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카오 이어 네이버 덮친 노사 갈등, 네이버 노조 '노란봉투법' 앞세워 자회사 통합교섭 요구

▲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과 공동으로 ‘IT 업종 통합교섭 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파업에 이어 네이버제트의 쟁의권 확보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네이버 노동조합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을 내세워 네이버 사측에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네이버로서는 인건비와 조직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새로운 변수를 만난 셈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과 공동으로 ‘IT 업종 통합교섭 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통합교섭 추진 배경과 노조 측 입장을 밝혔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네이버지회장)은 “통합교섭은 특혜가 아니라, 이미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교섭의 형식을 맞추자는 것”이라며 “AI 전환기를 맞아 네이버가 그룹 전체를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려 한다면, 통합교섭 요구에 책임감 있게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교섭은 본사와 각 계열사가 법인 별로 따로 진행하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네이버 본사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한꺼번에 다루자는 것이다.

특히 IT 업계에서 이러한 요구가 나오는 것은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오 지회장에 따르면 현재 단일 노조인 네이버지회는 본사를 포함해 매년 16개 계열 법인과 개별 교섭을 벌여야 한다. 이를 합산하면 연간 150회의 교섭이 열리고, 노사 교섭위원 100여 명이 연 1천 시간 이상을 투입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문준혁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네이버와 노조 모두 교섭 비용을 중복 지출하는 상황”이라며 “법인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반면, 노동조합은 훨씬 더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노조는 네이버 본사가 자회사·손자회사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 이미 본사의 결정이 계열사 전체의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점 등을 들어 “본사가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 카카오 이어 네이버 덮친 노사 갈등, 네이버 노조 '노란봉투법' 앞세워 자회사 통합교섭 요구

▲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네이버지회장)이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통합교섭 추진 배경과 노조 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노란봉투법’ 계기로 통합교섭 근거 마련돼, 노조 8월 말 사측에 공식 요구
통합교섭은 네이버 노조가 지난 2018년 설립 당시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과제다.

그간 사측은 “각 계열사는 엄연히 독립된 법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지난 2026년 3월10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노조 측에 법적 명분이 생겼다. 개정된 노란봉투법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법 상 ‘계약 외 사용자(원청, 모회사)’에게 교섭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통해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근로 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모회사와 교섭을 이끌어낼 해석론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조 측은 이번 요구가 모든 계열사의 성과나 임금을 똑같이 평준화하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송가람 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지회장은 “모든 회사를 똑같이 만들자는 게 아니다”며 “포괄임금제 폐지 원칙, 유연근무 기준, AI 활용 인력 운영, 평가 제도의 공정성, 복리후생 하한선 등 공통 의제는 본사 차원에서 일괄 정하고, 현장별 개별 사안은 각 자회사 교섭에 맡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는 오는 20일 통합교섭 선포식을 개최하고, 8월 말에는 사측에 통합교섭 개시를 공식 요구할 예정이다.

오 지회장은 “통합교섭에서 어떤 의제를 요구할지 준비하고 있으며,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거쳐 선포식에서 더 상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 AI 대규모 투자 앞둔 네이버, 인건비 리스크 변수로
통합교섭이 성사될 경우 네이버 본사로서는 계열사 전체의 인건비와 조직 관리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네이버는 그래픽처리장치(AI)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기업간거래(B2B) 기술 영역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투자 확대의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한 데다, AI 인프라 사업 매출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시기까지는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준혁 교수는 “모회사가 교섭 테이블에 나오는 순간, 노조법 상 사용자 책임 인정 범위를 넘어 자회사의 매각이나 고용 관계, 개별 근로 관계에 대한 실질적·법적 책임까지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사의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가 IT 업계 전반으로 번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최근 카카오의 첫 본사 파업 등 그동안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IT 업계 전반에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네이버에서 통합교섭이 성사될 경우, 분사와 자회사 구조가 발달한 카카오, 넥슨 등 IT 업계 전반으로 통합교섭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