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상생금융’에는 발 빠르게 응답했던 카드업계가 ‘생산적 금융’ 흐름에는 좀처럼 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생산적 금융에 내놓을 ‘카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벤처투자를 포함하는 신기술금융 면허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서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신기술금융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은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금융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생산적 금융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책 방향성을 담은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이번 정부는 금융이 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하도록 ‘생산적 투자처’로 자금 흐름을 돌리자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기업금융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이러한 생산적 금융 흐름에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7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업권 대표 협회장들과 ‘생산적 금융 확대’를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지만, 참석자 명단에 여신금융협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시 “그동안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보증 대출에 의존하고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자 장사’라는 비판에서 카드업계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으로 이자 수익을 내지만 주택담보대출처럼 건당 수십억 원이 오가는 대규모 거래는 취급하지 않는다. 또 카드대출은 금융소비자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도 한다.
그럼에도 상생금융이 금융권 최대 화두였던 시기와 비교하면 카드업계의 생산적 금융 대응은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카드사들은 업계 상생 1호를 차지한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줄지어 상생 방안을 내놨고, 전체 규모는 2조 원을 넘겼다.
생산적 금융 이야기에서 카드사들이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은 2016년부터 카드사 겸영업무로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술금융업)을 허용했고, 현재 전업카드사 8곳 모두 관련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벤처투자 확대에 나설 법적 토대는 이미 마련된 셈이다.
신기술금융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스타트업(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하는 사업으로, 일종의 벤처투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 투자를 통해 생산적 금융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위험 감수 역치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경영 환경과 부족한 투자 역량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본업과 벤처투자 등 신기술금융 투자는 거리가 있다”며 “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업무를 수행할 인력 등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기술금융은 위험도가 높은 투자인 만큼 투자 노하우 등도 중요하다”며 “증권사 등과 달리 카드사들은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아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카드사들의 신기술금융 사업은 약 10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면허만 있고 실질적 투자 집행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BC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는 신기술금융자산이 0원이다.
나머지 우리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를 합쳐도 카드업계 전체 신기술금융자산은 1052억3200만 원이다. 180조 원이 넘는 전업카드사 전체 자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도 이 가운데 신한카드가 보유한 금액이 약 926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한카드는 2021~2022년 그룹 차원에서 조성한 전략적투자(SI)펀드에 출자하면서 신기술금융자산을 크게 늘렸다.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 투자를 좀 더 확대할 여력은 있는 셈이다.
또한 금융업계에서는 지속되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를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에서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역량을 갖추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조혜경 기자
카드사들이 생산적 금융에 내놓을 ‘카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벤처투자를 포함하는 신기술금융 면허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서다.

▲ 이재명 정부의 핵심 키워드로 '생산적 금융'이 꼽힌다. <연합뉴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신기술금융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은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금융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생산적 금융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책 방향성을 담은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이번 정부는 금융이 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하도록 ‘생산적 투자처’로 자금 흐름을 돌리자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기업금융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이러한 생산적 금융 흐름에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7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업권 대표 협회장들과 ‘생산적 금융 확대’를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지만, 참석자 명단에 여신금융협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시 “그동안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보증 대출에 의존하고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자 장사’라는 비판에서 카드업계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으로 이자 수익을 내지만 주택담보대출처럼 건당 수십억 원이 오가는 대규모 거래는 취급하지 않는다. 또 카드대출은 금융소비자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도 한다.
그럼에도 상생금융이 금융권 최대 화두였던 시기와 비교하면 카드업계의 생산적 금융 대응은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카드사들은 업계 상생 1호를 차지한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줄지어 상생 방안을 내놨고, 전체 규모는 2조 원을 넘겼다.
생산적 금융 이야기에서 카드사들이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은 2016년부터 카드사 겸영업무로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술금융업)을 허용했고, 현재 전업카드사 8곳 모두 관련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벤처투자 확대에 나설 법적 토대는 이미 마련된 셈이다.
신기술금융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스타트업(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하는 사업으로, 일종의 벤처투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 투자를 통해 생산적 금융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위험 감수 역치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경영 환경과 부족한 투자 역량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본업과 벤처투자 등 신기술금융 투자는 거리가 있다”며 “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업무를 수행할 인력 등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기술금융은 위험도가 높은 투자인 만큼 투자 노하우 등도 중요하다”며 “증권사 등과 달리 카드사들은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아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업 면허를 가지고 있으나 관련 투자는 거의 없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카드사들의 신기술금융 사업은 약 10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면허만 있고 실질적 투자 집행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BC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는 신기술금융자산이 0원이다.
나머지 우리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를 합쳐도 카드업계 전체 신기술금융자산은 1052억3200만 원이다. 180조 원이 넘는 전업카드사 전체 자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도 이 가운데 신한카드가 보유한 금액이 약 926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한카드는 2021~2022년 그룹 차원에서 조성한 전략적투자(SI)펀드에 출자하면서 신기술금융자산을 크게 늘렸다.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 투자를 좀 더 확대할 여력은 있는 셈이다.
또한 금융업계에서는 지속되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를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에서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역량을 갖추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