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으로 읽는 경제] 육식이 부른 식량위기, 충식(蟲食)이 대안일 수 있다

▲ 기후위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는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사진은 소말리아 돌로우에서 한 아이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제공한 식품을 먹고 있는 모습. < WFP 홈페이지 >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먹는 일이 너무나 당연한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처럼 보이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한 끼 식사를 제 때에 충분히 공급하는 과정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먹고살기 힘들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일상 언어일까. 

먹거리 중에도 육식은 동물들 사이에 가장 널리 퍼진 식사 양식이다.

육식에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포식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몸과 비슷한 영양성분을 포함한 먹이를 섭취함으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쉽게 획득한다. 단백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소화가 잘돼 자신의 몸에 잘 흡수되니 육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물학자들은 원숭이가 채식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야생에서 자세히 관찰해보니 원숭이를 포함한 영장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육식과 채식을 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육식의 재료 대부분은 곤충인데 나뭇잎과 열매를 먹는 과정에서 애벌레가 나오면 그 벌레를 뱉지 않는다. 오히려 나뭇잎과 열매를 털어버리고 곤충을 밝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보이기만 하면, 구할 수만 있으면 단백질 덩어리인 고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왠 고기 타령이냐고요? 보통 기근은 전쟁이나 돌발적인 자연재해에서 비롯되는데 기후위기로 심각한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기후재앙으로 야기된 기상이변으로 식량에 위협을 주고 있는 변수들이 더 크게,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식량위기가 비롯되었지만 식량 생산이 더 큰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육류 생산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단연 첫 번째다.

오늘날 인류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표면의 4분의 1 이상을 쓰고 있으며 지난 300여 년간 북아메리카 대륙에 해당하는 숲과 초원이 목초지로 바뀌었다. 

작은 면적의 우리나라에도 거의 모든 지방마다 각자 유명하다는 지역 브랜드 '한우'가 있고, 삼겹살로 대변되는 돼지고기는 또 얼마나 많이 먹는지. 1년간 약 10억 마리를 소비한다는 닭까지. 세계 최정상급 육식 국가가 된 부자나라 대한민국 국민이 먹는 소와 돼지, 닭의 물량을 공급할만한 사육 시설을 생각해보면 '미국, 캐나다만큼의 넓은 땅이 필요하겠구나' 쉽게 짐작이 된다.   

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세계 인구는 80억 명에서 100억 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의 식량 체계로 과연 이 많은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아마존을 파헤치고 열대우림을 파괴하며 만든 경작지에서 생산하는 옥수수와 콩이 온전히 인간의 식량으로 쓰이면 그나마 굶어 죽는 사람은 없을 텐데 잘 사는 나라의 가축을 먹이기 위한 사료로 대부분 사용되고 있으니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굶는다. 

늘어나는 인구 이상으로 축산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비례한 사육 규모의 확대로 더 많은 목초지, 가축의 먹이로 사용될 곡물, 곡물을 키우기 위한 농경지, 물과 석탄 에너지가 무한정 쓰이고 있다. 사육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소와 돼지, 닭 같은 몇몇 가축만 관리하다 보니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 열병, 조류 독감 등 전염병에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멧돼지도 괜찮고, 저희끼리 서로 좋아 자연 교배하는 소도 닭도 다 괜찮은데, 사육장 안에 인공 수정시킨 놈들은 반경 3km 이내 구제역과 조류 독감이 발병하면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된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이, 먹기 편한 고기를 생산하느라 선택된 정자만으로 수정시키는 극단적인 유전자 말살 방법을 시행하는 인간이 원죄를 갖고 있는 데 애꿎은 가축들만 집단 몰살을 당한다.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 열병, 조류 독감, 등 가축들의 전염병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천문학적인 돈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매년, 매일 지출하는 엄청나고 어처구니없는 비용을 국민들에게 나눠주면 고기값의 몇 배가 될 것이다.

