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는 기존 방식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직접시행’ 방식을 통해 새 정부의 주택공급 핵심 주체 역할을 맡게 됐다.

다만 LH가 본격적으로 직접시행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기에 앞서 부족한 인력, 불완전한 재무 건전성, 리더십 부재 등 측면에서 구체적 해결책이 빠르게 제시돼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LH '주택공급 첨병' 역할 이재명 정부에서 더 커져, 인력-재무-리더십 해결책은 아직

▲ LH가 공공주택 내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시행하게 된 가운데 인력, 재무, 리더십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주택공급 확대방안’ 핵심의 하나로 ‘공공성 강화’가 제시된 가운데 수도권 공공택지 착공물량도 이전보다 10만 호 이상 늘어난다.

이번 주택공급 정책 발표 이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 착공 예정물량은 2026~2030년 25만1천 호 규모로 파악된다. 정부는 여기에 주택 12만1천 호를 수도권 공공택지에 더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여기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땅장사를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비판했던 LH의 대대적 사업구조 개편 방식이 적용된 물량이 대거 포함됐다.

향후 5년 동안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는 LH가 용지를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 건설사업을 시행하는 것으로 5만3천 호를, 용적률 상향 등 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해 추가로 7천 호를 각각 공급하는 주체로 나선다.

여기에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거나 과다하게 계획된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용도전환 정례화’를 거쳐 1만5천 호를 추가로 착공한다.

이번 주택공급 정책에는 수도권 공공택지 주택사업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하기 위한 포괄적 방안도 담겼다. 정부가 LH의 직접시행을 통한 주택공급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출범 이후 첫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2030년까지 5년 동안 수도권에 135만 호의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1년 평균 착공물량이 16만 호인 점을 고려하면 매년 11만 호의 주택을 기존 추이보다 더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셈이다.

다만 LH 안팎의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공급 정책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현실적 제약이 여전하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직접시행을 위한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LH 임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말 901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8천 명대 후반에서 소폭 상승했지만 2020년 9683명과 비교하면 7% 줄어든 것이다.

2021년 LH 직원의 일명 ‘땅투기’ 의혹 이후 혁신을 이유로 꾸준히 인력을 감축해 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택사업을 위한 인력 규모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른 ‘LH 인력운용 현황’에 따르면 LH 주택사업 인력은 2020~2021년 연평균 1121명에서 지난해 말 962명까지 14% 감소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LH가 10만 호 물량을 직접 개발한다면 3천 명가량의 추가 인력 소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수년 동안 감축 기조 아래 직원 수가 줄면서 업무부담이 적지 않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제대로 된 직접시행 등의 역할을 펴기 위해 인력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말이 토지주택공사 안팎에서 나온다.

LH의 재무 부담이 꾸준히 높아진 것도 우려되는 주요한 대목 가운데 하나다.

LH 부채규모는 2020년 말 129조7451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3년 말 152조3511억 원을 거쳐 지난해 말에는 160조1055억 원까지 확대됐다.

LH가 주요 수익원인 택지 개발 이후 민간에 매각하는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부담이 만만치 않은 직접시행을 맡기로 한 만큼 향후 재무적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새 정부가 공공택지의 민간매각 건설방식을 지양하고 LH의 직접개발 확대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며 “LH의 엄청난 추가 자금과 추가 인력 소요 발생 및 인력 증원 때 3기 신도시 주택건설 완성 후 이 인력의 활용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관련해 “기존 택지에서 택지 매각에 들어오는 일정한 수입이 있다”며 “정부 자금이라든지 채권발행을 통해 직접시행 부분에 관한 부담을 덜어줄 여력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LH 새 사장 임명 시점도 아직 안갯속이어서 주택공급에 힘이 실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LH '주택공급 첨병' 역할 이재명 정부에서 더 커져, 인력-재무-리더십 해결책은 아직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지만 이한준 사장은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LH가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 일선에서 바뀐 역할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는 새 리더십이 빠르게 자리잡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국토부는 후임 사장 임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질의응답을 통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 역할이 크다는 점은 공감한다”며 “최대한 빨리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LH의 조직 기능이나 역할이 체계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공석에 따른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지난달 28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LH 개혁위원회’의 논의가 충분히 진행돼야 LH의 주택 공급을 둘러싼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민간위원장과 국토부 1차관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개혁위원회를 통해 LH의 사업방식, 역할과 기능, 재무 건전성 확보 방안 등의 새 틀을 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연말까지 개혁위원회 운영을 거쳐 토지주택공사 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구체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LH의 직접시행 전환은 새 방식인 만큼 청약 등 관련 제도개편과 병행해 시행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현재 가동하고 있는 LH 개혁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직접시행과 관련한 종합적 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