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아무리 요즘 인공지능(AI)이 똑똑하다지만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다. 내 돈은 결국 내가 굴려야 한다. 학창시절 수학은 포기했지만 재테크는 포기 못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 같은 투자 문외한을 위해 손쉬운 재테크 가이드를 써 보기로. 이코노미스트부터 펀드매니저, 프라이빗뱅커(PB)까지 금융 전문가들을 찾아가 재테크 입문자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기로. 누굴 만나도 주식 얘기를 하는 2026년, 그들의 입을 빌려 투자 이야기를 펼쳐본다.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장기투자 '모범답안', 대표지수 ETF로 '복리의 마법'을 만들어라

▲ 코스피를 이끌었던 반도체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바탕한 장기투자 원칙을 세우든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주식 투자 하시나요?”

재테크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더욱 자주 하게 됐다.

요즘처럼 주가가 어지럽게 오르내리는 변동성 장세에도 유튜브를 보면 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과 노후 준비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초보 투자자인 나조차도 최근 증시가 ‘비정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무섭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맞혀 높은 수익을 내고 있어서가 아니다.

개인적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2020~2021년쯤 회사의 퇴직연금 제도가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으로 바뀌면서 주식투자를 바라보는 관점도 완전히 달라졌다.

강제 ‘장기투자’에 들어가면서, 일종의 뭐랄까, 깨우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그래프의 오르내림이 투자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퇴사하면 1년은 살 수 있을까’ 싶었던 내 작고 소중한 퇴직연금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의 힘을 직접 체득을 했으면서도 이 원칙을 지키기 쉽지 않았다. 특히 올해.

급등하는 주식에 눈길이 가고 남들이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렇게 휩쓸리다가 또 ‘쓴맛’을 봤다. 하루가 멀다하고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제대로 재테크를 하기 위한 마음을 다질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김수정 미래에셋자산운용 콘텐츠본부장을 찾아가 물었다.

“진짜 장기투자는 무엇인가요. 대표지수 ETF에 매달 투자하면 정말 복리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나요?”

◆ 장기투자는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미국 대표지수 ETF를 추천하는 이유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장기투자 '모범답안', 대표지수 ETF로 '복리의 마법'을 만들어라

▲ 김수정 미래에셋자산운용 콘텐츠본부장이 7월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포트포리오 분산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장기투자는 투자한 종목을 무조건 팔지 말고 계속 들고 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김 본부장은 장기투자를 단순히 주식을 오랫동안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나의 종목이나 특정 산업에 투자한 뒤 주가가 내려도 무조건 버티라고 조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하나의 종목을 장기투자하세요, 꾸준히 모아가세요, 라고 말씀드리는 경우는 없다”며 “분산투자를 한 상태에서 장기투자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대표지수에 장기투자하라고 조언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하면 그 기업의 주가가 흔들릴 때 계좌 전체와 투자자의 마음이 함께 흔들린다. 반면 여러 기업과 자산에 나눠 투자하면 일부 자산이 부진해도 다른 자산이 방어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시장이 급락했을 때 공포에 휩쓸려 모두 팔아버리지 않고 투자기간을 이어갈 수 있다.

김 본부장이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나 제대로 재테크를 해보겠다고 상담을 하러 온 사람에게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20년 뒤 어떤 기업이 시장을 이끌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10년, 20년 뒤 시가총액 1위 기업을 지금 찾을 수는 없다”며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주도기업은 생기고 그 기업들은 결국 나스닥100이나 S&P500에 포함돼 지수 안에서 비중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표지수 ETF는 미래의 주도기업을 지금 정확히 골라내지 않고도 그 성장의 과실을 누리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ETF 자체가 분산투자 수단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국내 상장 ETF는 적게는 10여 개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 개 종목 혹은 자산을 담는다.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특정 기업의 악재가 전체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요즘에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 원자재, 금까지 ETF로 투자할 수 있어 ETF만으로도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쉽게 구성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면 매월 30만 원씩 하나의 지수에만 투자해도 괜찮다”며 “S&P500이나 나스닥100 가운데 하나로 시작하고 월급과 투자 가능 금액이 늘어나면 그때 포트폴리오를 더 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지수만 보유하기 답답하다면 ‘코어-위성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투자자산의 70~90%는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대표지수 ETF로 중심을 잡고 나머지 10~30%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바이오 등 마음이 가는 테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김 본부장은 “시장이 바뀌다 보면 마음이 가는 상품이 생긴다”며 “그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코어 자산을 70~90% 가져가고 일부로 플러스알파를 추구하면 장기투자에도 적합하고 마음도 편안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 역시 자신의 투자계좌에서 이런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은 나스닥100 ETF다. 그 다음으로 미국 기술주 상위 기업에 투자하는 ETF와 S&P500 ETF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AI, AI 액티브, AI 인프라 등 성장 테마 ETF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은 적다.

◆ 월 30만 원이 만드는 복리의 마법, 투자의 진짜 ‘도파민’을 찾는 방법

“제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투자는 ‘타이밍’이 아니라 ‘타임(Time)’이라는 겁니다.”

김 본부장이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한 말이다.

김 본부장은 “복리의 핵심은 높은 수익률을 쫓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산에 오래 투자하는 것”이라며 “장기투자의 성공 여부는 시장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했느냐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시장에 머물렀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의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팔 수 있다면 더할나위가 없다. 모든 매수·매도 시점을 정확히 맞힐 수 있다면 장기투자 원칙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매수, 매도의 ‘타이밍’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김 본부장은 “타이밍을 귀신같이 모두 맞힐 수 있다면 이 말이 틀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는 너무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보면 타이밍보다 투자의 시간(타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기투자가 모든 위험을 없애는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투자위험과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기투자의 기간은 얼마나 돼야 할까.

