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오르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중시해온 만큼 원가 상승분을 요금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워 미수금 증가 등 국내 가스판매 사업의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가스공사는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실적과 현금흐름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 원가 상승에 미수금 부담 커져, 해외사업 확대가 돌파구

▲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가스 도입 원가 부담이 확대되면서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실적과 현금흐름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4일 인천  항에 LNG캐나다 사업의 LNG 화물을 싣고 온 '알 사다프 호'의 모습. <한국가스공사>


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저유가에 힘입어 이어졌던 가스공사의 미수금 감소 흐름이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정부 정책에 따라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차액을 향후 요금으로 회수할 자산으로 회계 처리한 금액을 의미한다. 회계상 당장 손실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실제 현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현금흐름에는 재무상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수금 규모는 LNG 도입 원가와 판매요금 사이의 격차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국제유가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2025년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 가격이 배럴당 64.8달러에 머무는 등 원유와 이에 연동하는 가스가격이 하향 안정되면서 가스요금 인상 없이도 미수금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에 가스공사 미수금 전체 규모는 2024년 말 14조7857억 원에서 2026년 1분기 13조7160억 원으로 7.23% 줄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WTI 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통상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LNG 도입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준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가스공사의 원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하면서 미수금도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종전이 성사되더라도 전쟁으로 훼손된 중동 지역의 에너지 시설을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가스공사로서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 에너지 파이프라인 80곳 이상이 손상됐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을 포함한 원유 생산 차질 규모는 하루 약 3천만 배럴로 추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원가 상승에 따른 미수금 부담을 해소하려면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승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스공사로서는 외부 보전이나 별도 회수 수단이 없고 요금 조정을 통해서만 미수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스요금 인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재무 안정화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물가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가스요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공사 원가 상승에 미수금 부담 커져, 해외사업 확대가 돌파구

▲ 정부가 물가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단기간에 가스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석유제품을 대상으로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물가 상승 억제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전기요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LNG 가격 관리에도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지난 4일 부처 출범 1년 성과 간담회에서 “LNG 가격에 대해 적극적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지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때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LNG 가격에도 상한제 도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가스공사로서는 불확실성이 큰 국내 가스판매 사업보다 국제유가와 LNG 가격 상승에 따라 판매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사업을 실적 방어의 돌파구로 삼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가스공사의 호주 프렐류드와 캐나다 LNG 프로젝트는 LNG 현물가격 지표인 일본·한국마커(JKM) 연동 비중이 높아 가격 반영 시차가 1~2개월로 비교적 짧다. 이에 올해 2분기부터 판매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LNG 사업은 지난해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뒤 올해 1분기부터 가동률 10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707억 원을 거두며 가스공사 해외사업장 전체 영업이익 1303억 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런 만큼 판매가격 상승 효과까지 더해지면 수익성 개선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2~4분기 가스공사 해외사업장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해외사업 영업이익은 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해외사업에서 기록한 영업이익인 3479억 원을 두 배 이상 넘어서는 수치다.

다만 해외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추가 사업 확대를 이끌 후임 사장을 선임해 안정적 리더십을 빨리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공사가 중장기적으로 해외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는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이끌 리더십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선박용 연료 공급사업인 LNG 벙커링과 천연가스를 활용한 패키지형 통합발전사업인 GTP(Gas to Power) 등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비롯한 신사업 투자액도 2025년 105억 원에서 2029년 2208억 원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025년 12월8일 임기가 만료됐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