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 수요 미국에 쏠려, 원유 재고 22년만의 최저치

▲ 2020년 4월27일 미국 텍사스 프리포트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전략비축유 저장 시설에 원유가 비축돼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원유 재고가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원유 전략비축량을 활용했고 현지 에너지 기업들의 원유 수출도 늘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를 인용해 미국의 원유 재고가 크게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에너지정보청은 지난 5월29일 기준 원유와 휘발유 등 재고가 5월22일보다 1060만 배럴 감소한 15억7천만 배럴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6월3일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2일 대비 2.6% 상승해 배럴당 96.17달러(약 14만7천 원)을 기록했으며 이를 놓고 업계 전문가들이 유가 급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에너지 자문 출신인 밥 맥널리 라피단에너지그룹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으면 올 여름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약 30만57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맥널리 회장은 "유가 급등은 다른 경제나 금융 분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경제 전반의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쌓아둔 원유 재고가 소진되고 있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셰일 혁명은 전통적 방식으로는 채굴이 불가능했던 진흙 퇴적암에 갇혀 있던 천연가스와 원유를 2010년대 새로운 기술로 대량 추출하게 되면서 촉발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2018년에 원유 생산량 1위 국가로 도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원유 재고 감소가 아시아와 유럽을 대상으로 한 수출물량 증가 때문이라고 짚었다.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 원유 수출량은 5월22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일주일 동안 일일 평균 587만 배럴을 기록해 직전 주간 일일 평균 444만 배럴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소속 국가의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보다 많은 양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파생상품 유동성 공급업체인 오닉스캐피털그룹의 에드워드 헤이든브리펫 분석가는 "미국은 세계 석유 시장에서 중동 지역의 공급 감소를 상쇄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 세계적 석유 대란을 전부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글로벌 무역 정보 분석 기업 케플러의 맷 스미스는 "미국은 막대한 원유 정제·생산 능력이 있어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도 타 국가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맷 스미스는 "그럼에도 빠르게 재고가 줄고 있으며 이 속도를 낮추는 방법은 유가 상승 뿐"이라고 덧붙였다.

맷 스미스는 또 "미국 원유 수출이 둔화되면 구매자들에게는 다른 공급처가 없어 전 세계 원유 수급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에너지정보청은 6월1일 기준 미국 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약 3.78 리터)당 4.3 달러(약 6580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란 전쟁 직전과 비교해 50% 상승한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 3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이란 전쟁 종전 뒤에도 전 세계 각국이 원유 재고를 회복하기 위해 계속 미국 원유를 찾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미국 원유 재고는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자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