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그룹의 대표 콘텐츠 계열사인 CJCGV와 티빙이 '홀드백 자율협약 논의'에 표정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홀드백이란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후속 플랫폼에 공개될 때까지의 유예기간을 의미한다. 그동안 개봉 영화는 개봉 후 2~3개월이 지난 뒤 OTT에 공개되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졌지만 법이나 협약으로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CJ그룹 콘텐츠 계열사 '홀드백 자율협약' 기류에 희비, CJCGV는 표정관리 티빙은 난색

▲ CJ그룹의 대표 콘텐츠 계열사인 CJCGV와 티빙이 홀드백 자율협약 논의에 표정이 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CJCGV 극장의 모습. <연합뉴스>


홀드백 자율협약 논의는 현재 유예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CJCGV의 영업환경은 나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티빙은 일부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콘텐츠업계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8월 중 홀드백 자율협약 체결이 구체화되면서 티빙과 CJCGV의 셈법이 다소 갈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5월29일 '한국 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출범했다. 협의체에는 정종민 CJCGV 대표이사와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도 참여하고 있다.

민관협의체는 홀드백 자율협약을 8월 중 체결해 홀드백 기간을 콘텐츠별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홀드백 논의 자체가 지난해 9월 홀드백을 6개월로 연장하는 법률개정안 발의로 촉발된 만큼 현재 관행보다 유예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CJ그룹에 속한 두 계열사 CJCGV와 티빙의 이해관계는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JCGV는 국내 최대 영화관 체인이다. 홀드백 기간이 관행보다 늘어난 쪽으로 규정되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의 OTT 공개가 늦춰질수록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CJCGV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영화관 사업이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가 너무 짧은 홀드백 기간이라는 말도 있는 만큼 관련 논의를 오랜 기간 해오고 있다"며 "홀드백이 관객들의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티빙은 홀드백 기간이 늘어난다면 다소 피해를 입는 것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CJ그룹은 배급(CJENM), 극장(CJCGV), OTT(티빙)를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티빙은 CJ그룹의 이런 사업구조 덕분에 홀드백 기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월 발표한 보고서 '한국영화 수익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에 따르면 CJENM이 배급한 영화 가운데 티빙에 공급된 15편의 홀드백 기간 중앙값은 118일이다. 넷플릭스에 공급된 18편 중앙값인 138일보다 20일 짧다.

CJENM이 유통한 영화를 티빙에서는 더 빠르게 시청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는 상대적으로 최신 개봉작을 더 빨리 보고자 하는 구독자를 잡아두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홀드백 기간이 법제화되거나 자율협약으로 정해져 기존보다 길어진다면 이러한 혜택은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티빙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홀드백 규정은 OTT업계 전체에 적용되는 만큼 티빙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OTT업계는 계속해서 홀드백 기간을 줄이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보고 싶은 작품이 OTT에 공개되기만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최대한 빨리 작품을 선점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콘텐츠 계열사 '홀드백 자율협약' 기류에 희비, CJCGV는 표정관리 티빙은 난색

▲ 티빙은 홀드백 기간 규정으로 다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티빙 본사의 모습. <티빙>


극장업계는 이러한 OTT업계의 과열 경쟁을 홀드백 법제화 요구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들고 있다.

'한국영화 수익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에 따르면 극장업계는 배급사 사이의 경쟁으로 홀드백이 계속 단축되면서 '바닥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홀드백은 OTT업계 성장에 힘입어 2021년 193일에서 2022년 171일, 2023년 127일, 2024년 78일로 차차 짧아져 2025년 상반기에는 54일로 줄어들었다. 올해 2월11일 극장 개봉한 영화 '휴민트'의 경우 49일 만인 4월1일에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OTT 등 콘텐츠 유통업계와 영화업계는 홀드백 법제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홀드백 법적 강제는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콘텐츠·상황마다 최적 전략이 다른 만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많은 배급사가 극장 성적이 저조한 영화를 빠르게 OTT에 판매해 수익을 확보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홀드백을 강제하는 것은 손실을 강제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홀드백을 획일적으로 법제화하기보다 작품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자율협약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극장과 OTT를 대립적 관계로 보기보다 영화의 전체 수익을 확대하고 이를 다시 콘텐츠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