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반도체 담보대출' 승부수, AI 투자 판 키워 리스크도 나눈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의 자본을 끌어모아 고객사들이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로 담보대출을 받도록 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한다. 이는 엔비디아의 직접 투자 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만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반 인프라를 부동산이나 자동차와 같은 담보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시장을 적극 설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자금이 유입되면 엔비디아 고객사들이 재원 확보에 부담을 덜고 투자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AI 버블’의 잠재적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엔비디아 ‘5천억 달러’ 자본 모은다, AI 반도체 담보자산 모델 시도

11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에게 인공지능 반도체를 부동산과 유사한 자산으로 인정받겠다는 목표에 도전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블랙록과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기관 6곳과 인공지능 인프라에 5천억 달러(약 708조 원)를 공급하는 데 협력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대량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구매할 만한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에 슈퍼컴퓨터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원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한 기업들이 이를 담보자산으로 삼아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확보하도록 하는 사업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부동산 대출이나 자동차 대출에 널리 활용되는 방식을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에도 적용해 신용이 낮은 기업도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출을 받은 기업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금융기관은 엔비디아 반도체를 압류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형태로 활용되는 담보자산은 시간이 지나도 충분한 가치를 유지해야만 한다. 감가상각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금융기관들이 큰 손해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엔비디아 반도체의 중장기 가치를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에 인정받는 일이 젠슨 황의 새 사업 전략에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CNBC에 따르면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장기간 가치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은 투자 가치가 높은 인프라 자산”이라며 “생산성이 있고 수익을 창출하며 모든 인공지능 모델 구동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반도체 담보대출' 승부수, AI 투자 판 키워 리스크도 나눈다

▲ 구글 자체 텐서 프로세서 인공지능 반도체 기반 슈퍼컴퓨터 시스템 홍보용 사진. <구글>


◆ 빅테크 AI 반도체 수요 전망 불안해져, ‘돈 없는 고객’이 성장에 핵심

엔비디아는 그동안 오픈AI나 코어위브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직접 자금을 투자해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순환금융' 전략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더 많은 고객사를 지원하기에는 금전적 한계가 있고 투자 리스크도 홀로 떠안게 되는 만큼 외부 금융기관을 적극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고객사인 대형 빅테크 기업에만 미래 성장을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담보자산 대출 형태의 금융 지원 계획을 꺼내들었다.

11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아마존과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과 엔비디아는 서로 의존도를 낮추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해 엔비디아 제품을 일부 대체하고 있다. 대형 스타트업인 오픈AI와 앤트로픽도 유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직접 개발하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엔비디아 제품과 비교해 절대적 성능은 낮지만 비용 효율성이 높아 AI 추론을 비롯한 저사양 작업에 주로 쓰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결국 빅테크 이외 고객사에 판매를 늘려 수요 감소를 만회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대량의 반도체를 구매해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및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여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하며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재원 확보에 부담을 덜고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로이터는 “젠슨 황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잠재 고객들의 재무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며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젠슨 황의 이러한 시도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수요 확보와 관련한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고객사 기반을 넓혀야만 한다는 판단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로이터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어들거나 엔비디아에 만만찮은 경쟁사가 등장한다면 이러한 자금 조달 구조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 반도체를 신뢰할 만한 자산으로 남도록 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반도체 담보대출' 승부수, AI 투자 판 키워 리스크도 나눈다

▲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담보대출 모델 도입 계획과 배경, 리스크 등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픽 챗GPT 제작>


◆ 엔비디아 ‘순환금융’ 부담 줄었지만 AI 버블 리스크 시장 전반으로 확산

1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엔비디아가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영리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전했다.

엔비디아가 직접 순환금융 형태의 투자로 인공지능 산업 전반에 안전망을 구축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금융기관들과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결국 젠슨 황의 전략이 “재무제표 관리에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금융시장 전반에는 새로운 위험 요소를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및 엔비디아 반도체 구매를 위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등 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뿐 아니라 금융기관들마저 규모가 비교적 작은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공지능 산업 전반에 부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산업이 위축되거나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재무 안정화에 실패한다면 손실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미국 악시오스는 인공지능 시장 전반에 자금 순환 구조가 이미 뚜렷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나 금융기관의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이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해 사업을 확대한 뒤 실적을 늘려 더 많은 투자나 대출을 받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할수록 특정 기업과 관련한 리스크는 낮아질 수 있지만 인공지능 산업 자체가 위축되면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악시오스는 결국 인공지능 열풍의 성공 또는 실패에 따른 결실과 타격이 시장 전체에 공유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바라봤다.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이 엔비디아와 고객사, 금융기관 및 일반 투자자들에 폭넓은 수혜로 이어지거나 ‘AI 버블 붕괴’로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 사이에서 갈림길이 더욱 뚜렷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엔비디아의 5천억 달러 조달 계획은 인공지능 시장 지배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승부수”라며 “그러나 이전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형태의 재무 리스크가 새로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젠슨 황 CEO는 자신의 X계정에 "개별 투자 기회에 최대 25%까지만 지원할 것"이라고 적었다. 개별 프로젝트에 5천억 달러의 25%를 지원한다는 게 아니라 각 사업마다 해당 규모의 4분의 1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