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휴온스랩' 합병 만만찮다, 중복상장 규칙으로 '주주동의 절차 강화' 가능성

▲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 절차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휴온스그룹이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의 비상장 자회사 휴온스랩을 상장 자회사 휴온스에 합치는 과정에서 정부의 새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라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휴온스랩이 휴온스그룹의 바이오 핵심자산으로 판단된다면 휴온스글로벌로서는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해 주주동의를 받는 데 더 많은 관문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휴온스그룹에 따르면 현재 휴온스글로벌은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과 관련해 임시 주주총회 일정과 세부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

휴온스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이번 합병은 휴온스가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는 구조다. 합병비율은 휴온스와 휴온스랩 1대 0.4256943로 예정돼 있다. 휴온스는 이 안건을 놓고 주주들의 승인을 받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8월21일 열기로 예정해 놓은 상태다.

휴온스글로벌이 임시 주총 일정을 검토하는 이유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합병 주체는 아니지만 합병 전 기준으로 휴온스 지분 40.74%, 휴온스랩 지분 58.19%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에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를 정하기 위해 주주들 대상으로 주총을 소집하기로 한 것이다.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 계획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병 뒤 휴온스글로벌이 보유하게 될 휴온스 지분율은 기존 40.74%에서 44.83%로 높아진다.

휴온스글로벌 입장에서 보면 비상장 바이오 자산인 휴온스랩이 휴온스글로벌 아래에 직접 남는 것이 아니라 상장 자회사 휴온스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그 대가로 휴온스 지분율을 늘리는 것이 된다.

휴온스글로벌 일반주주로서는 휴온스랩 가치가 휴온스 가치로 전환되는 구조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휴온스랩의 잠재가치를 보고 휴온스글로벌에 투자했는데 휴온스랩의 가치가 휴온스의 가치로 전환되면 휴온스글로벌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이 염려하고 있다.

휴온스글로벌은 이를 고려해 애초 7월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휴온스와 휴온스랩 합병안과 관련한 주주 의견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임시 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했다.

휴온스글로벌은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을 놓고 정부와 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큰 틀에서 준용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사인 휴온스가 비상장사인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는 것을 놓고 사실상 우회상장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준용 여부와 현물배당 등 주주보호 방안 보완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가이드라인을 준용한다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조건이나 세부 항목이 많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보면 두 회사의 합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복상장 특례 기준은 일반 상장심사 기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적용되는 기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중복상장 기업이라면 일반 상장기준과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며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은 일반 상장기준에 더해 모회사 주주 보호를 위해 추가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면 일반 질적심사 요건을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하고 여기에 모회사 이사회 5대 의무, 영업·경영 독립성,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등 특례 기준까지 함께 통과해야 한다.

변수로 떠오르는 사항은 휴온스랩의 '저비중 자회사 예외' 적용 여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회사의 자산, 최근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 최근 3개 사업연도 평균 영업이익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이면 저비중 자회사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저비중 자회사로 인정되면 모회사 주주동의 절차가 면제될 수 있다.

다시말해 휴온스랩이 모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의 저비중 자회사로 인정받는다면 휴온스글로벌 일반주주들의 동의를 따로 받지 않아도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세 지표가 모두 10% 미만이어도 예상 기업가치를 고려해 중요 자회사로 인정되면 저비중 자회사 특례는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휴온스랩은 이 중요 자회사 조건에 걸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휴온스글로벌이 6월 휴온스-휴온스랩 합병과 관련해 진행한 주주간담회 자료를 보면 휴온스랩은 2025년 기준 자산 83억 원, 부채 101억 원, 자본 -18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억 원, 영업손실은 102억 원이다.
 
'휴온스-휴온스랩' 합병 만만찮다, 중복상장 규칙으로 '주주동의 절차 강화' 가능성

▲ 휴온스글로벌이 휴온스와 휴온스랩 합병에 대해 휴온스글로벌의 주주들의 찬반을 묻기로 했다. 사진은 송수영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가 휴온스 본사에서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부상 규모만 놓고 보면 작은 비상장 계열사에 가깝다. 하지만 합병가액 산정에서는 미래 수익가치가 크게 반영됐다는 점이 확인된다.

휴온스랩의 자산가치는 주당 808원으로 평가됐지만 수익가치는 주당 2만3628원으로 산정됐다. 이를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는 주당 1만4500원으로 정해졌다.

여기에 휴온스랩의 자본잠식 상황을 감안해 합병과정에서 휴온스랩의 최종적 법인가치는 1290억 원으로 제시됐다. 이는 8일 기준 휴온스글로벌 시가총액 3367억 원의 약 38.3%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으로 가이드라인상 중요 자회사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 모회사 시가총액 10%를 크게 웃돈다.

물론 가이드라인에서 모회사 시가총액을 최근 사업연도 평균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종 판단은 거래소 기준과 회사의 세부 검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휴온스랩을 휴온스글로벌의 단순 저비중 자회사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휴온스랩 합병 명분도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플랫폼 가치에 맞춰져 있다.

휴온스는 합병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전주기 가치사슬과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해 왔다.

휴온스랩은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와 피하주사 제형 전환 플랫폼 등을 보유한 바이오 연구개발 회사다. 휴온스는 휴온스랩의 바이오 연구개발 전문성과 플랫폼 기술을 휴온스의 자본력, 생산 인프라, 영업·마케팅 네트워크와 결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주간담회 자료에서도 휴온스랩의 기업가치 산정에는 약물확산제 라이선스아웃, 국내 제형 시장 기대매출, 글로벌 제형 시장 기대매출, 비만치료제 기대매출 등이 반영됐다. 이는 휴온스랩이 장부상 규모보다 미래 수익가치와 플랫폼 기술력을 근거로 평가됐다는 뜻이다.

휴온스랩이 한국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중요 자회사로 인정된다면 휴온스글로벌은 주주동의 면제를 기대하기보다 주주영향 평가와 주주보호 방안, 주주소통 또는 주주동의 절차를 정교하게 제시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합병을 성사하기 위해 주주동의를 얻기 위한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휴온스글로벌은 이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합병 배경과 목적, 합병가액 산정 방법, 기대효과,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주주 소통 확대와 의견 수렴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새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를 더 보완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룰' 적용도 휴온스글로벌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가이드라인에서 모회사가 자회사의 상장(우회상장 가능성 포함)과 관련해 충분한 주주 보호노력이 있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주주동의를 받을 것을 권고하는데 3% 이상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는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해당 기준을 적용하면 2026년 3월 말 기준으로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휴온스글로벌 주식 57.14%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합산 3%까지만 의결권이 인정된다. 휴온스글로벌은 참여주식 과반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최대주주 지분이 3%까지만 적용된다고 하면 지분 34.20%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의중이 커지게 뙤는 셈이다.

휴온스글로벌 임시 주주총회 결과가 법적 합병 승인 절차와는 별개로 진행되지만 일반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보유 지분을 활용해 휴온스 및 휴온스랩의 합병에 찬성한다면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세부 사항이 확정되면 새로운 임시 주주총회 일시와 공시할 내용, 보도자료 배포 계획 등을 알릴 예정”이라며 “주주들로부터 개별 문의가 오면 궁금한 점을 설명하고 회사 입장을 전달하며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