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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리더십, 안철수 복구 가능한가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4-10 21: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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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상된 리더십, 안철수 복구 가능한가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진행되는 기초공천 폐지 철회 입장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또 다시 선회를 했다. 무공천을 철회하고 기초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안철수가 본격적으로 정치력을 검증받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6·4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공천 결정은 지난 9일 실시한 전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끝까지 지키려던 새정치와 합당의 최대 명분인 무공천은 결국 철회됐다.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여론조사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공천해야 한다’가 53.44%이고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가 46.56%로 나왔다”고 밝혔다. 국민여론조사에서 무공천 입장이 50.25%를 차지해 공천 입장에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전당원 투표에서 공천 입장이 57.14%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무공천 탓에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당원들의 생각이 더 많이 반영된 것이다.


안 대표는 공천결정이 발표된 뒤 국회 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정이나 이유야 어떠했든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새누리당이 무공천 공약을 파기한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만 무공천하면 선거에서 궤멸해 결국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최소한의 힘조차 잃게 될 거란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안 대표는 “그것이 정치개혁에 대한 제 생각과 엄중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선거승리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안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당원의 뜻은 일단 선거에서 이겨 정부여당을 견제할 힘부터 가지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원의 뜻을 받들어 선거승리를 위해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모두 흘리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앞으로 정치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드러냈다. 안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혁신을 통해서 거듭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요원하게 될 것”이라면서 “혁신의 선봉장이 되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로 드디어 ‘무공천 늪’에서 탈출하고 ‘기호 2번’을 따냈다. 일단 무공천으로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것이다. 안 대표는 그동안 줄곧 고심해왔던 출구전략을 ‘당원의 뜻’에서 찾았다. 무공천 철회로 받을 비난을 최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안 대표는 무공천 논란으로 혼란스러웠던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고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동등한 조건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안 대표는 최대한 소신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 이미지 훼손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누리당의 비협조로 무공천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며 책임을 경감했다는 것이다. 또한 공천을 국민의 결정으로 돌리며 기성 정치세력과 차별화를 둔 것에서 ‘정치인 안철수’의 능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CEO 안철수’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공천 철회로 안 대표의 리더십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무공천은 안 대표의 새정치 명분이자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바로 그것이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이번 철회로 새누리당과 다른 야당, 국민들로부터 무공천 역풍을 맞게 됐다. 안 대표가 새로운 새정치의 명분을 제시하고 선거에 승리하더라도 무공천 철회는 정치인생 내내 ‘주홍글씨’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의 정치력은 가장 먼저 6월 지방선거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안 대표가 당원의 뜻에 따랐다고 했지만 결국 스스로 선거승리라는 실리를 택한 꼴이다.


현재 선거양상은 안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무공천을 두고 내홍을 겪는 동안 당 지지율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안 대표는 무공천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무기’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빠듯한 선거일정도 걱정거리다. 무공천 논란을 마무리했지만 선거가 불과 55일밖에 남지 않았다. 당장 공천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처럼 경선 붐을 일으켜 후보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속도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공천작업이 졸속으로 이뤄지면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만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천과정에서 후보 지분을 두고 민주당 출신과 안 대표 측 인물 사이의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안 대표가 선거에서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자연스럽게 안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당 내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가 ‘2+5’의 7인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구상한 것은 바로 선거 패배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책임을 혼자 지지 않기 위해서다. 안 대표는 김한길 대표와 문재인 의원,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과 함께 선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안 대표에겐 지방선거 이후 어떻게 세력을 결집시킬지도 숙제로 남아있다. 무공천 철회로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어떤 명분과 목표를 내세워 자기 사람을 만들 것인지는 정치인 안철수의 능력에 달렸다.


안 대표는 가장 먼저 공천을 주장한 세력들로부터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당 일각에서 ‘친노 배제론’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받지 못햇던 친노세력들이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권토중래를 꿈꾸며 안 대표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공천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안 대표에 대한 일종의 ‘재신임 투표’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시기는 선거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당장 당의 모든 총력을 지방선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노세력이 선장을 바꾸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안 대표가 참으로 힘든 결정을 내렸다”며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오로지 지방선거 승리만을 위해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리더십의 위기니 정치적 타격이니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말”이라며 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 내에서 안 대표를 지지하던 세력들의 반발과 이탈도 막아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 42.86%의 당원들이 무공천을 지지했다. 만약 이들이 공천 결정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당에서 이탈할 경우 안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이미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이번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 최고위원은 “새누리당과 똑같은 거짓말 정당이 됐다”며 공천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당심의 이반을 달래야만 정치인생을 보다 쉽게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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