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대희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지 24일만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새 국무총리에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내정됐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안 후보자는 대법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하며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성역없는 수사로 소신을 보여줬다”고 총리 지명이유를 밝혔다. 민 대변인은 “안 후보자가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내각개편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라는 초유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숙고 끝에 내놓은 카드라는 점에서 안대희 후보자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안 후보자는 이날 “모든 것을 다 바쳐 최선을 다하겠다”며 “비정상적 관행을 제거하고 공직사회를 혁신할 것”이라고 총리직에 임하는 의지를 보였다. 또 안 후보자는 "헌법이 명한 대로 대통령을 보좌해 대통령이 여러차례 밝힌 국가개조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국가가 바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진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안대희는 누구
안대희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는 1955년생으로 경남 함안 출신이다.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행정학과 재학중인 스무살 때 제17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대학교는 중퇴했다. 안 후보자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고시 동기다.
안 후보자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1980년 25세로 최연소 검사가 된다. 이후 서울지방검찰청 특수1, 2, 3부 부장을 모두 거쳤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법관을 역임한 것이 공직생활의 마지막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법관을 퇴임한 안 후보자를 직접 찾아 삼고초려해 대선캠프에 영입했다. 안 후보자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당공천제 폐지와 책임장관제 등 주요 정치쇄신 공약을 내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안 후보자는 대선 캠프에서 박 대통령이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영입하자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 전 비서실장의 로비사건을 직접 수사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을 이끌어낸 일이 있다.
안 후보자는 대선 이후 정치계를 떠나 변호사 사무실을 꾸려왔다. 안 후보자는 새누리당을 떠나며 “임무가 끝났으니 떠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가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였다. 안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장으로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의 이른바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다. 이 사건으로 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비롯해 최돈웅 의원 등 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염동연 전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검찰로 불러내 ‘국민검사’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 일로 검사 최초 팬클럽이 결성되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보수적이라는 외부의 평가와 달리 대법관 재직시절 45번의 전원합의체에서 11번의 소수의견을 내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특이한 점으로 김황식 전 총리가 대법관 시절 5번의 소수의견을 냈는데 이 중 안 후보자는 4번 동조하면서 유사한 성향을 보였다.
◆ 안대희 지명 배경과 우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줄곧 총리후보로 오르내렸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로 지명했을 때 대부분 예상했던 인사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후보자는 대선자금 수사로 대중적 지명도와 인기를 얻었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강직한 검사로서 이미지를 구축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에도 맞서면서 더욱 대쪽같은 인상을 각인시켰다. 대통령에게도 고언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추진할 공직사회 쇄신과 국가개조에 걸맞는 인물로 여겨진다.
특히 안 후보자는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야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대통령과 측근까지 수사한 것으로 소신이 투철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안 후보자에 대해 “평소에 겸손하고 소탈하지만 결정이 필요할 때 강한 소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공직생활을 오래하며 재산을 축적하지 않아 청렴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안 후보자는 법원과 검찰청에 가까운 서울 강남에 자리잡는 대부분 법조인과 달리 오랜 세월 강북에서만 살아왔다. 2010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고위 법관 평균 재산의 절반 수준인 8억을 신고했다. 검사생활과 대법관을 거치면서 특별한 흠결사항이 없어 인사 청문회를 어렵잖게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그를 지명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총리에 이어 또다시 법조계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면서 박 대통령의 인선이 너무 치우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정 총리가 법조인 출신으로 행정능력과 조직장악력을 기대만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 후보자에 대해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임될 경우 안 후보자는 김 실장의 법조 후배라 과연 ‘1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일 때 안 후보자는 부장검사였다.
이번에 안 후보자가 총리로 지명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부산경남 출신의 지역편중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소장과 감사원장, 검찰총장에 이어 총리까지 부산경남 출신이 등용됨으로써 ‘지역안배’는 완전히 깨졌다. 지난해 8월 김 비서실장 등장 이후 박근혜 정부 요직에 부산경남 출신 인사편중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능력 중심의 등용이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이번 총리가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고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이행하는 등 과제가 많다는 점을 들어 ‘정무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왔는데 안 후보자가 과연 이런 조정에 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안대희의 과제는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갑자기 국무총리 지명 통보를 받아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당혹스럽다”고 말해 총리직의 무게를 전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총리가 사임한 뒤를 이어 총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은 더욱 크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안 후보자는 기자회견 첫머리에 “세월호 사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의 가장 큰 과제는 민심을 추스르는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를 불신하고 반감까지 품게 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대규모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큰 폭의 개각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안 후보자가 국회의 동의를 거쳐 국무총리로 임명되면 빠른 시일 내에 안 후보자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초기 내각 때부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안 후보자의 과제다. 개각과정에서 처음부터 인사와 관련한 논란이 나온다면 안 후보자가 행정부를 정상적으로 이끌어나가기는 어렵다.
또 박 대통령이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발표한대로 새롭게 신설되는 재난안전처와 행정혁신처의 조직을 연착륙시키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재난안전처와 행정혁신처의 역할이 예상보다 중요한 만큼 조직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 이를 지휘할 총리의 역할도 막중하다. 신설조직을 이끌 첫 총리로서 안 후보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신설조직이 초기부터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설조직을 지휘할 강단있는 모습이 필요한 이유다.
국무총리라는 자리를 ‘책임총리’로 만들어 내는 것도 안 후보자에게는 과제다. 물론 그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지만 안 후보자가 또다시 ‘얼굴마담형 총리’가 된다면 세월호 참사에 이은 신임총리 발탁과 개각이라는 의미는 희석될 것이다.
특히 안 후보자가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 ‘책임총리제’를 제안한 만큼 기대가 높다. 책임총리제는 안 후보자와 박 대통령이 함께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만큼 지금 안 후보자를 총리로 부르는 것은 책임총리제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안 후보자가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박 대통령 의견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책임총리제를 도입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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