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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사장,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 |
삼성전자가 그룹차원의 전략수립을 책임지던 삼성미래전략실 해체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공백 등 영향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벤처투자와 삼성전략혁신센터, 삼성넥스트 등 신생기업 투자와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글로벌조직이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시스템의 삼성'이 우려를 일정 부분 불식시키고 있다.
22일 삼성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재판결과가 삼성전자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삼성전자의 ‘외교관’ 역할을 담당하며 전장부품업체 하만 등 최근 이뤄진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주도해왔는데 자칫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그룹은 그동안 다른 한국 재벌기업과 같이 주요 결정을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에 의존해 왔다”며 “재판결과에 따라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삼성전자는 최근 여러 글로벌조직과 계열사를 통해 글로벌 신생기업에 꾸준히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을 결정하는 등 신사업의 기술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의 신생기업 투자계열사 삼성벤처투자는 지난 7월 싸이월드에 50억 원 정도의 투자를 결정했다. 싸이월드는 2014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분할돼 영상플랫폼업체 에어라이브에 인수됐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경쟁력 확보를 노리는 삼성전자가 콘텐츠플랫폼을 강화해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약 35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던 싸이월드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올해 미국 반도체 소재기업과 자율주행기술업체, 와이파이업체와 웨어러블업체 등에도 각각 수십억 원씩 투자하며 기술협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현재까지 투자해온 글로벌 신생기업은 반도체와 IT, 소프트웨어 등 사업분야를 통틀어 모두 117곳 이상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미국 등에서 꾸준히 투자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전부터 신생 기술전문기업의 투자와 인수합병을 주도해온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가에 조성된 삼성넥스트펀드도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설립한 SSIC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보안, 스마트기기와 헬스케어 등 5대 주요 사업분야를 선정해 기술전문기업에 투자와 지원, 인수합병 논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신생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반면 SSIC는 네슬레 등 글로벌기업과 협력도 추진하며 11조 원이 넘는 대규모의 하만 인수합병에도 대부분의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 사장은 현재 하만의 이사회 의장에도 올라 전장부품과 음향기기 등 주요 사업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업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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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넥스트는 글로벌 신생기업에 투자와 인수합병 가능성을 검토하는 조직으로 현재까지 가장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모바일결제, 음성서비스 기술발전에 각각 기여한 스마트싱스와 루프페이, 비브랩스 등이 삼성넥스트를 통해 발굴된 뒤 인수합병됐다.
삼성넥스트는 지난 7월에 최초로 독일지원센터를 열고 유럽지역에서도 신생기업 투자에 나서며 올해 초 1700억 원 규모의 별도펀드를 조성하는 등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수합병 등에는 오너일가의 결정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미 여러 조직을 통해 체계적인 지원과 발굴시스템을 갖춘 만큼 신생기업 투자와 외부협력에 크게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는 2012년 정도부터 적극 추진된 것으로 다양한 절차를 통해 지원을 결정한다”며 “새로운 사업가능성과 기회를 발굴하는 노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의 기술포럼에서 향후 4년 동안 미국 사물인터넷 관련기업에 약 1조36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꾸준히 투자와 인수합병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 사장에 이어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사장,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 등 삼성전자 내부에서 신임을 얻고 있는 주요 경영진들도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 부회장이 25일 선고되는 1심 재판결과와 관계없이 당분간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다양한 조직과 실무자들을 통해 이미 투자와 인수합병 등 지원체계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는 만큼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지난 2월 해체된 삼성미래전략실이 담당하던 그룹 차원의 신사업 발굴과 주요 사업전략 수립, 인수합병과 투자검토 등의 역할도 삼성전자 이사회 등으로 기능이 이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벤처투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내외 경영여건은 어렵지만 유망 산업분야의 신생기업을 발굴해 선점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며 “신사업에 성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