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장병규 "나는 게임과 무관한 사람", 그래서 크래프톤은 조 단위 글로벌 M&A 노린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08153228_48369.jpg)
▲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게임·IT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2025년에 조 단위의 인수합병을 예고하면서 IT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025년 1월9일 한국경제인협회 퓨처 리더스 캠프 강연에서 한 이야기다.
장병규 의장은 게임·IT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7년 네오위즈 공동 창업, 2005년 검색엔진 첫눈 창업 후 NHN에 매각, 2007년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 창업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하는 자타공인 게임업계 최고의 ‘마이더스의 손’이 바로 장병규 의장이다.
이런 이력을 갖고 있는 장 의장의 ‘나는 게임과 관련이 없는 사람’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한마디는 장 의장이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크래프톤이라는 기업의 미래 전략을 이해하는 핵심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장 의장은 최근 “들여다보고 있는 인수합병(M&A) 건이 몇 개 있는데, 일부는 2천~3천억 규모고 어떤 것은 조 단위 규모다”라고 말했다.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회사를 창업한 것이 아니라, 게임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산업’이기 때문에 창업했다는 장병규 의장의 말은 그가 다음 인수합병에서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여준다. 바로 ‘글로벌’이다.
◆ 장병규의 시선은 언제나 ‘세계’를 향해있다, 크래프톤의 노림수 두 가지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장 의장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배틀그라운드 IP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장 의장은 예전부터 크래프톤의 대표 지식재산(IP)인 ‘배틀그라운드’가 단발성 IP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IP’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디즈니의 ‘마블’ 세계관을 바탕으로 여러 영화, 만화,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배틀그라운드의 IP를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이야기다.
장 의장은 지난해 3월13일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어디를 가도 맥도날드가 보이듯이 어느 분야에서도 펍지(배틀그라운드)라는 프랜차이즈가 보이도록 하겠다”라며 “외부 제작사와도 협업해 펍지 IP로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배틀그라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IP를 발굴해내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 하나로 단숨에 세계적 게임 제작사가 됐지만, 히트작이 배틀그라운드밖에 없다는 ‘원게임 리스크’에서 여전히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장 의장은 콘텐츠 플랫폼 기업, 유명 IP를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것이 이 두 가지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두 가지 노림수를 달성하는 가장 빠른 방법, 대규모 인수합병
콘텐츠 플랫폼 기업은 배틀그라운드를 포함해 크래프톤이 보유한 IP들이 뻗어나갈 수 있는 ‘방향’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플랫폼 사업 자체가 크래프톤에게 하나의 캐시카우가 되어줄 수 있다.
장 의장은 지난해 9월 숏폼 드라마 회사 ‘스푼랩스’에 12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23년 11월에는 408억 원을 투입해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오버데어의 지분 85%를 인수했다.
글로벌 유명 IP를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강력한 IP를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크래프톤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획자, 개발자에 투자해 새로운 IP를 키워내는 방식으로 IP를 확보해왔다. ‘배틀로얄 장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브렌던 그린을 영입해 세계적 흥행 대박을 터트린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호러슈팅게임 ‘데드스페이스’의 개발자인 글렌 스코필드를 영입해 개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대표적 예시다.
하지만 2천억 원의 개발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실패 이후 장 의장은 완성된 IP를 사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크래프톤은 현재 샌드박스 생존 게임 '서브노티카'를 개발한 북미 게임 개발사 '언노운 월즈 엔터테인먼트', 액션 리듬 게임 '하이파이 러쉬'를 제작한 일본 게임 개발사 '탱고 스튜디오'를 인수해 각 게임들의 후속작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크래프톤의 자금 상황은 어떨까? 장 의장의 이런 포부를 뒷받침해 줄 수 있을 정도로 크래프톤의 ‘곳간’은 넉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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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024년 5월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래프톤은 2021년 2조7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3조 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었다. 하지만 지속적 인수합병 등의 투자를 통해 이 현금성 자산은 2024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5816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5816억 원의 현금성 자산이 적은 규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금 부자’라고 할 만한 수준의 돈도 아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크래프톤이 인수합병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바로 5조 원을 넘어서는 이익잉여금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이익잉여금은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5조815억 원이다. 이는 국내 게임사 가운데 최대 규모로, 뒤를 잇는 엔씨소프트(3조 원대)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물론 이익잉여금이 전부 현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제조시설 투자 비중이 낮고 고정비 부담이 적은 IT기업 특성을 고려하면, 이익잉여금의 상당 부분을 인수합병(M&A)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기업의 현금흐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연결 당기순이익이 2024년 기준 1조3천억 원에 이른다는 것도 크래프톤의 현금동원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이 누적돼 있고, 고정투자가 적은 기업일수록 잠재 자금 동원력이 크다”라며 “다만 추가 동원 가능한 자산이 반드시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실제 보유 자산의 형태에 따라 현금동원력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