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정부의 금융정책 방어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기조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민간금융사의 내부통제부터 막대한 가계부채까지 여러 현안들이 이번 금융위와 금감원 국감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관료' 김주현과 '검사' 이복현 두 번째 국감, 윤석열 금융정책 방어 총력 태세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감에서 김주현 위원장은 관료 출신 다운 안정적 발언, 이복현 원장은 검사 출신 다운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 같은 답변 스타일이 올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감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금감원 국감은 1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각각 열린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출석하는 종합국감은 27일로 예고됐다.

정무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11일 금융위 국감에 출석할 증인과 참고인 명단을 확정하는 등 국감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금융위 국감에는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와 마크 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애초 예상과 달리 회장급 인사가 증인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주목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국감 역시 정부의 금융정책을 향한 의원들의 날선 질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금융당국 국감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점점 늘어나는 가계부채,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스), 은행의 높은 예대마진, 금융권 사회적 책임 등이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금융권의 미흡한 내부통제는 주요 이슈로 다뤄졌는데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도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KB국민은행 등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이슈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천억 원으로 5달 연속 증가세 이어갔다.

대출의 건전성도 주의 깊게 지켜볼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연체기간 3개월 미만 요주의여신 총액은 6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9.3%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연체액도 7조3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부터 국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받은 부동산PF 관련 불씨도 여전히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최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분위기 속 미국의 국채금리가 뛰는 등 불확실성이 다시끔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금융시장은 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신뢰 강화 측면에서라도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각 정책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적극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어떤 답변 스타일을 보여줄지도 이번 국감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지난해 치른 국감 데뷔전에서 각자의 스타일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진출해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책 이해도와 조율 능력 등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 원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4부 부장검사,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 등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관료' 김주현과 '검사' 이복현 두 번째 국감, 윤석열 금융정책 방어 총력 태세

김주현 위원장(왼쪽)과 이복현 원장이 2022년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관료의 일이 여러 부처와 의견을 조율해 최선의 정책 방향을 찾는 데 있다면 검사의 일은 변호사와 다퉈 자신의 주장과 추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있다.

이에 걸맞게 지난해 국감에서 김 위원장은 갈등 조정에 중점을 둔 안정적 답변, 이 원장은 직설적이고 소신 있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2018년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과정에서 위법적 요소가 있었는지를 놓고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는데 이 때 역시 김 위원장이 “금감원장 입장에서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들은 21대 국회 마지막 정무위 국감 역시 정책 중심의 국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무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법안 발의 과정 등에 고민했던 부분들을 놓고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정무위는 기본적으로 다른 상임위와 다르게 정책 중심으로 많은 질의가 오가는 곳으로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증인 채택 과정에서 애초 의원들이 신청했던 것보다 대폭 줄면서 김이 좀 빠진 경향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부정책을 감시하는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하는 알찬 국감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