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가 AI 비서 '익시오' 이용자들의 통화 전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클라우드에 올려 해외 서버에 저장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회사 측은 "익시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내 회사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굳이 해외 서버에 저장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 <LG유플러스>

[비즈니스포스트] AI를 활용했거나 그것에 기반해 내려진 결론은 설명 의무를 갖는다. 그렇게 판단된 근거와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컴퓨터 단층 촬영(CT) 영상과 혈액 분석 결과 등을 분석해 암 판정을 한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이를 전하고 치료를 개시하려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이는 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의무 사항이다. 결과뿐 아니라, 어떤 AI 시스템이 어떤 알고리즘을 활용해 그런 결과를 냈는지, 과정까지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원칙이다. 설명 의무는 강화되는 추세다. 범위와 대상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 작동 시스템의 원리와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 의무까지 부과하고 있다.

설명하고 공개할 수 없으면, AI 판단 결과를 인용하면 안 된다.

혹시 설명을 안하거나 못한다면?

LG유플러스가 AI 비서 서비스 '익시오' 이용자들의 음성통화 전문(텍스트)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클라우드에 올려 이들 업체의 해외 데이터센터 서버(컴퓨터)에 저장될 수 있게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MS와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한다. 이들 업체의 데이터 분산·백업 정책에 따라 자동으로 국외 데이터센터 서버에도 분산 저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익시오 이용자의 '선택 동의'를 받아, 비식별 처리 상태로 저장한다"며 "익시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서만 활용된다"고 했다.

선택 동의란 이용자가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 측은 "통화내용 국외 저장에 동의하지 않고도 익시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S·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지진 같은 천재지변과 전쟁 등에 대비해 데이터센터를 세계 곳곳에 분산 배치하고, 데이터센터 2~3곳씩을 지역이 겹치지 않게 묶어 백업·트윈 관계를 갖게 하고 있다. 백업이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복사돼 다른 지역에 저장되게 하는 것이고, 트윈은 같은 기능을 하는 서버가 서로 다른 곳에서 동시에 동작되게 하는 식으로 유사 시를 대비하는 것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LG유플러스 설명대로 이용자들의 통화 전문을 남기는 게 AI 비서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한 것이라면, 국내 회사 서버에 두고 활용하면 될 것을 왜 굳이 MS·구글 클라우드에 올려 개인정보 국외 이전 논란을 빚게 할까.

LG유플러스는 이 물음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물음에 "현업 쪽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익시오 서비스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을 개정했다. 통화 전문의 MS·구글 이전 동의 항목이 추가됐다. 통화 전문이란 음성통화 내용을 텍스트(문자)로 전환시킨 것이다.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다.

익시오 이용자들의 통화 전문은 MS 클라우드를 통해서는 미국·캐나다·브라질·영국·네덜란드·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스위스·노르웨이·스웨덴·폴란드·호주·일본·싱가포르·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아랍에미리트 등 19개국으로 이전돼 저장된다. MS의 데이터 분산 저장 정책에 따라 이들 나라의 데이터센터에 나눠 저장된다.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서는 미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칠레·우루과이·영국·아일랜드·벨기에·네덜란드·독일·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폴란드·핀란드·스웨덴·덴마크·이스라엘·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대만·홍콩·일본·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호주 등 31개국으로 이전돼 저장된다.

익시오 이용자들의 통화 전문은 비식별 처리된 상태로 MS·구글 클라우드에 올려지며, 업로드된 시점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 자동 파기된다.

