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대기업들의 북미 매출이 증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타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 IT·전기전자, 자동차, 제약·바이오 등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IT·자동차' 트럼프 관세 타격 전망, 작년 한국기업 북미 매출 20% 늘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0년 7월29일 텍사스주 미들랜드에 위치한 더블 이글 유정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2024년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2024년 북미 매출은 전년보다 19.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100개 기업의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62조2714억 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매출은 313조5231억 원으로 1년 사이에 51조2516억 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사 대상 기업의 전체 매출도 1042조1534억 원에서 1117조3468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2%에서 28.1%로 2.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IT·전기전자 분야의 북미 시장 매출은 42.7% 증가했다. 

해당 분야에서 지역별 매출을 공시한 12개 기업의 북미 실적은 2023년 3분기 80조646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4조2517억 원으로 34조1871억 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증가율인 26.1%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3분기 미국 매출 규모가 전체의 45.4%인 9조7357억 원이었는데, 2024년 3분기에는 27조305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58.8%를 차지하며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또 회사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3.4%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도 2024년 3분기 미주 매출이 84조677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8조2784억 원보다 24%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미주 지역 비중은 1.9%포인트 증가했다. 

인공지능(AI) 확대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의 북미 매출도 늘어났다. 효성중공업은 해당 기간 2795억 원에서 4397억 원으로 57.3% 증가했고, LS일렉트릭은 6843억 원에서 7687억 원으로 12.3% 증가했다.

자동차 업종도 북미 매출이 늘었다.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23개 자동차 기업의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4조3563억 원에서 2024년 3분기 129조4360억 원으로 13.2%(15조797억 원) 증가했다. 이 기간 자동차 업종의 전체 매출 증가율인 4.8%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현대차와 기아가 북미 지역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현대차는 2023년 3분기 북미 매출 49조509억 원에서 2024년 3분기 57조3826억원 으로 17.0%(8조3317억 원) 증가했고, 기아도 43조7245억 원에서 48조9473억 원으로 12.0%(5조2228억 원) 늘었다.

다만 이차전지 업종은 북미 매출이 감소했다.

2023년 3분기 8조724억 원이었던 북미 매출은 2024년 3분기 6조2191억 원으로 23.0%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도 35조6719억 원에서 22조7843억 원으로 36.1% 급감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의 매출 감소폭이 컸다. 2023년 3분기 1조3225억 원에서 2024년 3분기 500억 원으로 96.2% 줄어들며 북미 매출이 축소됐다. SK온도 이 기간 1조6341억 원에서 9348억 원으로 4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역별 매출을 공시하지 않아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이 밖에 조선·기계·설비, 석유화학, 철강, 유통 업종 순으로 북미 매출이 감소했다. 이 가운데 조선·기계·설비 업종은 7171억 원(-7.7%), 석유화학은 7005억 원(-7.7%)이 각각 줄었으나, 글로벌 전체 매출 규모는 각각 4.3%, 4.4% 늘었다. 

리더스인덱스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본격적으로 적용할 경우, 올해 한국 대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며 “특히 반도체, IT·전기전자,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들의 북미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해당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