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 가입자 점유율 39%로 떨어졌으니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 철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411/20241126144221_54945.jpg)
▲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이 두달 연속 40%를 밑돈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이 새로운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고 호들갑을 떨며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철회 검토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2024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을 '경쟁이 미흡한 시장'으로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일부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 SK텔레콤 가입자 점유율이 두 달 연속 40%를 밑돈 것과 알뜰폰 가입자가 첫 1천만 명을 넘어선 것을 엮어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새로운 이동통신 시장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SK텔레콤 시장지배력이 약화됐다' 같은 분석을 쏟아낸다.
SK텔레콤의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 철회를 검토해야 한다는, 뜬금없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일리는 있는 분석이고 주장일까.
지난 7월 공개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2024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을 '여전히 경쟁이 미흡한 시장'으로 평가했다.
'국제(OECD 회원국 평균) 비교 시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여전히 1위 사업자에 집중돼 있는 구조이고, 요금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경쟁상황 개선이 뚜렷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해마다 전년도 각 통신서비스 시장별 경쟁상황을 평가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통신시장 경쟁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 유지 여부 및 비대칭 규제 방안 등을 결정·추진한다.
일부 언론의 호들갑을 두고, 주요 광고주 SK텔레콤에 대한 '과공'이란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6월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및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는 2235만670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5730만3514 명)의 39%를 차지했다.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은 해킹 사태 발생(4월8일) 뒤 지난 5월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진 이후 6월까지 두 달 연속 40%를 밑돌았다.
KT 가입자 점유율은 23.84%, LG유플러스는 19.51%로 각각 전 달 대비 0.07%포인트, 0.06%포인트 상승했다.
SK텔레콤이 '사상 최악' 해킹을 당한 데 이어 사후 대처 능력까지 바닥을 보이자 가입자들이 번호이동을 통해 경쟁업체로 대거 옮겨간 결과다. 해킹 사태 발생 이후 8월 초까지 SK텔레콤 가입자 중 110만 명 가까이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가입자는 1011만684 명(17.64%)으로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넘었다. 4월 986만명에서 5월에는 999만 명으로 늘었고, 6월에는 1011만 명으로 증가했다.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도 17.64%로 높아졌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도 대거 옮겨간 것이다.
애초 단말기 유통법 폐지(7월22일)를 계기로 SK텔레콤이 앞선 자금력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서 가입자 점유율을 40%대로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됐으나 아직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의 매출액 점유율은 여전히 40%대를 유지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이를 들어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은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보고서도 이 점을 분명히 짚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은 40.7%였으나 매출액 점유율은 43.3%에 달했다. 또한 음성 발신 통화량 점유율은 46.3%, 모바일 데이트 트래픽 점유율은 43%로 집계됐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1위 사업자 SK텔레콤 점유율은 4.1%포인트, 2위 KT와 점유율 격차는 6.0%포인트, HHI는 4.8%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HHI(허쉬만·허핀달 지수)는 시장집중도를 보여주는 수치로, 높을수록 시장집중도가 높아 경쟁이 미흡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합병인가 당국이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데 1차적으로 활용하는 지표다.
한 정보통신 전문 정책연구기관 관계자는 "1위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따질 때는 2위 사업자와 매출액 점유율 격차와 HHI를 본다.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에 변화가 있다고 평가되려면, SK텔레콤의 매출액 점유율이 35% 밑으로 낮아져야 한다. 가입자 점유율이 40%를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 철회 검토 주장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은 매출액 점유율이 높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입자 점유율을 다시 40%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해킹 사태 국면에서도 시장지배력 차원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SK텔레콤 만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비대칭 규제를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3위 사업자 신세기통신 합병으로 가입자 점유율이 50% 후반대, 매출액 점유율은 60% 중반대로 높아진 것을 계기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됐다.
월등한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이용자 권익을 훼손하거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처였다.
이에 SK텔레콤은 요금제 신설과 변경 등 이용약관 갱신 때마다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 만 하면 된다.
일부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정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결과를 근거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 가입자 점유율 39%로 떨어졌으니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 철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14202446_43022.jpg)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거꾸로 이동통신 3사를 '공동지배적사업자'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 2월 '통신시장의 경쟁활성화를 위한 공동지배력 평가 방법론 연구' 보고서를 통해 "과점시장에 대한 규제 방안으로 복수 사업자에 시장지배적 사업자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통신 업계는 정부 주문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이런 보고서를 내놓은 게 아닌가 의심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신 사업자에 대한 '관리' 강화 속내를 가진 과기정통부와, 어차피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면 3사 모두 지정되게 해 처지를 같게 만들자는 SK텔레콤의 이해가 일치해 나온 그림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를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통신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경쟁 관리' 정책을 펴왔는데, '사업자 보호'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출신의 한 대학교수는 기자에게 이와 관련해 "경쟁 관리는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말이다. 필연적으로 사업자 보호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를 두고 '통신사 2중대' 말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말하곤 했다.
알뜰폰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은 것을 갖고 통신 3사의 시장지배력을 논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지난 6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점유률은 17.64%에 달하지만, 매출액 점유율은 이 수치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2023년 기준 이동통신 3사 평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3만7975원에 달하는 데 비해 알뜰폰 사업자들의 가입자당평균매출은 1만7905원에 그친다. 월 정액요금이 높은 5G 가입자 비중 역시 SK텔레콤은 47.7%에 이르는데 비해 알뜰폰은 1%에도 못미친다.
오죽하면 SK텔레콤은 해킹 사태로 중단했던 영업을 재개한 뒤 유통점 리베이트(가입자 유치 수수료) 전략을 짜면서 알뜰폰 가입자는 리베이트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40% 정도만 지급하겠다고 밝혀, 알뜰폰 가입자 차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유치해봤자 매출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알뜰폰의 실제 시장지배력은 떨어지고, 통신 3사 평균 및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실제 지배력은 높다는 뜻이다. 김재섭 선임기자