김 본부장은 복리 효과를 누리려면 적어도 4~5년은 필요하다고 봤다.

하루나 한 달은 물론 1~2년 동안에도 경제적 사건이나 지정학적 위험으로 시장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경제성장의 방향을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김 본부장은 “복리 효과를 누리려면 못해도 4~5년은 해야 한다”며 “길게는 10년, 더 길게는 20년이나 30년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웃으며 “가능하다면 은퇴할 때까지 이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약 6년 동안 TIGER 미국S&P500 ETF에 매월 30만 원씩 투자했다면 투자원금은 약 2073만 원이다. 2026년 6월 말 기준 평가금액은 약 3952만 원으로 원금에 가까운 1879만 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에 2020년 10월부터 같은 방식으로 투자했다면 투자원금 약 1697만 원은 약 3895만 원으로 늘었다. 약 2198만 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월 30만 원, 하루 1만 원, 커피 한 잔과 디저트 하나 값을 아껴 만들 수 있는 돈이다.

당장 급등주에 수천만 원을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은 사례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매달 감당할 수 있는 돈을 모아 6년 만에 원금에 맞먹는 수익을 쌓았다면 결코 작은 성과가 아니다.

김 본부장도 이 결과를 두고 “엄청난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어쩌면 투자에서 찾아야 할 진짜 ‘도파민’은 며칠 만에 주가가 두 배가 되는 종목을 발견하는 데만 있지 않을 수 있다. 

어제보다 조금 늘어난 ETF 수량과 매달 들어오는 분배금,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평가금액에서도 충분한 성취감을 찾을 수 있다.

저점에 가장 잘 산 사람이 적립식 투자자를 이기지 못했다는 과거 데이터도 흥미롭다.

김 본부장은 S&P500지수를 놓고 역사적 최저점에서만 투자한 사람, 가장 높은 가격에서만 투자한 사람, 가격을 따지지 않고 매달 기계적으로 투자한 사람을 비교한 사례를 소개했다.

결과는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한 사람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저점을 기다리는 동안 시장 밖에 머문 시간이 기회비용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자는 고점에서도 사고 저점에서도 사고 그 중간에서도 샀지만 시장이 성장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시장 급락기에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넣는 전략을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김 본부장은 처음 세운 원칙을 시장 움직임에 따라 계속 바꾸는 것은 경계했다.

투자 원칙이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ISA는 '자산 형성' 연금계좌는 '노후 준비', 월배당 ETF도 활용하기 나름
[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장기투자 '모범답안', 대표지수 ETF로 '복리의 마법'을 만들어라

▲ 코스피는 최근 들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2026년 7월31일 하루 사이 17.91%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 거래일인 8월3일에는 5.12% 하락했다. 사진은 7월31일 정규거래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장기투자에서는 어떤 상품을 사느냐만큼 어떤 계좌에 담느냐도 중요하다.

김 본부장은 사회초년생과 2030세대라면 우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결혼이나 주택 마련처럼 5~10년 뒤 사용할 자금이라면 은퇴 전 인출에 제약이 있는 연금계좌보다 ISA가 적합할 수 있다. ISA는 일정 가입기간을 유지하면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연금계좌처럼 위험자산 비중 제한도 없어 주식형 ETF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은퇴할 때까지 사용하지 않을 돈은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담는 것이 적합하다.

두 계좌는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손익통산과 저율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중도 인출 때 세금이나 제약이 따르는 만큼 당장 쓸 가능성이 없는 노후자금을 넣어야 한다.

김 본부장은 “연금계좌만큼은 정말 장기투자로 가야 한다”며 “연금계좌에서도 S&P500이나 나스닥100, 코스피200 같은 대표지수는 전혀 담지 않고 테마형 상품에만 투자하는 분들이 있는데 장기·분산투자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월배당 ETF도 장기투자 계좌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연금계좌에서는 분배금을 받을 때 일반계좌처럼 바로 세금이 원천징수되지 않는다. 들어온 분배금을 다시 ETF에 투자하면 세금 납부를 뒤로 미루면서 복리 효과를 키울 수 있다.

김 본부장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미국 배당주 지수를 추종하는 월배당 ETF를 보유한 뒤 매달 나오는 분배금으로 자신이 투자하고 싶었던 혁신성장 테마 ETF를 조금씩 매수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안정적 지수에 넣은 원금은 계속 유지하면서 분배금으로 하고 싶은 투자까지 해보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추가로 돈을 납입하지 않았는데도 월배당금이 새로운 시드머니처럼 생기는 것”이라며 “안정적 지수에 계속 투자하면서 해보고 싶은 투자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29.95% 올라 사상 처음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7월31일.

개인투자자들은 ‘TIGER 미국S&P500’와 ‘KODEX 미국나스닥100’ ETF(레버리지, 인버스 제외)를 가장 많이 샀다. 이 두 ETF에는 하루 동안 개인 순매수 자금 약 800억 원이 몰렸다.

투자에 정답이 없다지만 사실 우리는 모범답안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급등주와 새로운 테마에 눈길이 가는 마음까지 억지로 없앨 필요는 없다. 다만 하고 싶은 투자는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비중으로 남겨두고 내 자산의 중심만은 대표지수와 분산투자라는 원칙 위에 세워둘 것.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을 맞히기보다 좋은 자산을 오래 보유하고 시장이 흔들릴 때도 정해둔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며 복리가 작동할 시간을 줄 것.

알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이 단순한 원칙을 오래 반복하는 사람이 결국 장기투자의 과실을 가져가는 것 아닐까.

다음 편에서는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에 관해 알아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