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상품 설명과 홍보문구로 채워졌던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의 콘텐츠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전통 광고 콘텐츠에서 벗어나 스토리와 작품성을 강화한 ‘정극’ 드라마와 예능,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인데 이들 콘텐츠는 회사 브랜드나 상품도 전면에 노출하지 않는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아보는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남길 드라마부터 사내연애 예능까지, 금융사 유튜브는 '콘텐츠' 전쟁 중

▲ KB국민은행이 배우 김남길씨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기업금융 오피스 드라마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 KB국민은행 유튜브 영상 갈무리 >


12일 시중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권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드라마부터 숏폼 시리즈까지 흥미를 끄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KB국민은행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배우 김남길씨가 출연하는 기업금융 드라마 ‘K기업 비긴즈(Begins)’를 공개하고 있다.

K기업 비긴즈는 배우 김남길씨가 KB국민은행 기업금융 RM(Relationship Manager) 김영진 차장으로 등장하는 4부작 기업금융 ‘드라마’다. 10일 저녁 3회가 공개돼 이제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있다.

절찬리 방영 중인 이 드라마에는 김영진 차장 외에도 은행 동료들과 동네 인쇄소 식구들, 거래처 직원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물론 KB국민은행의 기업금융 부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상품이나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대사는 없다. 15분 분량의 각 에피소드에는 오전 업무 미팅을 하고 회사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고 영업을 뛰는 여느 오피스 드라마의 장면들이 이어진다.

스타 배우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만큼 조회 수와 댓글 반응도 뜨겁다. 2주 전 공개된 1편은 조회 수가 140만 회를 넘어섰고 2편 역시 일주일 만에 80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확보했다. 각 회차 마다 댓글이 300~400개 달리고 있다.

우리카드는 실제 직원들이 출연하는 사내 소개팅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늘부터 WOORI(우리)는’을 자제 제작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지난해 연말 공개한 사내 소개팅 영상이 좋은 호응을 얻은 뒤 이번에는 단체 합숙 포맷으로 다시 돌아왔다. 실제 우리금융그룹 직원들이 출연해 데이트를 하고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선택하는 구성이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여느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

스튜디오 패널도 회사 기업영업기획팀, 카드금융팀, 기업문화혁신팀 직원이 맡았다.

흥미진진한 ‘남의 연애’ 이야기, 그것도 주변에 있을 법한 회사원들의 이야기로 ‘오늘부터 WOORI는’은 우리카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뛰어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유튜브 채널에도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는 인기 콘텐츠가 있다.
 
김남길 드라마부터 사내연애 예능까지, 금융사 유튜브는 '콘텐츠' 전쟁 중

▲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애니메이션 콘텐츠 '동물원정대' 2편 티저 이미지. <미래에셋증권>


세계적 인기를 끈 ‘케이팝 데몬헌터스’, ‘인사이드아웃2’ 등에 참여한 스태프를 배출한 청강문화산업대와 산업협력으로 제작한 금융교육 애니메이션 ‘동물원정대’다.

이 콘텐츠는 캐릭터들이 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하는 여정을 담은 1편 ‘동물원정대: 희망의 나무를 찾아서’에 이어 최근 후속작 ‘동물원정대: 검은 그림자를 찾아서' 에피소드가 올라오고 있다.

교육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 영상은 어디에도 금융에 관한 직접적 언급이 없다.

중절모를 쓴 대장 호랑이 ‘티거’와 안전이 제일인 북극곰 ‘폴라’, 동영상 스트리머이자 과감한 성격의 ‘오로라’, 정확한 데이터를 무기로 팀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거북이 ‘터틀’의 모험 이야기는 그냥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1편 몰아보기 영상에는 댓글이 450개 가까이 달렸고 7일 올라온 2편 첫 번째 영상에도 3일 만에 댓글이 400개가량 쏟아졌다. 캐릭터들이 위기에 처한 마을에 이어 이번에는 사라진 친구를 구할 수 있을지 일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감이 넘친다는 댓글들이 많다.

미래에셋증권의 동물원정대는 영어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영어 외에도 힌디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모두 13개국 언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물원정대 1편 이야기는 동화책으로도 제작됐다.

금융상품과 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콘텐츠 마케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고객 체류시간과 브랜드 노출을 늘리는 동시에 젊은 세대와 잠재 고객에게 금융을 쉽고 친숙하게 전달하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편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속에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은 상품보다 브랜드를 팔아야 하는 산업”이라며 "특히 젊은 층일수록 광고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