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막을 제도적 장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며 상법 개정을 통해 '포이즌필'과 같이 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개미투자자(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대주주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어 포이즌필 도입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최근 '사모펀드의 적대적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국회 차원에서 사모펀드의 과도한 경영권 개입을 제한하고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적대적 M&A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비용 절감을 위해 해고가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모펀드가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합병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물은 결과 58.4%는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사모펀드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을 강조하는 것을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1.1%였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은18.6%에 머물렀다.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대응 방안'을 묻는 항목에 45%는 '규제 강화'를, 33.6%는 '경영권 방어수단 강화'를 각각 꼽았다. 이 조사는 리얼미터가 이데일리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8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에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로부터 대주주 경영권을 지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국회 토론회를 통해 "사모펀드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유인을 가져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비용 절감을 시도해 장기적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기업에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성호 경기대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적대적 M&A의 문제점을 제어하고 장점을 살리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대표적으로 '포이즌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제도)는 적대적 인수자가 회사 주식을 일정비율 이상 얻을 경우 피인수기업의 이사회가 인수자 측을 제외한 기존 주주에게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려면 주식 발행과 관련한 내용을 규율하는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제도가 '대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대주주 권한을 제한한다는' 민주당의 기존 상법개정 방향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포이즌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낮은 셈이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쪼개기 상장' 등으로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한 사례들이 지적되면서 민주당은 상법을 개정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행 상법382조 3항은 '회사와 이사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이사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대주주 권한'을 둘러싸고 상반되는 측면이 있는 상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기 보다 자본시장법과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견제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인수자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할 경우, 잔여 주주 전부에게 공개매수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해 둔 상태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무를 강화해 사모펀드와 같은 반ESG 운용사 투자를 방지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 방안들에 대해서는 △인수합병을 위한 자본조달을 지나치게 힘들게 한다는 점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사모펀드까지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자칫 자본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국가주요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시도를 견제한다는 취지에서는 '포이즌필'과 관련한 논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이전부터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검토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9월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안 발의했으나 논의 끝에 본회의 문턱을 넘지못한 적이 있다.
이에 앞서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상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008년 1월23일 "포이즌필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던 막대한 자금을 생산적인 투자에 사용할 수 있어 일자리 창출 등의 직간접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법 움직임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지분을 14.99%까지 늘려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불거졌다. 당시 SK그룹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하나은행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등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주주가 포이즌필 제도를 악용한다면 재벌구조 고착화를 부를 수 있고 국내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해당 법안이 시민단체와 야당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여론이 일어 2010년 최종 폐기된 뒤에는 관련 입법 움직임이 잠잠해졌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이 당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미국에서 포이즌필 도입 영향을 분석결과 주가에 부정적 효과를 지지하는 연구가 많다"며 "기업 주가가 2% 내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법무부에 보낸 반대의견서에서 △지배주주가 40% 가까운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 △주식회사의 본질과 주식시장의 기본 이념을 훼손하는 등 시장의 순기능을 저해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할 때 민주당이 포이즌필 도입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시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더구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뼈대로 하는 상법 개정을 검토 중인 만큼 반대되는 포이즌필 도입에 필요한 조항을 같은 법에 넣는 일이 앞뒤가 안맞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재계에서 소송 남발을 이유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넣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여론 수렴 과정에서 포이즌필이 다시 검토될 수 있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소은석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팀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사모펀드가 영세했던 2004년 도입 당시와 달리 136조가 넘는 거대 금융자본이 되다보니 경영권 인수에도 참여하는 등 도입 당시 취지가 다소 퇴색돼 있다고 생각된다"며 "다각도로 사모펀드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개미투자자(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대주주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어 포이즌필 도입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사모펀드의 적대적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병덕 유튜브>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최근 '사모펀드의 적대적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국회 차원에서 사모펀드의 과도한 경영권 개입을 제한하고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적대적 M&A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비용 절감을 위해 해고가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모펀드가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합병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물은 결과 58.4%는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사모펀드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을 강조하는 것을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1.1%였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은18.6%에 머물렀다.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대응 방안'을 묻는 항목에 45%는 '규제 강화'를, 33.6%는 '경영권 방어수단 강화'를 각각 꼽았다. 이 조사는 리얼미터가 이데일리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8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에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로부터 대주주 경영권을 지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국회 토론회를 통해 "사모펀드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유인을 가져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비용 절감을 시도해 장기적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기업에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성호 경기대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적대적 M&A의 문제점을 제어하고 장점을 살리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대표적으로 '포이즌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제도)는 적대적 인수자가 회사 주식을 일정비율 이상 얻을 경우 피인수기업의 이사회가 인수자 측을 제외한 기존 주주에게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려면 주식 발행과 관련한 내용을 규율하는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제도가 '대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대주주 권한을 제한한다는' 민주당의 기존 상법개정 방향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포이즌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낮은 셈이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쪼개기 상장' 등으로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한 사례들이 지적되면서 민주당은 상법을 개정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행 상법382조 3항은 '회사와 이사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이사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대주주 권한'을 둘러싸고 상반되는 측면이 있는 상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기 보다 자본시장법과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견제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인수자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할 경우, 잔여 주주 전부에게 공개매수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해 둔 상태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무를 강화해 사모펀드와 같은 반ESG 운용사 투자를 방지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 방안들에 대해서는 △인수합병을 위한 자본조달을 지나치게 힘들게 한다는 점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사모펀드까지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자칫 자본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국가주요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시도를 견제한다는 취지에서는 '포이즌필'과 관련한 논의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4년 10월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의 적대적M&A 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이전부터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검토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9월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안 발의했으나 논의 끝에 본회의 문턱을 넘지못한 적이 있다.
이에 앞서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상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008년 1월23일 "포이즌필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던 막대한 자금을 생산적인 투자에 사용할 수 있어 일자리 창출 등의 직간접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법 움직임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지분을 14.99%까지 늘려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불거졌다. 당시 SK그룹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하나은행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등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주주가 포이즌필 제도를 악용한다면 재벌구조 고착화를 부를 수 있고 국내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해당 법안이 시민단체와 야당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여론이 일어 2010년 최종 폐기된 뒤에는 관련 입법 움직임이 잠잠해졌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이 당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미국에서 포이즌필 도입 영향을 분석결과 주가에 부정적 효과를 지지하는 연구가 많다"며 "기업 주가가 2% 내외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법무부에 보낸 반대의견서에서 △지배주주가 40% 가까운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 △주식회사의 본질과 주식시장의 기본 이념을 훼손하는 등 시장의 순기능을 저해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할 때 민주당이 포이즌필 도입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시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더구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뼈대로 하는 상법 개정을 검토 중인 만큼 반대되는 포이즌필 도입에 필요한 조항을 같은 법에 넣는 일이 앞뒤가 안맞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재계에서 소송 남발을 이유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넣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여론 수렴 과정에서 포이즌필이 다시 검토될 수 있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소은석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팀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사모펀드가 영세했던 2004년 도입 당시와 달리 136조가 넘는 거대 금융자본이 되다보니 경영권 인수에도 참여하는 등 도입 당시 취지가 다소 퇴색돼 있다고 생각된다"며 "다각도로 사모펀드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