LG유플러스 측은 '익시오 서비스 고도화'를 명분으로 AI 비서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 수집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7월에도 개인정보처리지침 속 익시오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이용 항목을 개정, 통화음성 원본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텄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과 관련된 기술 고도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익시오 이용자는 물론 통화 상대방의 동의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통신비밀 보호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고 도청 등 정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화 내용이나 이메일·문자메시지·SNS 등을 몰래 엿듣거나 엿보고, 저장(녹음)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어기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다만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 국가안보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필요할 때는 법원 허가나 대통령 승인을 거쳐 예외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의 감청 및 협조 요청 절차를 따라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이 허용하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이 통화내용을 수집하거나 저장하는 행위를 하려면 사전에 명시적 방식으로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니면 통신비밀 침해 및 헌법·통비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명시적 동의란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복잡한 문서·표에 끼워넣거나 깨알같은 글씨가 아닌, 큰 글씨나 차별화된 색깔로 도드라지게 편집된 문구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내용 역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워야 한다. 이용자들이 읽어보고 내용을 이해한 상태에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통화 내용과 생체정보 같은 민감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거나 제3자 제공과 국외 이전 등을 할 때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 당사자 동의를 받기 위해 경품을 제공하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 LG유플러스 AI 서비스 '익시오' 이용자의 통화전문이 해외 서버에 저장되고, 음성통화 원문 정보까지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의 AI 비서 '에이닷'도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

이동통신사 AI 비서 서비스는 2023년 9월 SK텔레콤이 '에이닷'을 가장 먼저 출시했을 때부터 통신비밀 침해 및 통비법 위반 소지 논란이 일었다. AI 비서는 이용자의 음성통화 내용을 복사(녹음)해 텍스트로 전환하고 내용을 요약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용자 통화내용을 엿듣고 녹음하는 행위가 발생해 통비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통화 상대방의 동의를 받는 장치가 없었다.

나아가 이동통신사들이 AI를 앞세워 통신비밀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 장치들을 허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 역시 AI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수집 활용 동의 절차를 완화시켜주고 있다. 포괄동의 대상을 크게 넓혀준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동통신사 AI 비서 서비스의 통비법 위반 소지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현재 AI 비서 서비스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만 내놨다. KT는 통비법 위반 소지 논란을 의식, 준비하고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측은 "사람이 아니라 AI에 맡겨 하고 있어, 통비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법이 기술 흐름을 못따라와 발생하는 문제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한 이동통신사 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AI 서비스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익시오 출시 때 통비법 위반 소지 논란을 의식, 통화내용의 텍스트 전환과 요약 등이 이용자 단말기에서 이뤄지고, 통화내용 요약도 이용자 단말기에 저장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통화내용 처리를 서버에서 하고, 통화내용 요약 저장도 서버에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LG유플러스의 AI 비서 서비스 이용자 통화내용 수집·활용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처음에는 "절대 안한다"고 강조하던 음성통화 원본까지 수집·보관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음성은 아주 민감한 생체정보에 해당한다. 이 업체는 "보이스피싱 차단 등 이용자를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한 것"이라며 "익시오 이용자 간 통화만 음성통화 원본을 수집한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익시오 이용자 통화 전문 국외 이전 논란은 같은 방식의 AI 비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SK텔레콤도 주목하고 있다. 음성통화 원본을 수집·보관하는 것에 대한 반응도 살펴보고 있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비법 위반 및 개인정보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설명할 차례다. 친절한 설명으로 의혹과 의심을 풀어야 한다. 아니면 'LG유플러스가 AI 비서 서비스 고도화를 명분으로 뭘 더 수집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뭘 더 수집하며, 글로벌 빅테크 클라우드를 통해 뭘 더 내어줄지 모른다'는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여러 뒷말이 나온다. LG유플러스가 MS·구글과 클라우드 이용료 협상을 하면서 익시오 이용자들의 통화전문을 AI 학습 데이터용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학습용 데이터를 얻기 위해 국내 다른 기업들한테도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익시오 서비스가 2024년 11월 시작된 점을 들어, 그동안에는 당사자 동의도 없이 통화전문을 국외 이전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이용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익시오에 통화 상대방 동의를 받는 장치가 없는데, 어떻게 익시오 이용자와 통화 상대방의 동의를 다 받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 업체의 AI 비서 서비스 역시 통비법 위반 소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용자 통화 내용을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하고, 어떤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고 있는지도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지침 대로 한다"고 강조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많다. 물론 처음부터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아 자초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동통신사들은 '전과'가 있다. 2004년 위치정보 이용 및 보호 등에 관한 법 제정 당시 "휴대전화 위치 확인 정보는 절대 보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네트워크 단에 별도 비밀 서버를 두고 이를 저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위치 확인 정보를 축적하면, 가입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