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뷰티 유통업체 실리콘투가 북미 시장에서 CJ올리브영과의 관계 재설정에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은 실리콘투에도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이 K뷰티 인지도를 높일수록 실리콘투가 공급하는 다양한 유통채널에서도 관련 제품의 판매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투 'CJ올리브영 미국 상륙'에 셈법 복잡, '협력과 경쟁' 사이 북미 K뷰티 주도권 향배 주목

▲ 실리콘투가 북미 시장에서 CJ올리브영과의 관계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실리콘투의 '광주 물류센터' 전경. <실리콘투>


다만 CJ올리브영이 현지에서 인디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강화할수록 실리콘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브랜드들이 북미 진출 과정에서 CJ올리브영을 우선 고려하게 된다면 실리콘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K뷰티 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CJ올리브영은 북미 시장에서 유망 인디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 발판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5월2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 첫 번째 미국 매장을 열었다. 개점을 앞두고 새벽부터 긴 대기줄이 형성될 정도로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이날 현장을 찾았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 미국 매장은 경쟁력 있는 K인디 브랜드를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교두보가 돼야 한다"며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지속가능한 K뷰티 생태계를 구축하자"고 주문했다. 

CJ올리브영은 2027년 상반기까지 미국 서부 지역에 5개 매장을 확보한 뒤 동부와 중남부 지역으로도 출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리콘투 입장에서는 CJ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다.

실제로 미국 진출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시장에서는 실리콘투가 이미 미국 현지에 물류창고와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만큼 CJ올리브영의 초기 현지 확장 과정에서 협력 파트너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리콘투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저지에서 물류창고 두 곳을 운영하며 현지 맞춤형 영업과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K뷰티 시장 자체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실리콘투에는 긍정적이다. 아직 북미 시장에서 K뷰티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CJ올리브영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K뷰티를 알리고 관련 수요를 키울수록 실리콘투가 운영하거나 제품을 공급하는 다양한 유통채널에서도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투 역시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올리브영과 취급 브랜드가 겹친다는 점을 우려하지만 그것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올리브영이 현지에서 K뷰티 소비층을 넓히면 관련 제품을 찾는 수요도 함께 늘어나 오히려 시장 전체가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투 'CJ올리브영 미국 상륙'에 셈법 복잡, '협력과 경쟁' 사이 북미 K뷰티 주도권 향배 주목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CJ올리브영 패서니다점'에 방문객들이 대기줄을 서고 있다. < CJ올리브영 >


문제는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이 점차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실리콘투는 K뷰티 브랜드를 해외 유통채널에 연결하는 B2B(기업 사이 거래)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자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B2C(기업·소비자 사이 거래)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월마트와 코스트코, 얼타 등 대형 유통채널에 제품을 공급하는 동시에 자체 온라인몰 '스타일코리안'과 오프라인 매장 '모이다'를 운영하고 있다. 2024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모이다의 첫 번째 글로벌 매장을 열었으며 2027년 상반기까지 오렌지카운티 1곳과 플로리다 2곳에 추가로 출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단순 유통 외에도 직접 판매 채널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고 수익성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소비자 수요를 읽고 유망 상품을 발굴하는 역량에서는 실리콘투가 CJ올리브영을 앞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J 올리브영은 이미 그 경쟁력을 인정받은 '뷰티 공룡'으로 국내에서 1위 뷰티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개별 브랜드에게는 올리브영 입점 여부가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확대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여겨진다.

이에 더해 미국 시장에서 물류와 유통, 온라인 채널을 직접 구축하며 사업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리브영은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통합 물류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미국 전용 온라인몰도 론칭했다. 유통 부문에서도 세포라와 손잡고 북미 지역 K뷰티 전용관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의 성장과 유통을 주도하는 역할을 놓고 두 회사의 경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자체 매장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플랫폼인 반면 실리콘투는 전 세계 수천 곳의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사업 구조 자체가 다른 만큼 올리브영과 직접 경쟁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