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앞으로 삼성전자에서 맡게 될 역할과 관련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 등 직책을 맡기보다 글로벌 협력 등을 책임지는 역할을 더 강화해 리더십을 증명하는 데 힘쓸 가능성이 높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2018년도 재무제표 승인과 신규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이 주주 동의를 거쳐 통과된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10월에 끝나는데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이번에는 논의되지 않는다.

이 부회장 재판이 대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올해 별도의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 향후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 등으로 역할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반도체와 5G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을 직접 챙기고 주요 경영진에게 사업전략도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직후 오너가 경영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오너 일가 최초로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랐다.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에 올라 정식으로 삼성전자의 사업전략 수립 등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것은 이런 책임을 더 확실하게 지겠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갑작스럽게 삼성전자를 이끌게 됐는데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에 오른다면 정식으로 '대관식'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에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는 점을 확실히 알릴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지주회사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를 거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오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가능성이 낮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에서 최대 계열사지만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가 아니고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대표이사가 경영을 이끌고 있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도 이미 삼성전자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에 오른다면 기업 경영에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어 경영 투명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도 아직은 부담이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이런 이유를 들어 SK의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전문경영인들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도 이 부회장의 선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에서 향후 삼성전자에서 맡게 될 역할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석방된 뒤 외부에 알려진 것만 12차례에 이르는 해외출장을 떠났다. 대부분의 해외출장에서 글로벌 IT업체 경영진을 만나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일을 주로 했다.

▲ 삼성전자와 아랍에리미트(UAE) 사이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아랍에미리트 왕세제.


이 부회장이 가장 큰 장점인 폭넓은 세계 인맥과 글로벌 감각을 살려 삼성전자의 사업 확대 가능성을 찾으며 경영자로서 능력과 역할을 증명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로 성과를 냈고 인도 등 해외에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공급, 일본 통신사와 삼성전자의 5G 기술 협력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다수의 해외출장을 통해 삼성전자의 외부 협력망을 넓히고 사업기회를 확대한다면 충분히 삼성전자의 중장기 성장에 중요하고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 등 직책을 맡지 않아도 확실한 존재감과 리더십을 보일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같은 오너가 직접 협력사와 만나는 일은 회사에 큰 도움이 된다"며 "외국인 주주들도 이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