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계기로 삼성전자 이사회의 역할과 구성에 대대적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사외이사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올라 의사결정을 총괄하거나 신임 사외이사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5일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3월 말로 예상되는 정기 주주총회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6일 수원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 날짜를 확정하며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 주요 안건도 논의한다.

김기남 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CE부문 사장, 고동진 IM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 3인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만큼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올해 10월 끝나지만 박근혜 게이트 재판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재선임 여부를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사직 연임 여부를 논의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삼성전자 사외이사 3명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외이사인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을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사외이사들이 직접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김 회장과 박 교수는 모두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 사외이사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글로벌 IT기업 CEO와 반도체분야 전문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사외이사 추천권이 완전히 사외이사들에 넘어간 만큼 외국인이나 다른 IT업체 경영자, 학계 인사 등 더 다양한 사외이사 후보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해 대표이사와 의장직을 처음으로 분리하며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상훈 의장이 삼성 계열사의 노조 와해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이 바뀔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향한 사회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대한 피하려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6년에 정관 변경을 통해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에 오를 수 있도록 했고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이미 2017년부터 사외이사인 권태균 전 조달청장이 의장을 맡고 있다.

▲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박병국 서울대 교수(왼쪽부터)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SK의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사외이사에 물려주기로 했다.

이사회의 의사 결정에 사내이사와 재벌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도 이전부터 글로벌기업의 기준에 맞는 삼성전자의 경영체제 변화를 꾸준히 강조해온 만큼 현재 재직중이거나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 지배구조원칙(CGP)을 통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담당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새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삼성전자는 세계적 전자기업에 걸맞는 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 이사회 역할을 키우고 있다"며 "독립적이고 강력한 이사회를 원하는 주주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