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주택공급과 재무건전성 방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LH에 적극적 공공주택 공급을 요구해 재무건전성이 올해 초 세웠던 계획보다 더 가파르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LH 분할을 골자로 하는 정부 개혁 방향을 둔 임직원의 반발도 거세 이 사장으로서는 3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가운데)의 주택공급과 재무건전성 방어 사이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18일 재정경제부의 ‘2026~2030년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보면 LH 부채비율은 오름세를 이어가 2029년에는 346.5%, 2030년에는 351.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말 기준 LH 부채비율은 230.8%로 집계됐다. 5년 뒤 부채비율이 120.4%포인트나 높아진다는 것이다.

LH가 지난 1월 업무 계획에서 제시한 전망치보다도 크게 높아졌다. 당시 LH는 2029년 부채비율을 26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중장기관리계획은 각 기관에게서 제출받아 작성하며 6월말까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계획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지난 3일 국회에 제출됐다.

LH의 장기 부채 전망이 불과 6달 사이 훌쩍 뛴 셈이다. 부채 규모 자체도 2029년 334조8천억 원, 2030년에는 372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말(173조7천억 원) 대비 200조 원 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LH가 공공기관 전반의 재무 흐름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기도 하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LH를 제외한 공공기관 36곳의 평균 부채비율은 2030년까지 낮아지도록 계획됐다.

결과적으로 2030년말에는 LH의 부채가 37개 주요 공공기관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4%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된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LH의 부채 비중은 25% 수준이다.

LH의 빚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로는 2025년 정부가 내놓은 ‘9·7 주택공급 대책’이 꼽힌다.

정부는 LH에 공공택지 매각 중단을 공식화하며 대신 시행사로서 주택공급에 속력을 낼 것을 요구했다. 재정경제부도 중장기관리계획을 통해 LH가 주택공급 확대 기조 아래 재무 여건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같은 흐름을 직접 주도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19일 국무회의에서 "공공택지 가격에 일정한 이익을 붙여 민간에 파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며 LH 사업방식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다만 LH는 사업을 직접 공공주택 시행하는 정책에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LH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올해만 봐도 정부에서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예를 들어 택지매입 등의 분야에서 소요 자금이 증가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다만 LH는 사업을 직접 시행의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공공주택 시행사로서 기능하려면 초기 자금은 물론 건설과 분양 등 주택공급 과정 내내 융통할 돈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인력 충원이나 조직 개편 등의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더구나 LH는 지난해 영업손실 6413억 원을 내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공택지 매각 축소 기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공공택지 매각 중단이 공식화한 만큼 향후 공공주택 사업비 조달을 채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공사채 잔액은 올해말 64조3천억 원에서 2030년 약 162조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훈 사장이 맞닥뜨린 주택공급 속도전과 재무 건전성 방어 사이 난제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 사장은 LH 분할을 골자로 하는 개혁에 따른 임직원 반발도 달래야 할 과제도 안았다. 정부는 LH를 주택·택지 개발 등 공급 기능과 공공임대주택 운영·관리 등 주거복지 기능으로 분리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주거복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LH 노조는 정부의 LH 개혁안이 일방적으로 마련되고 있다며 창사 이래 최초 총파업을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장효수 LH노조 공동위원장은 전날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부가 역대 최대 주택 공급을 요구하면서도 부채비율 200% 관리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제는 빵 만드는 공장과 관리하는 공장으로 쪼개겠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사장도 이같은 3중 난제를 의식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아울러 임직원의 사기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 시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부채 관리 중심의 공공기관 평가 구조로 인해 직접 시행을 확대하면 불이익을 받는 측면이 있다"며 "공급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어떤 개혁안을 발표하더라도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돼 공급 속도가 늦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권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