상위권에 기록됐다.
직원 평균급여와 미등기임원 평균급여도 업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직원 평균급여는 지난해 상반기 65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8100만 원으로 24.6%, 미등기임원은 16억75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93.0% 늘었다.
이 같은 크래프톤의 공격적인 인건비 확대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한 보상 차원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위한 선제적 투자로 읽혀진다다. 회사는 2024년 연간 매출 2조7098억 원, 영업이익 1조1825억 원을 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 회사의 캐시카우인 배틀그라운드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PUBG: 배틀그라운드' 포스터.
회사는 앞으로 2029년 매출 7조 원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올해 초 ‘배틀그라운드’에 준하는 대형 지적재산권(IP) 개발을 위해 5년 간 연 3천억 원 수준의 개발비를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펍지 IP가 압도적인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대형 IP의 비중을 40%까지 올려 편중된 매출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목표다.
김창한 대표는 “지금까지 크래프톤의 신작 개발 투자는 다소 제약이 있었고 작년에는 연간 1400억 원 정도만 신작 IP 개발에 소모됐다”며서 “현재 관리할 수 있는 규모와 비용을 고려했을 때 연간 최대 3천억 원까지 자체 개발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작 개발에서 인건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인건비와 더불어 대규모 파이프라인 개발 위한 공격적인 신규채용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같은 인건비 확대는 향후 실적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건비는 고정비용 성격이 강한 만큼 향후 실적이 하락할 때 이익률을 빠르게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게임사와 같이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이 높은 업종은 인건비가 이익 규모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과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이 성장기에 인력을 크게 늘렸다가 실적 악화시기에 구조조정에 나서며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떠안은 사례가 있다.
또한 최근 신작 출시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투자회수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올해 최대 기대 신작이었던 ‘서브노티카2’는 개발 지연으로 일정이 미뤄졌고 ‘어비스 오브 던전’(구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최근 글로벌 정식 서비스 사전예약이 돌연 중단됐다.
올해 출시한 인조이는 100만 장 이상 판매됐지만 콘텐츠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그 외 기대작으로는 2026년 출시가 기대되는 ‘팰월드’ 모바일 정도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기존 프랜차이즈 IP가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기업”이라며 “인건비를 늘리며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