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따른 파장이 정치권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경력과 능력을 고려해 적합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시절 함께 일했던 한 후보자를 법무부 수장에 앉히면서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14일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 발탁을 두고 검찰을 통치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며 강도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개혁 완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건 국민, 심지어 검찰 안에서도 놀랐을 것”이라며 “이건 국회에 대한 일종의 윤석열 당선인의 선전포고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이 분리되면 법무부가 별도 수사기관을 관장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현재도 법무부 장관은 특검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이런 자리에 황태자라고도 불리는 한동훈을 넣어서 공안 통치를 분명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닌가 싶다”고 바라봤다.
이어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검증하겠다”며 “검찰이 워낙 많은 사안 수사를 안 해서 처벌받지 않은 사건들이 많으니 하나하나 파헤쳐 보겠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동훈 내정은 망국인사다”며 “문고리 소(小)통령에 의한 국정농단의 위험한 전조니 암덩어리가 되기 전에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고 강하게 반감을 드러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도 한 후보자를 두고 ‘그냥 법무장관이 아닌 왕장관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검찰 수사권 폐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대가 전쟁을 하겠다면 우리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저들이 민생을 팽개치고 검찰독재로 폭주할 때 우리는 민생과 개혁으로 맞서야 한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만 생각하면 검찰 정상화 입법에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며 “당이 선택했으면 결과를 내놔야 하고 그 결과를 위해 저도 힘을 보탤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민주당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 역시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폐기된 검사동일체를 더욱 강력히 되살려 아예 대통령검사동일체를 꾀하는 모양새다"며 "윤 당선인은 대통령과 검찰의 동일체를 상징하고 검찰공화국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는 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역시 같은 날 논평을 내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수사에 전문성이 있다는 것과 법무행정에 전문성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역량"이라며 "이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윤 당선인의 검찰공화국 회귀 시도의 본격화가 아닌가 하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이번 인사를 두고 능력을 고려한 인사라며 수사지휘권이 없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칼 대신 펜을 쥐어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후보자 역시 수사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전날 인사가 발표된 뒤 "(수사지휘권 폐지는) 당선인이 약속한 것이고 나도 지난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의 해악을 실감했다"며 "내가 취임하더라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법무부 장관 인사로 그동안 추진된 검찰개혁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발탁한 게 ‘검찰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검찰수사권 폐지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폐지의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한국형FBI도 사실상 법무부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 큰 의미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의 발탁으로 검찰 안에서 윤석열사단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로 김오수 검찰총장(20기)뿐만 아니라 이성윤 서울고검장(23기),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26기)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인사들보다 후배다.
총장보다 기수가 7계단이나 아래 장관을 임명한 기수파괴 인사인 만큼 검찰 내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례대로 장관 윗기수에서 줄사퇴가 일어나면 주요보직 빈자리를 윤석열사단이 채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후보자를 포함해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박찬호 광주지검장,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여환섭 대전고검장, 이복현 부장검사 등이 윤석열사단으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이복현 부장검사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한다며 13일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