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신뢰 높이는 한승희, '탈세자는 엄하게 저소득층은 따스히'

한승희 국세청장(왼쪽)이 11일 서울 중구 동대문 패션타운 제일평화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소득자의 탈루행위에는 예리한 칼날,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에게는 따뜻한 지원." 

한승희 국세청장이 이처럼 강조하는 '엄정한 조세행정'과 '도움되는 세무지원'의 조화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자칫 조세저항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에 국세청을 바라보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21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들어 고소득자의 각종 탈세행위를 차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세청은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 변칙적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고소득사업자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대부업자, 고액 임대업자, 학원스타강사, 인테리어업자, 부동산개발업자 가운데 변칙적 방법으로 탈세한 혐의가 있는 203명이 대상자다.

또 국토부가 개발한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처음으로 활용해 주택임대소득 탈루혐의자 1500명의 세무검증을 실시한다. 검증 결과 탈루규모가 크면 세무조사로 엄정하게 추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8월에는 편법 증여 등 부동산 거래 탈세혐의자 360명을 두고 세무조사도 착수했다.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 개인 28명을 대상으로도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과 대재산가 위주로 조사대상자로 선정해 왔으나 중견기업주 가족과 연예인, 의사, 교수 등 고소득 전문직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러한 국세청의 행보는 한승희 청장이 예고한 대로다. 한 청장은 8월28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공평과세를 구현할 것”이라고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제시했다. 

한 청장은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주는 역외탈세, 대기업·대재산가의 탈세 등 반사회적인 지능형 탈세에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청장이 대재산가와 고소득자의 탈루를 파고들고 있는 것을 놓고 조사국장 출신의 전문성이 발휘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청장이 말했듯이 국민이 공평과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뼈대로 하는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야당 등 일각에서 ‘조세폭탄’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저항의 여론이 확산되면 정부의 정책여력이 제한된다. 반면 조세행정을 향한 국민의 신뢰가 높다면 정부 정책이 공감대를 얻기 쉽고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청장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한 청장은 요즘 가장 민감한 부분이 된 부동산 과세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부동산 거래를 통한 세금탈루도 철저히 방지하겠다”며 “부동산 과열징후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연소자·다주택자 등의 주택취득자금 변칙증여 혐의를 엄정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청장은 최근들어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인다.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때 한 청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옆에 함께 자리했다. 그만큼 이번 정책에서 국세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청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생계 논란이 한창 전개되던 8월16일에는 직접 브리핑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 세무조사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국세청장의 직접 브리핑 자체가 20년 만에 있는 일로 매우 이례적이었다.

민생을 챙기려는 시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20일 근로·자녀장려금 1조7537억 원을 추석 전에 조기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대의 지급 규모다. 근로장려금은 저소득자 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세금 환급 방식으로 지급된다.

한 청장은 11일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상인들을 만나 '민생지원 소통추진단'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한 청장은 “현장 중심 소통을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세무부담을 축소하고 맞춤형 세무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