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T의 통신 네트워크 유지보수 자회사 KT넷코어가 ‘A·B·C 등급제’로 통신공사 협력사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협력사 간 상생 및 협력 분위기를 깨뜨려 박윤영 KT 사장이 앞세운 '본질경영'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넷코어 경영진이 통신망 공사와 유지보수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성과 중심 관리 방식을 적용하면서 협력사들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기간망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KT넷코어 협력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ABC 등급제 도입 이후 1982년 KT 출범 이후 유지돼 온 협력사 간 협력 체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KT넷코어는 2025년 1월 설립된 KT의 통신망 구축 및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다. 통신 선로와 전원 등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및 유지보수 업무를 KT로부터 이관받고, 인력도 넘겨받았다.
KT넷코어는 전국 136개 통신공사 협력사에 지역을 배정한 뒤 연말 평가를 통해 A·B·C 등급을 부여하고, 하위 C등급 협력사에 배분된 지역 가운데 약 3분의 1을 상위 A등급 협력사에 넘겨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 협력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러한 평가 제도 탓에 과거 특정 지역을 전담하며 기술력을 축적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구조에서 벗어나 평가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담당 지역을 잃을 수 있는 불안정한 환경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연 매출 10억~20억 원 규모의 영세 협력사들에게 담당 지역 축소는 사업 위축을 넘어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존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별도 대가 보상 없이 통신망 유지보수 등의 추가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지만, 등급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아 일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로 문제 제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협력사들의 주장이다.
협력사 등급제 변화는 협력사 간 경쟁 양상도 크게 바꿔놓고 있다.
기술력이나 시공 품질보다 평가 점수 확보를 위한 단기 성과 경쟁에 매몰되면서, 다른 업체의 구역을 확보하려는 과열 경쟁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A 협력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KT가 업체 간 물량을 조율해 동반 성장을 도모했고, 협력사들도 친인척까지 동원한 적극적 영업 활동으로 화답했다”면서도 “KT넷코어 출범 이후 도입된 등급제는 협력사 간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로 C등급을 받으면 자기 지역 내 주요 공사를 다른 업체에 넘겨줘야 해 성장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KT넷코어 경영진의 운영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동통신 대리점 관리에서 활용되던 실적 기반 지역 분할 방식을 고도의 숙련도와 지역 밀착성이 요구되는 통신 선로 공사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기술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 협력사뿐 아니라 KT넷코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경영진과 소통 단절과 기술 중심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A 협력사 관계자는 “전국 수백만 킬로미터 광케이블과 맨홀, 전주 등의 통신망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현장 경험이 핵심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재무적 관점에서 경영을 하면, 그에 대한 피해는 영세한 협력사에 돌아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B 협력사 관계자는 “최시환 KT넷코어 대표가 과거 모바일 대리점 관리 방식을 통신 선로 분야에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선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을 쪼개고 재배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통신망 공사와 유지보수, 고장 수리 업무는 휴대전화 판매 영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망 장애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어 인접 지역 협력사 간 공조가 필요하다.
현재처럼 A등급 협력사가 C등급 협력사의 관할 지역에 개입해 공사 물량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에서는 협력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상시 경쟁 관계에 놓인 업체들이 긴급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통신망 공사 품질 저하나 고장 대응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 협력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통신 선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힘을 합해 함께 해결하는 등 협력 관계가 유지됐지만, 지금은 협력사들끼리 경쟁하고 갈등을 빚는 구조가 됐다”고 주장했다.
