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뷰티 성공 신화의 상징으로 꼽히던 '닥터자르트'의 향방이 주목된다.
글로벌 뷰티 기업 '에스티로더'가 닥터자르트의 매각을 놓고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브랜드 창업자인 이진욱 대표가 닥터자르트의 정체성을 얼마나 되살릴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9일 화장품 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글로벌 뷰티 기업 '에스티로더'가 과거 인수했던 K뷰티 브랜드 '닥터자르트'의 향방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티로더는 5월21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뷰티그룹 푸이그(Puig)와 추진하던 사업 결합 논의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푸이그는 럭셔리 향수 사업을 주력하는 기업으로 '바이레도'와 '카롤리나헤레라', '샤롯틸버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초부터 합병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기업가치가 400억 달러(약 6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뷰티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스테판 드 파베리 에스티로더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발표문에서 "가장 매력적인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인수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적절한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에스티로더가 푸이그와의 합병 논의 종료 이후 보유 브랜드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앞서 매각 후보로 거론됐던 투페이스드(Too Faced), 스매시박스(Smashbox), 닥터자르트의 향방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눈길을 끄는 브랜드는 닥터자르트다.
닥터자르트는 스킨케어 전문 화장품 브랜드로 아시아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뷰티 대기업 에스티로더에 인수된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하다.
에스티로더는 2015년 닥터자르트 운영사 '해브앤비'의 지분 일부를 확보한 데 이어 2019년 잔여 지분까지 모두 인수했다. 당시 닥터자르트 인수 금액은 11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에 이르렀는데 이를 놓고 K뷰티 성공 신화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가 2025년까지 연매출 5억 달러 규모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인수 이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닥터자르트의 매출은 회계연도 기준 2024년 1억5800만 달러에서 2025년 1억2100만 달러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약 1천만 달러에서 16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인수 당시인 2019년 닥터자르트가 매출 약 5억4천만 달러(약 6300억 원), 영업이익 약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크게 후퇴한 셈이다.
이에 에스티로더는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닥터자르트를 매각 후보군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을 겪던 투페이스드·스매시박스와 함께 묶어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닥터자르트의 기업가치는 2천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닥터자르트는 2019년 전후 국내에서 'BB크림 열풍'을 주도했다.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피부과학'과 '디자인'을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로 인지도를 쌓으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는 중국 소비 둔화와 면세 채널 침체 등이 지목된다. 다만 브랜드가 초기 경쟁력이던 '차별화된 정체성'을 잃었다는 점을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하는 시각도 나온다. 에스티로더 체제에 들어간 뒤 인디 브랜드 시절의 빠른 제품 개발과 마케팅 감각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K뷰티 시장은 에이피알과 아누아, 조선미녀 등 인디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명확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전직 대형 뷰티기업 종사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더라도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이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어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닥터자르트의 경쟁력 회복을 점치는 시선이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인 지점이다.
