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 승계 빨라지는데 상장사는 '동전주', 최준호·최혜원 오너2세 역량 증명의 시간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왼쪽)과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오른쪽)가 이끄는 상장 계열사 3곳이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과 최혜원 패션그룹형지 이사 등 최병오 회장의 자녀들이 오너2세 경영인으로서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2023년 최준호 부회장이 총괄부회장에 선임되면서 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남매가 이끄는 주요 상장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동전주' 수준의 낮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경영 역량을 놓고 시장의 의구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10일 패션그룹형지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오너 2세'인 최준호 부회장과 최혜원 이사가 이끄는 상장 계열사 3곳이 주가 부진과 재무 우려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패션그룹형지는 최병오 회장이 1998년 형지어패럴을 설립하며 시작됐다. 현재 계열사 24개를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대표적 상장 계열사는 형지엘리트와 형지글로벌, 형지I&C 등 3곳이다.

최 회장의 아들인 최준호 부회장은 현재 형지엘리트와 형지글로벌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교복과 기업·스포츠 유니폼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2009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형지글로벌은 골프의류 브랜드 '까스텔바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최 회장의 딸이자 최준호 부회장의 누나인 최혜원 이사는 형지I&C의 대표이사에 올라 있다. 형지I&C는 남성복 브랜드 '예작'과 '본',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 등을 운영하는 패션 계열사다. 전신인 우성I&C가 200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으며 2012년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됐다.

연간 매출은 형지엘리트가 1600억 원, 형지I&C가 500억 원, 형지글로벌이 400억 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준호 부회장이 형지엘리트와 형지글로벌을 중심으로 그룹 핵심 사업을, 최혜원 이사가 형지I&C를 중심으로 별도 사업 영역을 맡는 형태로 패션그룹형지의 승계 구도가 정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당 계열사들을 향한 시장의 평가는 저조한 편이다.

9일 종가 기준 형지엘리트 주가는 692원, 형지글로벌은 584원을 기록했다. 형지I&C는 2390원으로 두 회사보다 높지만 올해 4월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한 영향이라 이 또한 긍정적이라 보기는 힘들다.

형지I&C는 감자 이후 매매가 재개된 4월7일 종가 4734원에서 9일 2390원으로 하락했다. 두 달 만에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형지I&C의 시가총액은 9일 종가 기준 약 103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7월부터 코스닥시장의 상장 유지 요건이 강화돼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 원으로 상향되고 저가주 관리도 도입되는 만큼 형지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션그룹형지 상장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받는 배경에는 그룹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시장의 우려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그룹형지 승계 빨라지는데 상장사는 '동전주', 최준호·최혜원 오너2세 역량 증명의 시간

▲ 패션그룹형지의 승계 과정은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패션그룹형지 본사. <패션그룹형지>


실제로 그룹은 전반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뚜렷한 성장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혜원 대표가 이끄는 형지I&C는 2023년 영업이익 7억 원에서 2024년 영업손실 50억 원으로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영업손실 7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653억 원에서 567억 원, 508억 원으로 감소했다.

형지글로벌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회사는 2025년 '까스텔바작'에서 '형지글로벌'로 사명을 변경하고 미국 군납 사업 등 신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아직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가운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 동안 매출은 484억 원, 398억 원, 377억 원으로 감소했다. 수익성 측면에도 같은 기간 영업손실 10억 원, 94억 원, 81억 원을 기록하며 부진하다.

그나마 형지엘리트는 다른 계열사보다 안정적인 모습이다. 교복 브랜드 '엘리트'를 중심으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 스포츠 유니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외형 성장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2023년 945억 원에서 2024년 1327억 원, 2025년 1667억 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5억 원, 70억 원, 66억 원을 기록하고 있어 그룹 전체의 수익성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패션그룹형지의 승계 과정은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룹은 패션 본업 이외에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업의 일환으로 '형지코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자회사 형지로보틱스를 출범하는 등 사업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신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새로운 사업이 실제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 여부가 후계자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준호 부회장과 최혜원 대표 역시 각자 맡고 있는 계열사의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지I&C 관계자는 "최근 패션 사업에서는 캐주얼 제품군을 강화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며 "고객 수요 변화에 맞춘 상품 개발과 유통 전략 고도화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