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가 2022년 9월2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초청 행사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11일(현지시각) 뉴스위크에 기고문을 내고 “고려아연과 현대제철 등 한국 기업이 미국의 산업 기반 재건에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커틀러 부대표는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통상 전문가다. 현재는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을 맡고 있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에 66억 달러(약 9조3천억 원) 규모의 핵심 광물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약 8조2천억 원) 규모 제철소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방위 산업과 반도체, 첨단 제조업 등에 필요한 핵심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는데 고려아연과 현대제철 등 한국 기업이 돕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2024년 미국 투자액은 10년 전보다 100% 이상 증가한 900억 달러(약 127조 원)로 추산됐다.
웬디 커틀러 전 부대표는 “이러한 프로젝트는 한국의 투자가 미국 공급망의 근간을 재건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생산 설비와 공급망 및 미국 일자리로 이어지기 위해 양국 모두의 정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가 정치적 지원을 언급한 배경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 통상 현안이 꼽혔다.
한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무역 정책을 두고 미국 정부나 정치인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7일 온라인상 가짜 뉴스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해당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유해 정보 삭제 의무와 관리 책임,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짐 조던 미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장 등 공화당 의원 4명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처벌할 우려가 있다는 항의성 서한을 최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냈다. 조던 의원은 6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서한을 공개했다.
이 외에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비롯한 다른 법안도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한국 정부의 무역 제한 조치를 미국이 우려하면서 양국 관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경제·국가안보와 직결된 산업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양국 사이에 통상 갈등이 전체 경제 관계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 사례에서 양국이 민감한 현안을 협상을 통해 해결한 경험을 돌아봐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미국과 한국은 공급망 취약성과 기술 경쟁, 지정학적 분절 등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개별 현안은 양국이 구축한 협의 채널을 통해 해결하고 전략 산업 협력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