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이 금리를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했다. 여러 거시경제 변수와 미국 정부의 압박, 다카이치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도를 고려하면 향후 금리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지폐 사진.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일본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반면 다카이치 정부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했다”며 “통화정책 정상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에 이어 9월에도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단기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현재 금리는 1.25%로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이 6개월 간격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이번에는 3개월 만에 추가 인상이 이뤄지며 긴축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금리 상승에 배경으로 지목했다. 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해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으려 일본에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점도 긴축 속도가 빨라진 배경으로 지목했다.
미국 CNBC도 물가 지표를 볼 때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8월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CNBC는 “미국 정부는 일본이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에 압력을 키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정책금리 결정 과정에 정치적 셈법이 얽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두 명의 정책위원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모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임명한 인물이다.
이를 두고 다카이치 정부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엔화 약세가 일본에 에너지와 식품, 원자재 수입 비용을 높여 물가 부담을 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일본은행이 10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금리 인상이 발표된 이후 엔화가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추가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 엔화는 강세를 보일 여지가 크다.
시장 조사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티븐 앵그릭 아시아태평양 경제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0.25% 수준의 금리 인상 전망은 시장에 사실상 완전히 반영돼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연말까지 한 차례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 여지는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과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물가와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도 얽히면서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정책 방향을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미 다음 정책금리 인상 속도와 시기에 쏠리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지금과 같은 속도를 유지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금리 정책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문제와 맞물려 세계 금융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크다. 일본은 주요국과 비교해 금리가 낮아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널리 확산돼 있다. 일본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며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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