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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가스공사가 한국과 미국 사이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로서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후 구체적 조건의 논의 방향에 따라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
![[관세 15% 시대]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직면한 가스공사, 기회일까 부담일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14161659_129605.jpg)
▲ 한국가스공사는 앞으로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대미투자를 포함해 지난 7월에 타결된 관세협상의 구체적 후속조치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은 7월30일 미국이 한국에 적용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상호관세를 인하하는 데 따른 대가로 3500억 달러(약 484조 원) 규모의 미국투자와 1천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의 에너지 수입을 약속했다.
한국의 대미 에너지 수입에서 상당한 비중은 LNG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수입은 대부분 민간 정유사를 통해 이뤄지고 액화석유가스(LPG)는 이미 전체 수입량 가운데 미국산의 비중의 90%에 이를 정도이기 때문이다. 반면 LNG는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전체 수입 물량 가운데 75%를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 관세 협상이 타결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이 1천억 달러 수준의 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한국의 투자 목적을 위해 큰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가 미국산 LNG의 수입을 확대하는 것은 중동, 동남아시아 등 비중이 높은 LNG의 수입선을 다변화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별 LNG 수입 비중을 보면 호주가 24.6%로 가장 많고 카타르 19.2%, 말레이시아 13.2% 등이다. 미국은 12.7%로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오만 10.2%, 인도네시아 6.6%, 러시아 4.6% 등 순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LNG 수입 확대의 방향과 관련해 “이번 협상을 통해 없는 수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동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정도의 구성 변화는 있으나 통상적으로 우리 경제 규모에 필요한 에너지 수입액인 만큼 구매하는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가격의 측면에서도 미국산 LNG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산 LNG는 시세가 국제유가와 연동돼 있어 변동성이 큰 데다 가격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미국산 LNG는 천연가스의 국제 가격 지표인 헨리허브 지수에 연동돼 비교적 변동성이 적고 가격 수준 역시 중동산보다 대체로 20%가량 저렴하다.
![[관세 15% 시대]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직면한 가스공사, 기회일까 부담일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14161906_124318.jpg)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6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관세협상 관련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가스공사가 주로 장기 계약을 통해 LNG 등을 들여오는 만큼 수입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약을 조정하는데 실무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로 25년 동안 이어져 온 카타르, 오만과의 장기도입 계약이 종료돼 가스공사가 수입선을 변경하는 데는 다소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LNG 수입의 속도 등을 놓고 미국의 구체적 요구 내용에 따라 다른 계약에서 위약금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LNG가 국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더라도 실제 가스공사가 맺을 도입 계약에서 가격을 결정할 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놓고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적인 거래 방식과 협상 순서와 달리 이미 정부가 특정 규모의 물량 도입을 약속해 놓은 상황에서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인 만큼 가스공사 등이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6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철규 위원장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해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할 때 시세보다 비싸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앞으로 벌어질 가격 협상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