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때 4조 원까지 거론됐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이 6천억 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의 제재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른 투자상품으로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ELS 판매를 서둘러 재개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판매규제까지 엄격해지고 불완전판매에 따른 책임도 무거워진 만큼 최종 제재가 확정되더라도 ELS 시장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제재 결정은 10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에 관련 제재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이달 말 정례회의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도 낮아진 것이다. 은행권은 최종 결정을 기다리면서 약 6천억 원 수준으로 낮아진 과징금이 한 차례 더 감경될지 주시하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은행권에는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비이자이익 기반을 넓히는 일이 오랫동안 과제로 꼽혀왔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을수록 금리와 대출규제 등 영업환경의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신탁에 편입해 판매하고 신탁보수를 받는 방식으로 비이자이익을 확보해 왔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시기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 수요와 맞물려 ELS는 한때 은행 자산관리 영업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홍콩 H지수 하락으로 2024년 관련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ELS 영업에 제동이 걸렸다. 판매 과정에서 위험 설명과 투자자 적합성 확인 등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요 은행들은 ELS 판매를 중단하고 조 단위 자율배상에 나섰다.
사태 초기에는 과징금이 최대 4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며 은행권 실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실제 제재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거듭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11월 약 2조 원의 과징금을 은행들에 사전통보했다. 이후 올해 2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를 1조4천억 원대로 낮춰 금융위에 넘겼다.
과징금 규모는 금융위의 보완 요구 이후 한 차례 더 줄었다. 금융위가 5월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을 보완하라고 요구하자 금감원은 6월 재심의를 거쳐 과징금을 약 6천억 원으로 조정했다. 이 금액도 금융위의 최종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은행권은 대규모 자율배상을 진행한 점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초기 발생한 사안이라는 점 등을 들어 추가 감경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이 향후 대규모 불완전판매 제재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리와 제재 수준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종 의결에 앞서 과징금 부담 감소를 실적에 반영한 은행도 있다.
SC제일은행은 올해 2분기 홍콩 ELS 과징금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가운데 1102억 원을 환입했다. 여기에 자산관리 부문 실적 호조까지 더해지면서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5% 늘어난 3196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KB금융도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금융위에 올라가 있는 제재안대로 과징금이 확정되면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 일부를 환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아 2분기 실적에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향후 과징금이 현재 제재안 수준으로 확정돼 환입이 이뤄지면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홍콩 ELS 사태가 은행 실적에 미치는 부담은 완화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중단했던 ELS 영업 재개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NH농협·SC제일은행은 현재도 ELS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구체적 판매 재개 계획을 세운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판매가 중단된 사이 고객의 투자 수요와 은행의 자산관리 영업 여건도 달라졌다. 증시 상승세 속에 ETF 신탁 등 다른 투자상품이 자리 잡으면서 ELS 없이도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반드시 ELS 판매를 되살려야 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낮아진 셈이다.
여기에 강화된 판매규제도 재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 ELS 사태 이후 은행이 ELS를 소비자보호 요건을 갖춘 거점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하고 투자자의 손실감내능력 확인과 위험 설명 등 판매절차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왔다.
은행이 판매를 재개하려면 전용 상담공간과 전문성을 갖춘 전담인력,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 판매 가능한 점포가 제한되고 고객별 확인 절차도 까다로워진 만큼 과거처럼 폭넓은 영업망을 활용해 판매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다.
2년 넘게 대규모 배상과 제재 절차를 겪은 은행들로서는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 강화를 거듭 주문하는 상황에서 원금손실 위험이 큰 상품을 다시 판매할 유인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과징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 재개를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고 판매에 필요한 인적·물적 요건을 갖추는 것도 부담이다”며 “ETF 등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상품이 많아진 만큼 은행권이 ELS 판매를 다시 준비할 유인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
그러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른 투자상품으로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ELS 판매를 서둘러 재개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6천억 원 수준까지 낮추면서 은행권의 제재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여기에 판매규제까지 엄격해지고 불완전판매에 따른 책임도 무거워진 만큼 최종 제재가 확정되더라도 ELS 시장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제재 결정은 10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에 관련 제재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이달 말 정례회의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도 낮아진 것이다. 은행권은 최종 결정을 기다리면서 약 6천억 원 수준으로 낮아진 과징금이 한 차례 더 감경될지 주시하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은행권에는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비이자이익 기반을 넓히는 일이 오랫동안 과제로 꼽혀왔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을수록 금리와 대출규제 등 영업환경의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신탁에 편입해 판매하고 신탁보수를 받는 방식으로 비이자이익을 확보해 왔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시기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 수요와 맞물려 ELS는 한때 은행 자산관리 영업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홍콩 H지수 하락으로 2024년 관련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ELS 영업에 제동이 걸렸다. 판매 과정에서 위험 설명과 투자자 적합성 확인 등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요 은행들은 ELS 판매를 중단하고 조 단위 자율배상에 나섰다.
사태 초기에는 과징금이 최대 4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며 은행권 실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실제 제재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거듭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11월 약 2조 원의 과징금을 은행들에 사전통보했다. 이후 올해 2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를 1조4천억 원대로 낮춰 금융위에 넘겼다.
과징금 규모는 금융위의 보완 요구 이후 한 차례 더 줄었다. 금융위가 5월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을 보완하라고 요구하자 금감원은 6월 재심의를 거쳐 과징금을 약 6천억 원으로 조정했다. 이 금액도 금융위의 최종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은행권은 대규모 자율배상을 진행한 점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초기 발생한 사안이라는 점 등을 들어 추가 감경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이 향후 대규모 불완전판매 제재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리와 제재 수준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종 의결에 앞서 과징금 부담 감소를 실적에 반영한 은행도 있다.
SC제일은행은 올해 2분기 홍콩 ELS 과징금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가운데 1102억 원을 환입했다. 여기에 자산관리 부문 실적 호조까지 더해지면서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5% 늘어난 3196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KB금융도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금융위에 올라가 있는 제재안대로 과징금이 확정되면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 일부를 환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아 2분기 실적에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향후 과징금이 현재 제재안 수준으로 확정돼 환입이 이뤄지면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홍콩 ELS 사태가 은행 실적에 미치는 부담은 완화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중단했던 ELS 영업 재개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NH농협·SC제일은행은 현재도 ELS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구체적 판매 재개 계획을 세운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판매가 중단된 사이 고객의 투자 수요와 은행의 자산관리 영업 여건도 달라졌다. 증시 상승세 속에 ETF 신탁 등 다른 투자상품이 자리 잡으면서 ELS 없이도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반드시 ELS 판매를 되살려야 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낮아진 셈이다.
▲ 은행권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체상품이 자리 잡고 판매규제도 강화된 만큼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재개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여기에 강화된 판매규제도 재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 ELS 사태 이후 은행이 ELS를 소비자보호 요건을 갖춘 거점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하고 투자자의 손실감내능력 확인과 위험 설명 등 판매절차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왔다.
은행이 판매를 재개하려면 전용 상담공간과 전문성을 갖춘 전담인력,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 판매 가능한 점포가 제한되고 고객별 확인 절차도 까다로워진 만큼 과거처럼 폭넓은 영업망을 활용해 판매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다.
2년 넘게 대규모 배상과 제재 절차를 겪은 은행들로서는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 강화를 거듭 주문하는 상황에서 원금손실 위험이 큰 상품을 다시 판매할 유인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과징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 재개를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고 판매에 필요한 인적·물적 요건을 갖추는 것도 부담이다”며 “ETF 등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상품이 많아진 만큼 은행권이 ELS 판매를 다시 준비할 유인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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