축산이나 생물다양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혈세를, 공무원들의 노동력을 허송세월하며 무의미하고 쓸데없이 허비한다는 뜻이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육식이 부른 식량위기, 충식(蟲食)이 대안일 수 있다

▲ 미국 '엑소'의 귀뚜라미 단백질바(왼쪽)와 한국 '이더블버그'의 밀웜쿠키. <홈페이지 캡처>


거의 모든 동물이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질 높은 식사 양식인 육식. 그렇지만 막대한 자금과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쏟아 부으며 끊임없이 동물을 죽이는 과학축산의 방식을 계속 고집해야 할까?

'너무 잔인하고, 온실가스를 치명적으로 늘리는 일이라 결국 기후위기의 원흉이 될 것이다'라며 사람들에게 윤리적인, 환경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고기를 '먹지 말자' '절대 육식은 안 된다'라고 설득한다면? 플래카드 펼쳐놓고 우리 후손들을 위해 '그린(green)'을 먹어야한다고 호소하면? 

질병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빈곤층이 세계의 절반이다. 굳이 아프리카를 논하지 않아도 세계적인 절대치로 따져볼 때도 훨씬 더 많은 인구가 가난하며 만성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적 사랑을 발휘해서 부유한 나라 사람들이 고기를 덜 먹는다면 체중을 줄이고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산을 낮추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기후위기를 함께 막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제안하면? 

모두 공감은 하지만 망설이며 고기에 대한 욕구를 초월해 보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세계적인 식량 불균형 상황이지만 축산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고기에 대한 선호도를 넘어 육식을 미식으로 승화시키며 광적으로 집착하는 좀비 프로그램까지 있으니 막아 세우기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이미 자연이 우리에게 부과한 한계를 분명히 넘겼고 최근의 가축에 대한 약탈적 축산 형태를 극복 못 하면 더 이상 인류는 살아남지 못할 게 분명한데 그냥 넘길 수도 없다. '고기를 먹지 맙시다'가 아니라 '건강한 고기를 먹읍시다'로 고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마음 편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그동안 계속되어온 음식 섭취 방식을 바꿔야 할 때이다.
 
가축을 사육할 때 동물이 먹는 사료의 무게에 대해 늘어나는 동물의 무게를 나타낸 것이 사료 전환 효율(ECI: Efficency of Conversion of Ingested Food). 소를 키워 1g(그램)의 단백질을 얻으려면 돼지를 키울 때보다 2배의 먹이가 필요하다. 닭을 키울 때와 비교하면 8배가 더 든다.

간단히 말하면 소고기는 닭고기보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8배쯤 부담을 더 준다는 이야기다. 비교 값이 없어 정확하지 않지만 곤충은 어떠한 사료나 물을 먹지 않으므로 한 1만분의 1쯤 되질 않을까. 
 
[곤충으로 읽는 경제] 육식이 부른 식량위기, 충식(蟲食)이 대안일 수 있다

▲ 곤충은 대략 2천만 종으로 추정한다. 전 세계 생물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무궁무진한 단백질 덩어리 고기인 곤충은 지상, 지하, 민물, 바닷물 등 거의 모든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환경 적응 능력을 자랑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뜬금없이 곤충을 거론한 것은 아니다. 현재 80억 명의 인간은 단 1종. 곤충은 대략 2천만 종으로 추정한다. 물론 기후위기로 종류나 개체 수가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지만 세계 생물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무궁무진한 단백질 덩어리 고기인 곤충.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고기에 대한 굶주림을 충족하기 위해 이미 유인원 조상으로부터 이런 습관을 물려받았을 것이다.

현재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비롯 전 세계 인구의 3분이 1이 곤충을 먹고 있다. 쭉 먹어오던 곤충을 멀리하게 된 이유는 가축 사육이 정착하면서 굳이 곤충으로부터 단백질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리라. 기후위기를 막고, 마음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자연이 내려준 식재료를 다시 활용할 시기가 도래했다. 

곤충에 대한 혐오와 무섭다는 선입견만 극복하면 가장 안전하고 먹을 만 한 식량이다. 곤충을 먹는다는 것, 경제적 횡재일 뿐만 아니라 기후를 위한 사회적 필요가 된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