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헤어케어' 글로벌 수요 확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미쟝센·라보에이치 인지도 확대 과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홀딩스 회장이 헤어케어 브랜드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경배 회장이 2025년 9월4일 열린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열린 8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는 모습.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비즈니스포스트] 아모레퍼시픽이 스킨케어를 넘어 두피와 모발 관리로 확산하고 있는 K뷰티 수요 확산의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가야할 길이 바빠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대표적 헤어케어 브랜드로 '미쟝센'과 '라보에이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의 글로벌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꼽힌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홀딩스 회장으로서는 이들을  '라네즈'와 '코스알엑스'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스킨케어 브랜드에 견줄 만한 글로벌 K헤어케어 브랜드로 키워내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뷰티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K헤어케어는 샴푸 중심의 세정 제품을 넘어 손상모 관리, 두피 케어, 스타일링 카테고리로 확장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헤어케어 제품 수출액은 1억3572만 달러(약 2062억 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2% 늘어난 수치다. 기존 주력 제품군인 샴푸 외에 컨디셔너, 트리트먼트, 헤어 에센스 등 기타 헤어케어 제품 수출액도 29.0% 증가했다.

2025년에도 국내 헤어케어 제품 수출액은 4억7817만 달러(약 7264억 원)로 2024년보다 15.7% 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기타 헤어케어 제품 수출액은 2억9110만 달러(약 4422억 원)로 21.6% 증가했다

이는 K헤어케어의 성장축이 세정 제품에서 손상모 관리, 윤기, 볼륨, 두피 케어 등 관리형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전체 헤어케어 수출액의 22.1%를 차지하며 가장 큰 시장으로 올라섰다. 과거 중국 중심이던 헤어케어 수출이 서구권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은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 전략과도 맞물린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이러한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브랜드로는 미쟝센과 라보에이치를 꼽을 수 있다.

미쟝센은 손상모 관리, 헤어 에센스, 염색 제품 등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온 브랜드다. 올해 1분기 아마존 할인 행사 '스프링 세일 프로모션' 기간에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세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라보에이치는 두피케어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다. 올해 1분기 아마존에 신규 진출하면서 두피를 피부처럼 관리하는 ‘스키니피케이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두 브랜드는 같은 헤어케어 제품군에 속하지만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다르다. 미쟝센이 손상모 관리와 헤어 에센스, 스타일링 제품을 앞세워 모발 관리 수요를 겨냥한다면 라보에이치는 두피 건강과 기능성 관리 수요에 더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역할이 다른 두 브랜드를 각각의 제품군으로만 키우면 성장 여지는 제한적일 수 있다. 서경배 회장 입장에서 미쟝센과 라보에이치를 헤어케어 일상 안에서 연결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일이 중요해진 셈이다.

K뷰티는 스킨케어에서 토너, 앰플, 크림, 선케어로 이어지는 사용 순서를 만들며 글로벌 시장을 넓혔다. 헤어케어에서도 샴푸와 트리트먼트, 에센스, 두피 세럼, 볼륨 제품, 잔머리 정리 제품을 하나의 관리 흐름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글로벌 소비자에게 더 선명하게 각인될 가능성이 크다. 
 
K뷰티 '헤어케어' 글로벌 수요 확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미쟝센·라보에이치 인지도 확대 과제

▲ 아모레퍼시픽이 스킨케어에 이어 헤어케어 부문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은 '라보에이치'의 두피 전용 선케어 제품 'UV프로텍터365'. <아모레퍼시픽>


최근 헤어케어 시장은 샴푸와 컨디셔너 중심에서 두피 앰플, 기능성 샴푸, 헤어 에센스, 잔머리 마스카라, 유분 제거 제품, 정수리 패드 등 세분화된 관리 제품으로 넓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명확히 이름 붙이지 못했던 불편함을 제품화한다는 점에서 K뷰티식 기획력이 통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뷰티 대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헤어케어가 생활용품에서 고기능성 뷰티 카테고리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생활용품 기업 P&G는 인플루언서 기반 헤어케어 브랜드 ‘우아이’와 유색인종을 위한 헤어케어 브랜드 ‘미엘 오가닉스’를 인수했다.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모발 영양제 브랜드 ‘뉴트라폴’과 손상모 복구 브랜드 ‘케이18’을 품었다. 생활용품·화학기업 헨켈도 손상모 복구 성분을 앞세운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올라플렉스’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이 이 흐름을 기업가치 재평가로 연결하려면 브랜드 포지셔닝을 더 명확히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쟝센은 국내 대중 브랜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헤어케어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가격 경쟁력이나 K브랜드 후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선이 많다. 손상모 관리, 윤기, 향, 스타일링 등에서 차별화한 사용 경험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보에이치 역시 두피 기능성 브랜드로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인지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두피케어와 탈모 관련 제품은 국가별 규제와 효능 표현의 제약도 큰 만큼 성분, 임상 근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 회장에게 헤어케어 부문은 아모레퍼시픽 포트폴리오의 숨은 자산을 부각할 기회이자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쟝센과 라보에이치가 K뷰티식 루틴 제안 능력을 보여준다면 아모레퍼시픽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라네즈와 코스알엑스 중심의 스킨케어 기업 이미지를 넘어 두피와 모발까지 아우르는 종합 뷰티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을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피부과 전문의와 지역별 인플루언서 협업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소셜미디어 중심의 정교한 타깃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그 결과 라보에이치는 아마존 할인 행사 ‘빅 스프링 세일’에서 매출 성장률 8149%를 기록했고 미쟝센의 대표 상품 ‘퍼펙트세럼’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해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