최근에는 국내 사모펀드가 닥터자르트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보다 고도화된 K뷰티 생태계를 활용하면 브랜드 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닥터자르트의 '고유 DNA'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창업자인 이진욱 대표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에스티로더 인수 이후에도 해브앤비 대표이사와 창업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예술감독) 역할을 맡고 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피부과에서 BB크림의 가능성을 발견한 뒤 피부과 전문의들과 협업해 제품을 개발했고 2005년 닥터자르트를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Doctor Join Art(닥터 조인 아트)'의 줄임말로 피부과학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닥터자르트는 이후 BB크림을 시작으로 세라마이딘, 시카페어 등 독창적 콘셉트의 제품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더마코스메틱(피부과 화장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스티로더 역시 당시 닥터자르트의 혁신성과 빠른 제품 개발 역량을 높게 평가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닥터자르트의 부진을 단순히 대기업 편입의 결과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중소형 브랜드를 인수하는 목적과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사례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글로벌 뷰티 기업 '에스티로더'가 닥터자르트의 매각을 놓고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브랜드 창업자인 이진욱 대표가 닥터자르트의 정체성을 얼마나 되살릴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왼쪽)가 2015년 10월27일 윌리엄 로더 당시 에스티로더컴퍼니 회장(오른쪽)과 지분 투자 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에스티로더컴퍼니>
9일 화장품 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글로벌 뷰티 기업 '에스티로더'가 과거 인수했던 K뷰티 브랜드 '닥터자르트'의 향방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티로더는 5월21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뷰티그룹 푸이그(Puig)와 추진하던 사업 결합 논의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푸이그는 럭셔리 향수 사업을 주력하는 기업으로 '바이레도'와 '카롤리나헤레라', '샤롯틸버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초부터 합병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기업가치가 400억 달러(약 6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뷰티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스테판 드 파베리 에스티로더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발표문에서 "가장 매력적인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인수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적절한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에스티로더가 푸이그와의 합병 논의 종료 이후 보유 브랜드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앞서 매각 후보로 거론됐던 투페이스드(Too Faced), 스매시박스(Smashbox), 닥터자르트의 향방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눈길을 끄는 브랜드는 닥터자르트다.
닥터자르트는 스킨케어 전문 화장품 브랜드로 아시아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뷰티 대기업 에스티로더에 인수된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하다.
에스티로더는 2015년 닥터자르트 운영사 '해브앤비'의 지분 일부를 확보한 데 이어 2019년 잔여 지분까지 모두 인수했다. 당시 닥터자르트 인수 금액은 11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에 이르렀는데 이를 놓고 K뷰티 성공 신화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가 2025년까지 연매출 5억 달러 규모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인수 이후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닥터자르트의 매출은 회계연도 기준 2024년 1억5800만 달러에서 2025년 1억2100만 달러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약 1천만 달러에서 16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인수 당시인 2019년 닥터자르트가 매출 약 5억4천만 달러(약 6300억 원), 영업이익 약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크게 후퇴한 셈이다.
이에 에스티로더는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닥터자르트를 매각 후보군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을 겪던 투페이스드·스매시박스와 함께 묶어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닥터자르트의 기업가치는 2천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닥터자르트는 2019년 전후 국내에서 'BB크림 열풍'을 주도했다.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피부과학'과 '디자인'을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로 인지도를 쌓으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는 중국 소비 둔화와 면세 채널 침체 등이 지목된다. 다만 브랜드가 초기 경쟁력이던 '차별화된 정체성'을 잃었다는 점을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하는 시각도 나온다. 에스티로더 체제에 들어간 뒤 인디 브랜드 시절의 빠른 제품 개발과 마케팅 감각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K뷰티 시장은 에이피알과 아누아, 조선미녀 등 인디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명확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전직 대형 뷰티기업 종사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더라도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이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어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닥터자르트의 경쟁력 회복을 점치는 시선이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인 지점이다.
최근에는 국내 사모펀드가 닥터자르트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보다 고도화된 K뷰티 생태계를 활용하면 브랜드 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은 닥터자르트의 원더 시카페어 크림 세트. <닥터자르트>
이에 닥터자르트의 '고유 DNA'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창업자인 이진욱 대표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에스티로더 인수 이후에도 해브앤비 대표이사와 창업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예술감독) 역할을 맡고 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피부과에서 BB크림의 가능성을 발견한 뒤 피부과 전문의들과 협업해 제품을 개발했고 2005년 닥터자르트를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Doctor Join Art(닥터 조인 아트)'의 줄임말로 피부과학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닥터자르트는 이후 BB크림을 시작으로 세라마이딘, 시카페어 등 독창적 콘셉트의 제품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더마코스메틱(피부과 화장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스티로더 역시 당시 닥터자르트의 혁신성과 빠른 제품 개발 역량을 높게 평가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닥터자르트의 부진을 단순히 대기업 편입의 결과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중소형 브랜드를 인수하는 목적과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사례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