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세실업이 해외 법인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재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잠재적 부담이 부각되면서 재무 위험 노출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한층 예민해지고 있다. 보증 의무가 현실화될 경우 재무건전성 전반에 흔들림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세실업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최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한세실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423억 원, 영업이익 32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9.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9.6%나 급감했다. 원가율 상승에 더해 베트남,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 해외 법인에서 잇따라 순손실이 발생한 것이 실적 발목을 잡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영업이익 감소가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3년과 2024년 영업이익은 전년도와 비교해 각각 6.3%, 15.5% 줄어들며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실적 부진 속에서도 해외 법인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가 상당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세실업이 지주사 및 자회사 차입금에 제공한 보증 규모는 총 3460억 원이며 실제 채무금액은 2439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2026년 말까지 갚아야 하는 단기 채무만 1300억 원을 넘어선다. 올해 보증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가 804억 원, 내년 만기 채무는 573억 원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제3법인 한세TG는 신한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총 251억 원 규모의 보증을 받았으며 실제 채무금액만 해도 210억 원에 이른다. 원단 염색 기업 C&T VINA 역시 KEB하나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 차입에 대해 약 820억 원의 보증이 설정되어 있다. 실제 빚 규모는 650억 원 수준이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제1법인 PT. HANSAE INDONESIA UTAMA, 원단 전문 기업 칼라앤티지 등 다른 해외 법인들도 대규모 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이 걸려 있다.
특히 칼라앤티지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800억 원 이상의 보증이 설정되어 있다. 실제 채무 규모도 600억 원을 웃돈다. 인도네시아 제1법인 역시 311억 원 규모의 보증이 잡혀있으며 채무 금액은 190억 원가량이다.
이처럼 곳곳에 걸린 거액의 보증은 한세실업의 재무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 자회사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한세실업이 채무를 대신 떠안아야 한다. 현재는 장부상 ‘우발부채’로 분류되어 있지만 자회사 실적이 흔들릴 경우 곧바로 한세실업의 채무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해외 법인의 순손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회사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한세실업이 인수한 미국 섬유 제조업체 텍솔리니 내부. <한세실업>
문제는 본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원가 부담이 겹치며 패션·섬유 업계 전반이 부진에 빠져 있는데, 한세실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실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세실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61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563억 원, 2023년 1900억 원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대미 관세 리스크까지 겹쳤다. 2024년 기준 한세실업의 생산 비중은 베트남 39%, 인도네시아 18%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산 제품에 46%,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32%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다행히 지난 7월 확정된 최종 관세율은 베트남산 일반 제품 20%, 인도네시아산 19%로 낮아졌다.
다만 중국을 비롯한 제3국 경유 제품에는 4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기타 동남아산 제품도 관세 인상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세실업 전체 수출 물량의 85% 이상이 미국 시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충격은 불가피하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매출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해 고객사 관세 민감도가 업종 내 가장 높은 편”이라며 “관세 영향으로 원가율이 악화되고 마트 고객사 비중이 줄어 하반기 유의미한 성장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 차입 리스크까지 현실화된다면 재무 구조는 한층 더 흔들릴 수 있다. 실제 한세실업의 부채 부담은 이미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채무보증에 따른 빚까지 떠안게 되면 신용등급과 재무 안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세실업의 부채비율은 2023년 92.2%에서 지난해 100.7%, 올해 상반기에는 111.3%까지 상승했다. 자체 단기 차입금 역시 2023년 3689억 원, 지난해 4245억 원, 올해 상반기 4783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생산기지 확대와 글로벌 거래선 다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차입에 대한 보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증 규모가 늘어나면 신용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