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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은 왜 주목받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4-06 18: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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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은 왜 주목받나  
▲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지난달 14일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삼성그룹 역사상 첫 여성 CEO가 된 지도 3년이 흘렀다. 3년의 시간은 이부진 사장이 '능력 있는' CEO로서 존재감을 입증하는 기간이었다.

이부진 사장은 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삼성 안팎에서 그동안 주목을 받았을까? 이부진 사장의 경영능력은 과연 뛰어난가?

이 사장이 취임하던 2010년 12월 호텔신라 주가는 주당 2만7천 원대였다. 그로부터 3년3개월 후인 지난 4일 호텔신라의 주가는 8만8200원 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올랐다. 일단 호텔신라의 경영은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이 취임 전인 2010년 호텔신라의 매출은 1조4524억 원이었다. 3년이 지난해 매출은 2조2970억 원으로 58%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010년 780억에서 2012년 1292억 원으로 급증하다 2013년 866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서울 신라호텔이 리모델링으로 7개월가량 영업을 쉰 것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호텔신라가 이렇게 급성장한 원동력은 면세점사업의 확대다. 호텔신라가 본격적으로 면세점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8년 인천공항 면세점 개점 때다. 면세점사업은 2010년 매출 2021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 수준이었다.

이 사장은 취임 뒤 면세점사업에 온 힘을 쏟았다. 지난해 매출 2조863억 원, 영업이익 963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 클럽’에 진입했다. 지난 3년 동안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무려 10배나 상승했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롯데면세점과 함께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볼 때 롯데면세점은 세계 4위, 신라면세점은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매출액이 신라면세점보다 1.7배가량 많다.

하지만 3년 전만 하더라도 롯데면세점의 매출액은 신라면세점보다 무려 9.5배나 많았다. 이 사장이 그 격차를 크게 줄여놓은 것이다.

신라면세점의 이런 성장세로 볼 때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국내 1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사장은 신라면세점을 글로벌 TOP3 면세점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런 성과는 그냥 앉아서 얻은 게 아니다. 이 사장이 주도한 것이다. 그의 경영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신라면세점은 2011년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을 면세점에 입점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사장은 콧대 높은 루이비통을 설득하기 위해 2009년부터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만났다. 2010년 한국을 방문한 아르노 회장을 공항까지 마중 나가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반면 롯데면세점은 아르노 회장을 집무실에 '초대'하는 등 평범하게 대응했다. 이 차이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없지만 면세점업계 순위에 상관없이 아르노 회장의 마음은 신라면세점으로 향했다. 목표를 정하면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 사장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 사장은 해외진출에 열심이다. 신라면세점은 2012년 8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패션매장을 열면서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창이공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항이다. 2012년 이용객 수 기준 세계 3위다. 현재 신라면세점은 창이공항에서만 세 개의 매장(패션, 화장품, 시계)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면세점사업의 성장에 직원들의 고통이 숨겨져 있다. 이 사장의 취임 이후 서울 시내 신라면세점은 영업시간을 8시에서 9시로 늘렸다. 출근시간은 변화가 없어 근무시간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은 연장영업을 중단하라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부진은 왜 주목받나  
▲ 이부진 사장

이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사업과 관련해 상당히 치밀한 보고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꼼꼼한 보고서가 아니면 질책을 한다. 한번 회의를 하면 5시간 동안 회의를 하기도 해 임원들을 질리게 만들기도 한다.

한번 결정한 일을 밀어 붙이는 추진력도 강하다. 보고서를 검토하다 새벽에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또 불시에 서비스 현장에 나타나 꼼꼼하게 매장을 점검하기도 한다.

그래서 삼성에버랜드나 신라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이 사장을  '무서워' 한다. 이 사장은 첫째를 출산한 뒤 4일 만에 업무에 복귀할 정도로 일에 관한 한 몸을 사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사랑을 독차지 했다고 전해진다. 이건희 회장이 ‘아들로 태어났다면’ 하고 안타까워했다는 얘기도 삼성그룹 내부에서 오간다. 이 사장은 얼굴이나 성격이나 경영방식이 모두 이건희 회장을 빼닮았다고 말을 듣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e삼성사업에서 실패를 한 반면, 이 사장은 호텔신라를 맡아 매출을 키우는 등 성과를 보인 점이 이 사장을 삼성그룹 내부에서 더욱 주목을 받게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 3세 가운데 유일하게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사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주총회에 나와 총회를 진행하고 의사봉을 직접 잡는다. 그만큼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고, 호텔신라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세 가운데 등기이사를 유일하게 맡을 정도로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호텔신라에 대해 확실한 언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등기이사로 최근 연봉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 사장이 호텔신라에서 받은 연봉은 30억 원이었다.

이 사장은 최근 ‘택시기사 사건’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신라호텔 회전문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80대 택시기사에게 4억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받지 않았다. 이 사장은 직원을 보내 택시기사의 가정 형편을 살피고 결정했다고 한다. 이를 놓고 재벌에 대한 반감이 큰 우리 사회에서 이 사장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칭찬을 들었다.

이 사장은 연세대 아동학과 졸업 후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사원으로 입사해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3년 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이 되었다. 이어 상무보, 상무, 전무를 거친 뒤 부사장을 건너뛰고 2010년에 사장이 됐다. 사장이 되기까지 15년 걸렸다.

이 사장의 남편은 삼성전기 임우재 부사장이다. 애초 두 사람의 결혼은 임우재 부사장이 평범한 가문 출신이라 이건희 회장 부부가 반대했으나 이 사장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아 이뤄졌다고 한다. 임 부사장은 결혼 이후 외국 유학을 다녀와 삼성전기에서 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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