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뉴욕에 위치한 건축 자재 판매점에서 한 고객이 9일 카트를 끌고 구리 파이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이미 대규모 감세 법안 통과로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에 대한 지원도 줄여 여러 정책이 인공지능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9일(현지시각) 마켓워치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수입산 구리에 50% 관세를 부과하면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공식 계정을 통해 “8월1일부터 수입산 구리에 50% 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는 반도체 전자 회로는 물론 데이터센터 배선과 송전선 등 인공지능 필수 인프라에 안 들어가는 곳이 사실상 없을 정도다. 관세 부과로 가격이 올라가면 인프라 구축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구축에 1메가와트(MW)당 27톤의 구리가 들어간다. 협회는 미국에서 쓰는 구리와 구리 합금 가운데 절반은 수입산이라는 집계도 내놨다.
금융서비스업체 스톤엑스의 나탈리 스콧-그레이 수석 분석가는 “구리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공장 건설에 필수 재료”라며 “관세로 미국 구리 가격이 급등하면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과 확장에 드는 비용이 즉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구리 가격은 이미 데이터센터와 전선 수요 급증에 대폭 올랐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번 달 8일까지 구리 가격은 약 41% 상승했다. 여기에 관세 인상분이 추가로 붙으면 미국 인공지능 인프라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구리를 미국에 판매하려던 수출국이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회피하려 다른 나라로 물량을 돌릴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반 클라베렌 칠레 외무부 장관은 “새로운 구리 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10일 보도했다.

▲ 알베르토 반 클레베렌 칠레 외교장관(가운데)이 9일 산티아고 외무부 청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미국이 중국과 인공지능 경쟁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인공지능 기술을 원활히 제공하려면 전력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비용 상승으로 자기 경쟁력만 깎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공지능 ‘딥시크’와 자체 반도체를 앞세워 미국 인공지능 산업의 우위에 도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인공지능 주도권 확보를 강조하며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4월25일 열린 제20차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 자리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확고하게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도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는 물론 최근 통과시킨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까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정책만 내놓는 모양새다.
OBBB 감세 규모는 10년에 걸쳐 4조5천억 달러(약 618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안도 담겨 있어 인공지능 인프라에 필요한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개발사 이올리안(Eolian)의 애런 주버티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법안으로 중국의 인공지능 우위가 공고해졌다”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인 관세와 감세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악재로 작용해 중국 경쟁력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인공지능 기업은 가격은 대폭 낮추면서도 미국과 유사한 성능을 제공하며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