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주택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정책의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정상 사업장에는 보증과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부실 사업장은 정상화펀드로 되살리는 한편, 주거 PF에는 자기자본 관련 건전성 규제 도입을 2년 늦춰 사업 추진 여력을 확보한다. 대신 비주거 PF에는 기존 규제 일정을 유지하고 사업장별 밀착관리를 병행해 PF 건전성 관리의 틀은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테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면서도 건전성 관리도 병행한다는 것인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8월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연합뉴스>


20일 금융당국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8월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PF 보증·자금지원 규모를 기존 26조3천억 원에서 47조8천억 원+&alpha;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상사업장의 자금조달을 돕는 공적보증부터 캠코 PF정상화펀드, 민간 금융권의 자금지원까지 묶은 규모다.

동시에 주거사업장의 자기자본비율 관련 건전성 규제는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다. 주택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새 건전성 규제가 사업자의 자금조달과 착공을 제약하지 않도록 적용시기를 조정한 것이다. 반면 비주거 PF에는 기존 계획대로 2027년부터 관련 규제를 적용한다.

최근에는 부실하거나 지연된 PF 사업장을 실제 주택공급으로 연결하는 후속조치가 구체화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PF 사업장을 찾아 공사 진행상황과 금융애로를 살피고 기존 캠코 PF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의 운용실적과 3조 원 규모 신규펀드 조성계획을 점검했다.

해당 사업장은 2022년 하반기 PF시장 불안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놓였지만 캠코펀드가 605억 원을 투입한 뒤 사업 재구조화와 본PF 전환을 거쳐 착공에 들어갔다. 현재 분양을 마쳤으며 178호가 2028년 12월 준공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멈춰선 주거사업장을 되살리기 위해 신규 캠코펀드를 2027년 상반기까지 3조 원 규모로 조성한다. 캠코는 10월 운용사 모집공고를 내고 12월 선정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금융위는 3조 원 가운데 60%를 주거사업장에 투자할 경우 약 1만8천 호의 주택·준주택 공급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PF 부실 재발 방지에 무게를 뒀던 금융정책에 최근 주택공급 촉진이라는 목표가 함께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PF 부실의 구조적 원인 가운데 하나로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차입 의존도를 지목하고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등을 차등 적용하는 건전성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2027년부터 관련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다만 8·13 대책 이후에는 주거사업장에 대해서만 규제 적용시점을 2년 늦추는 방향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PF 건전성 강화 기조 자체를 폐기한 것은 아니며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비주거 사업장은 기존 적용일정을 유지한다. 주거 PF의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대출취급 규제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예할지는 세부방안 마련이 남아 있다.

금융지원 역시 사업장 상태에 따라 나눠 투입한다. 정상적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에는 PF보증 등을 확대해 자금조달을 돕고, 이미 부실화하거나 사업이 지연된 곳에는 캠코 정상화펀드와 신디케이트론, 금융업권 자체펀드 등을 연결해 재구조화를 지원한다.

후속조치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아파트 공사현장을 방문, 현장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 점검회의’ 자료에 따르면 8·13 대책의 공급부문 세부과제 21개 가운데 12개는 8월 중 조치를 마쳤다. PF보증 공급 확대와 보증제도 개선, 금융·건설업계 간담회와 PF 금융애로 해소센터 가동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자금지원과 함께 PF 사업장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도 가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3일 금융업권 관계자들과 ‘신속한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주거용 PF 사업장 가운데 2027년까지 착공 또는 준공이 기대되는 325개 사업장, 약 18만 호를 최우선 밀착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수치는 금융권이 대주단으로 참여한 수도권 규제지역 PF 502개와 금융권 펀드에 매각된 수도권 주거사업장 99개 등 모두 601개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다.

다만 건전성 관리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가 7월3일 발표한 ‘2026년 3월 말 부동산 PF 상황’에 따르면 전체 PF 익스포저는 169조8천억 원으로 2025년 말보다 4조5천억 원 감소했다. 정상사업장에 대한 신규자금 공급과 부실사업장 정리·재구조화가 이어지면서 전체 위험노출 규모는 줄어드는 흐름이다.

반면 같은 자료에서 PF대출 연체율은 2025년 말 3.88%에서 올해 3월 말 4.65%로 0.77%포인트 상승했다. 사업성 평가상 ‘유의’·‘부실우려’ 여신도 같은 기간 14조7천억 원에서 16조4천억 원으로 늘었다. 금융위는 계절적 요인과 건설원가 및 시중금리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