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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잡는다고?

정의길  egil@hani.co.kr 2024-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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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잡는다고?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2024년 10월9일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의 산탄데르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의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 때문일 것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바이든 행정부 때에는 2021년부터 물가가 빠르게 올랐다. 2022년 6월에는 인플레이션이 9.1%을 보여 4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인플레이션은 미국 국민들에게 음식값 등에서 체감 물가를 높이고, 실질 소득도 줄어드는 효과를 줬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그 책임을 당연히 현 집권당의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게 물을 것이고, 야당 후보인 트럼프는 상대적인 우위에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경제에서는 트럼프가 해리스 보다도 더 잘 것이라고 유권자들은 응답하고 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에게는 최대 이슈이기도 하다. 지난 8월 시비에스(CBS)의 여론조사를 보면, 등록 유권자의 76%가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통령을 선택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도 해리스와 겨눈 대선 토론회에서 “누구도 전에 보지 못했던 인플레이션이다. 아마 우리 나라 역사상 최악이다”고 공격하며 바이든 행정부 책임을 물었다.

그럼,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어 재집권하면, 인플레이션 문제는 개선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8월에 2.5%로 3년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안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은 9월에 0.5%포인트, 빅컷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이제 안정화되는 미국 인플레이션을 더욱 완화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 다수는 부정적이다. 트럼프 경제경책을 일컫는 '트럼프노믹스'는 관세인상, 해외 아웃소싱 반대, 국내 노동력 활용에 의한 생산과 소비 강조 등이다.

그는 집권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0% 보편관세, 특히 중국제품에는 60% 고율 관세를 공약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건설하고, 미국을 사고, 미국을 고용한다”라고 약속하면서, 해외 생산자로부터의 아웃소싱을 억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멕시코 같은 곳으로 일자리나 공장을 보내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고까지 말한다. 트럼프는 또 미국 내의 무자격 이민자 추방, 연준의 독립성 부정을 다짐하고 있다.

고율의 관세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원리이다. 최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를 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현재 보다도 4~6%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이 2%대이니까, 트럼프가 집권해서 그런 효과가 입증되면 6~9%가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강조하는 이민자 문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 이번 미국 인플레이션에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었다. 코로나19라는 보건 사태로 일자리가 채워지지 못한 상황으로 공급망 교란이 일어나서, 물가가 폭등했다는 것이 보편적 분석이다.

트럼프 집권으로 대대적인 무자격 이민자 단속은 미국 노동시장에서 저임 노동자의 퇴출을 부를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 사태 때 노동력 부족은 일시적이었지만, 트럼프 집권이 부를 이민자 단속은 중장기적으로 노동력 추방 사태를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인플레이션 대처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연준의 독립성 부정도 심각하다. 연준은 어떤 정권에서도 크게 눈치안보고 인플레 대처를 해왔다. 연준의 이런 독립성과 기능을 부정하고, 자신의 정권 이해에 종속시킨다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대처 역량은 크게 훼손될 것도 분명하다.

트럼프가 미국 내 노동력을 이용한 생산을 강조하고, 해외로 나가는 아웃소싱을 부정하는 것은 미국 경제의 경쟁력 훼손 정도를 넘어서 소비자에게는 큰 재앙으로 다가 올 것이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아웃소싱 반대는 본질적으로 미국 기업들에게 해외의 값싼 노동력 접근 등 비용 절감을 막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더욱 훼손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노동력에 대한 수요도 감축할 것이다.

아웃소싱은 기본적으로 노동 대 자본의 문제이다. 자본 입장에서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면 이익이 증가하지만, 국내 노동력은 그 비용을 치르는 것은 사실이다. 그 해결책은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고, 그 수입의 일부를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이런 방안이 기업과 자본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그는 아웃소싱을 반대하면서, 기업에게는 대폭적인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기업대로 경쟁력을 잃고,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그 비용을 짊어지게 된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워튼경영대학원의 예산모델은 해리스와 트럼프 집권시 10년 뒤의 미국 재정적자를 추산해봤다. 이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가 집권하면,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2034년에 1조2천억 달러가 더 늘어난다. 큰 액수이나 트럼프 집권 때에 비하면, 약소하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5조8천억 달러가 더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라는 인물의 부상은 미국 모순의 상징이다. 백인 중하류층이 그에 열광하는 것은 미국의 민주당이나 주류가 보여준 가식과 허위에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하는 트럼프가 그들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 더 큰 모순을 뿌린다는 데 모순의 핵심이 있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낙선해도, 문제는 그런 트럼프를 대체할 인물이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없다 점이다. 이는 미국의 비극이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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