협력사들은 KT 본사가 강조해온 상생 기조와 KT넷코어 운영 방식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4월부터 KT를 새롭게 이끌게 된 박윤영 사장이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KT넷코어와 협력사 간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쟁과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A 협력사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고도화된 통신망 구축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협력사를 단순한 하도급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며 “박윤영 사장이 강조한 상생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 협력사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며 “새로 취임한 박 사장이 이같은 문제를 제대로 개선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김재섭 선임기자
KT넷코어 경영진이 통신망 공사와 유지보수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성과 중심 관리 방식을 적용하면서 협력사들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기간망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KT넷코어의 ABC 등급제가 협력사 간 과열 경쟁을 심화시키고 영세 협력사의 생존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 KT넷코어 >
20일 KT넷코어 협력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ABC 등급제 도입 이후 1982년 KT 출범 이후 유지돼 온 협력사 간 협력 체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KT넷코어는 2025년 1월 설립된 KT의 통신망 구축 및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다. 통신 선로와 전원 등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및 유지보수 업무를 KT로부터 이관받고, 인력도 넘겨받았다.
KT넷코어는 전국 136개 통신공사 협력사에 지역을 배정한 뒤 연말 평가를 통해 A·B·C 등급을 부여하고, 하위 C등급 협력사에 배분된 지역 가운데 약 3분의 1을 상위 A등급 협력사에 넘겨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 협력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러한 평가 제도 탓에 과거 특정 지역을 전담하며 기술력을 축적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구조에서 벗어나 평가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담당 지역을 잃을 수 있는 불안정한 환경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연 매출 10억~20억 원 규모의 영세 협력사들에게 담당 지역 축소는 사업 위축을 넘어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존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별도 대가 보상 없이 통신망 유지보수 등의 추가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지만, 등급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아 일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로 문제 제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협력사들의 주장이다.
협력사 등급제 변화는 협력사 간 경쟁 양상도 크게 바꿔놓고 있다.
기술력이나 시공 품질보다 평가 점수 확보를 위한 단기 성과 경쟁에 매몰되면서, 다른 업체의 구역을 확보하려는 과열 경쟁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A 협력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KT가 업체 간 물량을 조율해 동반 성장을 도모했고, 협력사들도 친인척까지 동원한 적극적 영업 활동으로 화답했다”면서도 “KT넷코어 출범 이후 도입된 등급제는 협력사 간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로 C등급을 받으면 자기 지역 내 주요 공사를 다른 업체에 넘겨줘야 해 성장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KT넷코어 경영진의 운영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동통신 대리점 관리에서 활용되던 실적 기반 지역 분할 방식을 고도의 숙련도와 지역 밀착성이 요구되는 통신 선로 공사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기술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 협력사뿐 아니라 KT넷코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경영진과 소통 단절과 기술 중심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A 협력사 관계자는 “전국 수백만 킬로미터 광케이블과 맨홀, 전주 등의 통신망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현장 경험이 핵심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재무적 관점에서 경영을 하면, 그에 대한 피해는 영세한 협력사에 돌아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B 협력사 관계자는 “최시환 KT넷코어 대표가 과거 모바일 대리점 관리 방식을 통신 선로 분야에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선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을 쪼개고 재배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통신망 공사와 유지보수, 고장 수리 업무는 휴대전화 판매 영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망 장애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어 인접 지역 협력사 간 공조가 필요하다.
현재처럼 A등급 협력사가 C등급 협력사의 관할 지역에 개입해 공사 물량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에서는 협력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상시 경쟁 관계에 놓인 업체들이 긴급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통신망 공사 품질 저하나 고장 대응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 협력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통신 선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힘을 합해 함께 해결하는 등 협력 관계가 유지됐지만, 지금은 협력사들끼리 경쟁하고 갈등을 빚는 구조가 됐다”고 주장했다.
▲ KT넷코어의 ABC 등급제가 통신망 현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협력 체계 붕괴와 기간망 관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
협력사들은 KT 본사가 강조해온 상생 기조와 KT넷코어 운영 방식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4월부터 KT를 새롭게 이끌게 된 박윤영 사장이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KT넷코어와 협력사 간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쟁과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A 협력사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고도화된 통신망 구축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협력사를 단순한 하도급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며 “박윤영 사장이 강조한 상생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 협력사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며 “새로 취임한 박 사장이 이같은 문제를 제대로 개선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