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 해킹사고 관련 자료보전 명령위반 수사 '무혐의' 처리, 경찰 명확한 사유 밝혀야

▲ 경찰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K텔레콤 해킹사고 관련 자료보전 명령 위반 수사 의뢰 건에 대한 수사를 1년 가량 끌다가, 지난 6월 돌연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을지로1가 SK텔레콤 사옥 앞 표지석.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 1년이나 끌다가?

경찰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7월 SK텔레콤 자료보전 명령 위반 수사 의뢰 건을 올해 6월 무혐의로 수사 종결했다는 비즈니스포스트 보도 이후, 경찰이 이 건을 무혐의 처리한 배경과 관련해 더 취재된 내용이 없냐고 묻는 문의가 이어진다.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관련한 자료보전 명령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수사 의뢰를 했던 것과 달리, 경찰은 1년을 끌다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소리 소문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

더욱이 수사를 의뢰한 과기정통부는 아직 경찰로부터 어떤 통보를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2025년 7월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 해킹사고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료보전 명령 위반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며 수사 의뢰를 한 배경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의4에 따라 SK텔레콤에 침해사고 원인 분석을 위해 4월21일 17시42분에 자료보전을 명령했으나, SK텔레콤은 같은 날 19시52분 서버 2대를 포렌식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로 임의 조치 후 조사단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을 수사 의뢰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통신망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당시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정보통신망법 제73조에 따라 자료보전 명령을 위반해 자료를 보전하지 아니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자료보전 명령 위반 사실과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못박은 것이다.

당시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경찰 수사 결과를 본 뒤, SK텔레콤에 대한 행정처분 등 후속 절차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처분이란 일정 기간 영업정지 같은 처분을 말한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보안을 소홀히하다 통신망 해킹을 당해 가입자 2300여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것으로 드러났고, 과기정통부도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SK텔레콤 귀책'이라고 못받은만큼, 강력한 행정처분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안정적인 통신망 운용과 서비스 제공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정부의 자료보전 명령까지 위반하며 서버를 서둘러 삭제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윗선의 지시가 있었거나 보고됐는지도 관심사였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유영상 전 대표 등 경영진으로 확대될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이후 1년이 넘도록 경찰 수사는 깜깜 무소식이었다. 그에 따라 과기정통부의 행정처분 등 SK텔레콤 통신망 해킹 사태에 대한 후속 조처도 미뤄졌다. 여러 언론이 '블랙홀', '함흥차사', '시간 끌기' 등의 표현까지 쓰며 경찰의 SK텔레콤 수사가 늦어지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경찰이 한 달쯤 전에 이 건에 대한 수사를 무혐의로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지난 4일 이 사실을 보도(경찰 SK텔레콤 해킹사고 관련 '자료보전 명령 위반' 불송치,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 종결)했다.

확인 취재 과정에서 무엇보다 무혐의 수사 종결 사유가 궁금했다. 과기정통부의 수사 의뢰 배경 설명으로 볼 때, 이 건은 무혐의 처리돼 오히려 더 큰 궁금증을 불러오게 됐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 측은 무혐의로 경찰 수사가 종결됐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왜 무혐의 처리됐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비즈니스포스트의 거듭된 질문에 "경찰에 물어보라"는 답만 반복했다.

과기정통부는 비즈니스포스트의 확인 요청에 "경찰로부터 통보받은 게 없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수사를 의뢰한 주체다.

경찰은 수사 종결 사실조차 언론에 밝히지 않고 있다. 당연히 왜 무혐의로 판단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이동통신 업계와 이동통신사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증거 불충분 사유로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자료보전 명령을 받은 사실을 바로 현업 부서와 해당 임직원들에게 알리지 못했고, 그 사이 해당 임직원들이 서버에 감염된 악성코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버 내용이 삭제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고의로 자료보전 명령을 위반해 서버를 삭제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로 수사 종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 해킹사고 관련 자료보전 명령위반 수사 '무혐의' 처리, 경찰 명확한 사유 밝혀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K텔레콤 해킹사고 자료보전 명령 위반 수사 의뢰 건이 최근 무혐의 처리된 것을 두고, 경찰이 무혐의 종결 사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과기정통부 최종 조사 결과 발표 내용을 보면, 자료보전 명령과 서버 삭제 시점 사이에 2시간의 간극이 있다. 그 시간 동안 회사는 자료보전 명령 받은 사실을 움켜쥐고 현업 부서·직원에게 알리지 않았고, 현업 부서·직원은 서둘러 서버를 삭제해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핵심 흔적을 지웠다는 합리적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경찰의 무혐의 종결 논리대로라면, 이후 과기정통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서버 임의 삭제 등을 통한 자료보전 명령 위반과 조사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한 다른 건들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이어지며, 쿠팡·KT·LG유플러스 등도 줄줄이 같은 혐의로 수사 의뢰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SK텔레콤 수사 의뢰 건을 증거 불충분 이유로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과기정통부가 뻘쭘해지게 됐다. 그렇다고 경찰 결론을 대놓고 반박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과기정통부는 경찰 수사 종결 한 달이 지나도록 수사 결과에 대한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이래 저래 궁금증을 낳는다.

지금이라도 경찰은 과기정통부가 수사 의뢰한 SK텔레콤 자료보전 명령 위반 건을 어떤 이유로 무혐의 종결 처리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명확한 이유가 밝혀져야 의혹이 사라질 수 있다. 정 안 된다면 과기정통부가 경찰에 무혐의 처리 배경 설명을 요구해 공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