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한화그룹의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12일 낸 입장문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그룹 측이 신청한 KAI와의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해야 한다”며 “한화그룹은 항공 분야에서는 엔진·레이더 등 공급업체, 우주 분야에서는 경쟁업체로 KAI 경영 참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KAI 노동조합 "공정위, 한화-KAI 기업결합 불공정 경쟁 유발로 불허해야"

▲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한화그룹과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 불허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12일 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한화시스템 등은 지난 2025년 11월부터 장내매수로 KAI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8월10일 기준 3사의 합산 지분율이 15.89%에 이르렀고 한화그룹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결합을 신고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은 KAI에 엔진, 부품, 항공전자장비 등을 납품하는 공급업체”라며 “공급업체가 고객사인 KAI의 주요 주주가 돼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KAI가 앞으로도 가격·성능·기술력을 기준으로 공급업체를 독립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지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는 한화그룹 계열사 제품의 우선 채택 가능성, 경쟁 부품업체의 사업기회 축소, KAI의 독립적 구매·공급망 의사결정 훼손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KAI와 한화시스템이 초소형 군집위성 양산 사업을 놓고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도 기업결합을 불허해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노조 측은 “우주 분야에서 두 회사는 사업 영역이 유사한 잠재적 경쟁자가 아니다”며 “초소형 군집위성 후속 양산사업을 놓고 실제 경쟁하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어 “KAI의 입찰가격, 목표가격, 사업 원가, 기술개발 전략, 협력업체·컨소시엄 구성, 연구개발 투자계획, 신규 사업 참여 여부, 중장기 우주사업 전략 등은 공개돼선 안 되는 핵심 정보”라며 “한화그룹이 KAI 경영에 참여하면서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경쟁업체가 상대방의 패를 들여다보면서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 2023년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사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공정위는 해당 사례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함정 부품을 공급하고 대우조선해양이 함정을 건조하는 공급 구조 상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함정부품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함정 부품 제조사인 한화그룹 계열사들에 경쟁 함정부품 기업들의 영업기밀을 전달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함정 부품의 견적가격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한화오션의 경쟁기업이 방위사업청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에 함정부품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이를 거절하는 행위 △경쟁기업들로부터 취득한 영업비밀을 한화그룹 계열사에 제공하는 행위 등 3가지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KAI 노조 측은 “KAI와 한화그룹의 관계는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보다 한 단계 복합적”이라며 “공정위가 대우조선해양에서도 가격 차별과 영업기밀 유출을 우려했다면 공급관계와 경쟁관계가 동시에 얽힌 KAI와 한화그룹의 기업결합은 그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발 과정에서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 항공·우주 산업의 특성상 시장 내 경쟁 상황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의 경영에 참여할 수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 시 전면적으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